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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도서관 1층 입구에 걸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도서관 1층 입구에 걸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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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관장 김성재)이 개설한 '김대중 배우기' 강좌가 지난 3월11일(목) 여섯 번째 강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강의 때마다 요점을 정리해서 기사로 올리기도 했는데요. 매주 목요일 고속버스나 기차로 올라가 강의를 마치고 심야 고속버스로 내려와 기사를 작성하다 보니까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면에서 무리가 따랐습니다. 하지만, 보람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듣고 느끼고, 경험도 했으니까요.

뇌리에서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경험이 있습니다. 강의가 있는 날마다 서울에 사는 딸(1983년생)을 만나 데이트도 즐긴 후, 함께 강의를 듣고 수료증을 받았다는 것. 또 하나는 강의를 진지하게 경청하며 내용을 노트북에 기록하던 여성(1980년생) 수강생과의 인터뷰였습니다. 매주 강의 내용을 노트북에 담고 있기에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흔쾌히 받아주더군요.

덕분에 2000년대 주역이라 불리는 Y세대의 두 여성과 이야기 하며 김대중 대통령의 상징인 '햇볕정책'을 높이 평가하는 수강생과 데면스럽더라는 수강생(딸)의 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햇볕정책' 강의가 데면스러웠다는 딸

한 달 남짓 동안 매주 목요일마다 딸을 만나 밥도 사먹고 차도 마시고, 데이트를 즐기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남다르게 느껴졌는데요. 함께 걷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지고 행복감에 빠져들더군요.  

한때는 김대중(DJ)을 '미국, 일본으로 도망친 겁쟁이', '편한 집에서 연금이라며 휴가를 즐긴 한량', '대통령 될 욕심에 민주화 동지들을 버리고 잇속을 챙긴 사꾸라'로 알았다가 작년 8월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반성문을 썼던 딸이어서 더욱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만화를 통해 김대중을 알았다는 딸의 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 교육을 잘못 시킨 저 자신이 밉더군요. 한편,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은 부모가 양질의 책을 구해서 읽혀야 한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강 중에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며 질문지를 작성하는 딸.
 수강 중에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며 질문지를 작성하는 딸.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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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1일 두 번째(김대중 정부의 '갈등관리') 강의부터 다섯 번째 강의(햇볕정책)까지 수강한 딸은 강의료가 무척 싸면서도 내용이 풍부했다며 1강(김대중의 '민주주의')을 놓친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특히 '갈등관리'학은 낯선 개념이어서 재미와 흥미를 더했는데, 5주차의 '햇볕정책'을 비롯해서 통일에 관한 이슈가 다뤄질 때는 데면스럽게 들었다고 털어놓더군요. 자신이 이렇게 관심이 없다면 다른 젊은이들도 그렇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딸의 솔직한 대답이 마음에 들면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젊은이가 가난한 북한과 통일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는데, 뜬소문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김대중 리더십) 강의는 안 받겠다고 해서 충격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딸은 '김대중 배우기' 강좌를 높이 평가하더군요. '김대중 배우기' 타이틀이 부담스럽지만 않았어도 자의로 신청했을 거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타이틀 때문에 꺼려졌다는 말을 듣고, 반성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어 쓴웃음이 지어졌는데요. 딸이 전라도 출신이라는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고, 왜곡된 사고를 바로 잡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햇볕정책'을 높이 평가하는 수강생

강의 요점을 노트북에 담는 정지인(31세) 수강생. 답변이 논리적이고 생각도 깊은 것 같았습니다.
 강의 요점을 노트북에 담는 정지인(31세) 수강생. 답변이 논리적이고 생각도 깊은 것 같았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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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학 응용심리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올해 가을학기부터 사회심리학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유학을 떠날 예정이라는 정지인(31세) 수강생은 질문에 정성껏 대답해주었고, 못다 한 답변은 메일로 보내주는 성의를 보여주었습니다.

- 김대중 대통령은 몇 살 때 알게 되었는지요?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고, 초등학교 4~5학년쯤 뉴스를 통해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어려서 어떤 분인지 몰랐어요. 정치인으로서 김대중 대통령을 인식하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하던 98년입니다. 제 손으로 투표한 첫 대통령이거든요."

-'김대중 배우기' 수강 목적은 무엇이었는지요?
"전공이 사회심리학이다 보니 사회문제를 학문적으로 다루기도 합니다. 제가 가진 학문적 도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올해 가을학기부터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떠나기 때문에 출국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배움의 시간을 갖고자 하였습니다.

제가 '김대중 배우기' 강좌를 택한 것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문제 설정 철학 때문입니다. 이 사회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지만, 그분처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해로부터 자유로이 세상을 바라보신 분은 매우 드물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강좌를 모두 마치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과 느낌은?
"참여정부 5년 동안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을 민주주의 사회로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성과를 내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김학린 교수님의 두 번째 강의가 생각납니다. 강의내용 중에 '시스템이나 제도는 혁명적으로 변화하지 못하고 서서히 진화한다. 4천만의 교양수준을 높여야 한다, 갈등관리를 체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공공이익에 기반을 둔 상호주의 대화'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적 갈등관리 철학을 잘 구현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 강의 내용을 꼬박꼬박 노트북에 담는 걸 보았는데요. 언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좋아하셨는지요? 
"노트북에 담는 것은 제가 저의 기억력을 별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적어 놓지 않으면 나중에 잊어버리게 되고, 아까운 마음이 들거든요. 이번 강의를 통해 많은 연구문제를 담았습니다.

저는 정치인을 '좋아하는 것'을 경계하는 편입니다. 물론 국민을 위해 제대로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열심히 일한 부분에 대해 열렬한 '지지'를 보내야 하겠지요. 지지를 표현하는 것은 정치인과 국민 간의 의사소통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심한 고초를 겪으면서도 국민과 국가를 위해 온몸을 바치셨던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말주변이 없으니까 메일로 보내드리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 정지인 수강생.
 말주변이 없으니까 메일로 보내드리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 정지인 수강생.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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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정책은?
"햇볕정책, 국민기초생활보장법, IT산업 부흥 등입니다. 그 중 햇볕정책은 세 가지 점에서 매우 영향력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북한의 정체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규정했다는 것, 둘째 남북 간에 직접적인 접촉을 가능케 했다는 것, 셋째는 연방제라는 중간단계를 설정함으로써 남한 기득권층의 통일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통일도 정치가들에 의해서만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국민의 언 마음을 녹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셨던 것 같습니다. 햇볕정책에서 햇볕을 비추고자 한 대상은, 북한뿐 아니라 남한 국민도 함께였다고 생각하거든요."

- 여성으로서 이희호 여사의 희생적인 삶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이희호 여사께서 희생하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그분을 김대중 대통령을 위해 희생한 부인으로 비추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분이 살아오신 길을 희생적인 삶이라고 칭하는 것은 가부장적 논리로 이희호 여사의 업적을 '평가절하'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동행'을 보면, '한 지인은 김대중 정권 지분의 40퍼센트는 이 여사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는 부분이 있는데, 저도 동감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약자의 인권신장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평생을 사셨던 분으로 평가했으면 좋겠습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해 8월에 서거하셨습니다. 언론을 앞세운 검찰의 일방적인 수사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요?
"물론입니다. 누구의 눈에도 수구 언론과 손을 맞추는 것처럼 보였던 검찰의 과잉수사가 불행을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열사'의 길을 택하신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존경합니다."

- 여론 조사를 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항상 선두를 차지합니다. 결과를 인정하시는지, 아니면 어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지요?
"박정희 신화 만들기의 결과이지요. 독재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반대세력을 탄압하면 할수록 더 영웅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만큼 독재를 제대로 했다고 봐야겠지요.

따라서 수구언론의 기만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박정희 신화는 오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성과만 부각되어 과장될 수도 있겠지요. 해서 과정이 지난하더라도 수구언론의 기만적 보도에 대해 오피니언 리더들이 비판적인 의견을 계속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마이뉴스>도 더욱 목소리를 높여주세요!"


태그:#김대중배우기, #Y세대 시각, #햇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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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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