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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재보강-최종 : 18일 오후 10시 20분]

 

공관 경호원 "총리가 손님보다 늦게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명숙 전 총리가 5만 달러가 든 돈 봉투를 챙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곽영욱 전 사장의 오락가락 진술에 이어 검찰이 신청한 증인들 마저 한 전 총리에 유리한 증언을 내놓음에 따라 검찰의 당혹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18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6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총리 공관 경호원 윤아무개씨는 "총리 공관에서 오찬 행사가 끝난 후 항상 총리가 오찬장에서 먼저 나왔다"며 "만 8년을 근무하는 동안 총리가 늦게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윤씨는 또 "만약 손님들이 나왔는데 총리가 나오지 않으면 경호 수칙상 바로 오찬장 안으로 들어가게 돼 있다"며 "총리가 안에서 일부 손님과 담소를 나누느라 머물러 있는 경우에도 특별히 들어오지 말라는 지시를 받지 않는 한 총리 곁으로 다가가 경호를 시작한다, 총리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이어 총리 오찬 행사가 끝날 무렵 경호원들의 동선과 행동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후식이 오찬장 안으로 들어가고 나면 곧 행사가 끝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경호팀장과 수행과장 등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며 "대부분 총리가 먼저 문을 열고 나오고 그러면 대기중이던 경호팀장이 그쪽으로 이동해 1~2m 거리를 두고 총리를 뒤따르게 된다"고 밝혔다.
 
검찰이 "손님이 먼저 나오고 총리가 안 나오면 오찬장 안을 들여다 보느냐"고 묻자, 윤씨는 "문이 열리고 손님이 나오기 시작하면 대기하고 있던 경호팀장이 달려가 문을 잡아 주면서 총리의 위치 파악을 위해 안을 주시하는 게 원칙"이라고 답했다.
 
윤씨의 증언대로라면 한 전 총리가 당시 오찬에 함께 참석했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을 먼저 내보냈더라도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과 따로 남아 5만 달러 봉투를 챙겼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곽 전 사장은 법정에서 지난 2006년 12월 20일 총리공관 오찬이 끝난 후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의자 위에 각각 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든 봉투 2개를 올려놓은 후 다른 참석자들과 거의 동시에 오찬장을 빠져 나왔다고 증언한 바 있다.
 
만약 한 전 총리가 뒤에 남아 의자 위에 놓인 돈 봉투를 챙겼다면 경호원이 목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윤씨의 이날 증언은 "총리는 항상 지근 거리에서 밀착 경호를 받기 때문에 총리 공관에서 돈을 받기는 불가능하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다.
 
"총리, 현관까지 손님 배웅하는 게 일반적"
 
윤씨는 특히 "오찬이 끝나면 총리가 손님들을 공관 현관까지 배웅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총리가 오찬장 앞에서 손님을 배웅하고 오찬장으로 돌아가거나 2층 사저로 올라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증인이 근무하는 동안 총리가 항상 먼저 오찬장에서 나왔으면 경호팀장이 문을 잡고 오찬장 안을 들여다 보는 일은 직접 경험한 게 아니라 상상 아니냐"고 따졌지만 윤씨는 "검찰에서 가정을 해서 질문을 던졌기 때문에 경호 원칙을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밖에 검찰은 지난 공판에서 오찬장 안에 드레스룸이 있다는 사실을 들어 돈 봉투를 받아 숨길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윤씨는 "당시 드레스룸은 비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하지 않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윤씨뿐 아니라 앞서 증인으로 나온 롯데호텔 지배인 박아무개씨도 "차와 과일 등 후식이 들어가고 나면 행사가 언제 끝날지 몰라 항상 경호팀장과 수행과장 등이 오찬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자세한 내용은 1신 참조) 박씨는 총리공관 오찬 당시 오찬장에 음식을 날랐던 케이터링 서비스팀의 캡틴(책임자)이었다.
 
박씨의 증언도 오찬장 문이 열리고 경호팀장과 수행과장 등이 오찬장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상황이라 한 전 총리가 돈을 챙길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정황을 뒷받침한다.
 
그는 또 "오찬이 끝난 후 총리와 손님들이 모두 나가면 공관팀장이 확인 후 서비스 직원들을 불러 식기들을 정리한다"며 "만약 서류나 책 등 놓고 간 물건이 있으면 공관팀장에게 보고하고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의자 위에 돈 봉투를 본 기억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박씨는 "못 봤다"고 답했다.
 
재판부, 검찰에 공소장 손질 권고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변호인단의 백승헌 변호사가 "검찰의 공소장에는 '곽 전 사장이 5만 달러가 담긴 봉투 2개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네주었다'라고 돼 있지만 곽 전 사장이 '의자에 봉투를 두고 나왔다'고 진술을 바꿨다"며 검찰이 공소사실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권오성 서울중앙지법 특수 2부 부장검사는 "변경을 검토한 바 없다"며 "'건네 주었다'는 용어자체에는 의자에 두고 나왔다는 방법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두 재판장은 "'건넸다'는 표현에 테이블 위에 놓고 나온 것, 비서를 거쳐 준 것 등까지 다 포함된다면 구체적 행위가 특정되지 않는다, 좀 이상하다"며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 보라"고 권고했다.
 
이날 공판은 오후 2시에 시작해 7시간 30분만인 9시 30분에 끝났다. 애초 오찬 당시 총리공관에서 일했던 경호원과 호텔직원 등 5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길어지면서 한 전 총리의 수행과장 강아무개씨와 의전비서관 조아무개씨에 대한 신문은 19일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19일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었던 이국동 전 대한통운 사장은 26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1신 : 18일 오후 4시 22분]

 

오찬장 서빙책임자 "수행과장, 오찬장 문 앞에서 대기"

 

18일 오후 2시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시작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6차 공판에서 검찰 조서가 또 뒤집혔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롯데호텔 지배인 박아무개씨는 증인 신문에서 "수행과장과 경호관들은 오찬이 끝나기 전 오찬장 문 밖에서 대기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 2006년 12월 21일 총리공관 오찬 당시 오찬장 음식을 날랐던 케이터링 서비스팀의 캡틴(책임자)이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과일과 커피가 들어간 뒤에는 수행과장이 주방쪽 직원 사무실에 와 있거나 손님이 나갈 것을 준비하기 위해 본관 정문 옆 부속실에 가 있다"는 요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즉 한 전 총리의 움직임을 볼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6차 공판에서 그는 "내가 수행과장과 공관관리팀장을 혼동한 것 같다, 수행과장과 경호관은 오찬 중 거실 소파에 있다가 디저트가 들어가면 문 앞에서 기다린다"고 검찰 진술을 부인했다.

 

박씨의 증언은 한 전 총리가 '의자 위에 놓인 5만 달러'를 챙길 상황이 되지 않는다는 정황 증거로 쓰일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다. 곽영욱 전 사장과 강동석 전 장관 등 당시 오찬장 참석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한 전 총리 등 4명은 오찬이 끝난 뒤 거의 동시에 오찬장에서 나왔다고 한다.

 

문이 열리게 되면 문 앞에서 기다리던 수행과장과 경호관 3~4명은 오찬장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 짧은 시간에 한 전 총리가 오찬장으로 되돌아가 5만 달러 봉투를 챙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수행과장과 경호관이 한 전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증인으로 나오는 경호관들이 "한 전 총리가 돈 봉투를 챙기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다면 검찰의 실타래는 갈수록 엉키게 된다.

 

이날 박씨의 진술이 뒤집히자 검찰은 크게 당황했다. 증인 신문에 나선 검사가 "그럼 검찰 진술이 잘못된 것이냐"고 따지자, 박씨는 "잘못 기억했다"고 대답했다.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검찰이 "수행과장이 오찬 내내 거실 소파에서 기다린다는 것이냐, 식사는 안 하냐"고 증인을 몰아붙이자 방청객들이 술렁거리기도 했다.


태그:#한명숙, #오찬, #검찰, #곽영욱, #수행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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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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