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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수경스님(불교환경연대 대표)이 환한 웃음으로 '지구의 벗' 국제본부 니모 배시 의장(나이지리아·52)을 맞았다.

 

19일 오후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 신륵사 입구, 남한강 여주보 공사현장이 내려다 보이는 이곳에는 조그만 컨테이너 가건물 2동이 들어서 있다. 지난 13일 문을 연 '여강선원'(如江禪院)이다.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모두의 반성과 성찰을 위해 '흐르는 강물처럼 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영산강과 낙동강 공사현장을 둘러 보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평화로운 강과 마구 파헤쳐진 강바닥을 바로 지척에서 한눈에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배시 의장이 4대강 건설현장을 둘러본 소감을 이야기하자 수경 스님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에겐 지구가 4대강으로 보입니다. 새만금 개펄을 지켜내지 못해 그동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큰 빚을 진 것 같아 현장에 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이곳으로 내려왔는데, 막상 강이 마구 파헤쳐지는 것을 보니 괴롭습니다."

 

지난 2003년 새만금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부안에서 서울까지 65일간의 삼보일배 오체투지를 감행했던 수경 스님은 여강선원을 연 배경에 대해 니모 배시 의장에게 설명했다.

 

"왜 이 공사를 하는지에 대해 한국 정부가 설명하는 것을 들었는데, 현장에서 주민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부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거나 합의된 것이 아니라면, 이 사업은 주민들을 위한 사업이 아닙니다. 사업이 본래 내세웠던 목적하고 전혀 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수경스님이 손수 끓여 내놓은 차를 마시며 배시 의장은 자신이 느꼈던 감상을 담담히 이야기했다.

 

"우리 조상들은 하늘을 아버지로 대지를 어머니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은 숭배의 대상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서구 문물이 들어오면서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착각하게 되었죠. 자연의 모든 기운이 조화를 이룰 때 생명이 존재하는 것인데, (4대강 사업을 벌이는 정부는) 지금 그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경 스님의 말에 배시 의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시했다.

 

이어 배시 의장과 수경 스님은 함께 남한강변을 따라 걸으며 강 건너편에서 벌어지는 여주보 공사현장을 둘러보았다. 쉴새 없이 길게 이어지는 덤프트럭들의 행렬에 배시 의장은 "마치 전쟁터로 나가는 군대의 트럭 같군요. 그 전쟁은 바로 자연에 대한 전쟁 아닌가요?"라고 자신의 느낌을 말했다.

 

"그래도 이번 방한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한 가지 희망은 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발언하고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돌아가면 전 세계 77개국에 있는 지구의 벗 회원들에게 한국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줄 것을 요청하겠습니다."

 

배시 의장의 약속에 수경 스님은 "지금 지구의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데, 이곳 한반도에서 지구를 살려낼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란 말로 화답했다. 배시 의장은 20일 오후 한국을 떠난다.


태그:#4대강 사업, #수경 스님, #니모 배시, #지구의 벗,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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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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