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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이 서울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기로 한 과정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외압이 있었다는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의 주장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던 안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선 이 사안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먼저 뜨고 있다.
▲ 안상수, '외압설' 언급 피한 채 회의 도중 퇴장 조계종 총무원이 서울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기로 한 과정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외압이 있었다는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의 주장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던 안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선 이 사안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먼저 뜨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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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나온 안상수 원내대표는 내내 어두운 표정이었다. 동료 의원들과 활발히 잡담도 나누지 않았다. 회의자료를 들추며 조용히 회의 시작을 기다리던 그는 모두발언에서 '영산강 살리기'에 대한 간단한 언급만 한 뒤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정계와 종교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봉은사 좌파 주지 경질'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16일 "좌파교육, 성폭행 사건" 발언 당시 강하게 '왜곡'을 주장하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불교계와 직결된 이번 사건은 6.2 지방선거를 앞둔 한나라당의 '왼쪽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이날 오전 보여준 그의 심각한 태도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회창-심대평'도 "좌파 공범" 몰아붙인 안상수

사실 안 원내대표의 '좌파 딱지 붙이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98년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당시 최장집(고려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좌파'로 몰아가면서부터 그는 '빨간 부적'을 팔기 시작했다.

심지어 안 원내대표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회창(현 자유선진당 대표) 후보와 심대평 대표에게마저 좌파 낙인을 찍은 바 있다. 당시에도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그는 두 사람을 향해 "좌파정권 연장의 공범"이라고 열을 올려 비난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뒤에도 안 원내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DJ-노무현 정부를 "좌파 정권"이라고 불렀다. 징병제 폐지, 사립학교법, 촛불시위, 참여정부 인사 뿌리뽑기, 무상급식 등 첨예한 사안마다 그의 입에선 '좌파'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좌파 교육 때문에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다"는 요지의 발언은 그 '결정판'이었던 셈이다.

2년 전 한나라당 "종교편향방지법 제정"... 논란 사라지자 '없던 일'

조계종 총무원이 서울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기로 한 과정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외압이 있었다는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의 주장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던 안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으나 이 사안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조계종 총무원이 서울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기로 한 과정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외압이 있었다는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의 주장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던 안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으나 이 사안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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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안 원내대표의 전력이다. 그는 지난 2008년 큰 논란이 된 MB 정부의 '종교편향'을 방지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설치한 종교대책특위 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불교계는 목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어청수 전 경찰청장의 포스터 게재, 국토해양부의 전국 주요 사찰 교통안내 정보 누락 등으로 들끓고 있었다. 그해 7월 경찰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차량을 검문검색한 사실이 알려지자 불교계의 분노는 절정에 달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불교계와 전면전을 우려한 정부는 부랴부랴 조치를 취했다. 어청수 전 청장은 지관 스님을 만나러 대구 동화사까지 내려가 머리를 조아렸다.

여당도 진화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같은 해 9월 당 차원에서 종교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에는 안상수 의원, 부위원장에는 최병국, 이경재, 고흥길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한나라당 종교대책특위는 발빠르게 움직여 이틀 뒤 "광범위한 여론수렴을 거쳐 종교편향방지법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교계의 분노가 어느 정도 가라앉자 한나라당의 종교편향방지법도 이내 자취를 감췄다. 그 뒤에도 술 취한 경찰의 지관(용화사 주지) 스님 폭행사건 등으로 '불교 탄압' 논란은 계속됐다.

야4당 "진상조사-정계 은퇴" 압박... 파문 계속될 듯 

명진 스님의 '외압설'은 이처럼 불편한 관계 속에서 터져 나온 터라 제2의 '법란(法亂)'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치권도 입을 모아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박주선 최고위원)를 언급하며 강공을 펴고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전두환 정권의 10.27 법란을 연상시킨다"며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안상수 게이트'로 비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규의 부대변인도 "한나라당 종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결국 한다는 것이 종교 탄압 음모를 꾸미고 청소부 역할을 하는 거냐"고 비난했다.

자유선진당도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이상민 정책위의장)를 요구했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정계 은퇴"를 촉구했다.

불교계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어 파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관(김포 용화사 주지, 불교환경연대 4대강저지대책특위 위원) 스님은 "한 정당의 원내대표가 한 사찰의 주지를 교체하는 문제까지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관 스님은 또 "안 원내대표는 개신교 신자 아니냐, 의도된 '불교죽이기'이자 '불교 장악'으로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안상수, #종교편향, #한나라당, #명진, #봉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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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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