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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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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가 정식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논란은 지난 16일 김 내정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회의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롯됐다.

한은의 독립성에 대한 소신을 묻는 질문에, 김 내정자는 "(한은이) 정치적으로 독립한다는 것은 맞지만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운영의 책임자인 대통령으로부터의 (한은) 독립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는 중앙은행 총재로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청와대의 의사를 거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정부와 한은 사이의 향후 정책공조가 긴밀해질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한은 노조를 비롯해 금융전문가들은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중앙은행 총재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과거 80년대 '정부의 남대문출장소'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한국은행의 모습이 재현될까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향한 예상됐던 '충성서약'

일부에선 중앙은행 총재가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청와대를 향해 충성서약을 한 셈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한 금융지주회사 임원은 "대부분 인사청문회가 상설화된 선진국의 중앙은행 총재로부터는 듣기 어려운 발언"이라며 "청와대에 대한 충성 약속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또 지난 12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행도 정부"라면서 "정부의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성태 현 총재가 정부의 노골적인 통화정책 개입에 대해 꾸준히 소신있는 발언으로 견제해왔던 점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이성태 총재의 후임 인선으로 고민하던 청와대를 향한 김 내정자의 '충성 서약'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물론 김 내정자가 국제금융을 전공한 학자로, 올 11월에 열릴 G20 의장국의 중앙은행 총재로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그동안 총재 후보로 거론됐던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나 강만수 경제특보 등에 비해 정치적 색깔이 약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두터운 신임도 이번 인사에 크게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청와대가 한은총재 선임을 두고,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김 내정자를 낙점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은 관계자는 "다른 총재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색이 약하다는 점도 이번 인사에 어느 정도 반영됐을 것"이라며 "(한은) 독립성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내달 9일 첫 금통위서 색깔 드러날 것

한국은행 전경
 한국은행 전경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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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은 노조를 비롯해 학계 등에선 이명박 대통령에게 경제코드를 맞춘 김 내정자가 정부의 개발정책을 뒷받침할 만한 인사로 꼽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김 내정자는 향후 출구전략의 핵심으로 꼽히는 금리인상에 대해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과 출구전략 등 협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면서 기존 정부의 입장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미 '한국은행도 정부'라고 말하는 총재에게 정부를 상대로 한 독립성과 중립성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선진국에선 중앙은행 독립성 등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내정하면서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김 내정자가 선제적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원론적 역할과 물가안정이라는 법률적 의무를 얼마나 잘 조화시켜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가 한은 총재로 취임하는 날은 오는 4월 1일. 일주일 뒤인 9일 'MB맨 한은총재'의 처음으로 주재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회의를 마치고 현 경제상황에 대한 첫 간담회도 갖는다. 현 경제에 대해 그가 어떤 입장을 보여줄지 관심거리다.


태그:#김중수,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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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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