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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가 보도한 '요미우리 "MB '기다려달라' 독도 발언은 사실"'기사에 17일 현재 12만 5천여개의 댓글이 달려 있다.
 <국민일보>가 보도한 '요미우리 "MB '기다려달라' 독도 발언은 사실"'기사에 17일 현재 12만 5천여개의 댓글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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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지난 2008년 7월,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교과서에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표기하겠다' 고 통보하는 후쿠다 전 일본 총리에게 정말 저렇게 말했던 것일까.

재판정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대부분 굳은 표정이었다. 17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앙지방법원 동관 356호에서는 채수범 외 1885명의 시민소송단이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마지막 공판이 열렸다. 방청석에 앉은 50여 명의 시민들 중 대부분은 준비해 온 노트에 재판 내용을 받아적었다. 자리에 앉지 못한 10여 명의 시민들은 약 1시간 동안 선 채로 공판을 지켜봤다.

시민소송단측 변호를 맡은 이재명 변호사(민주당 부대변인)는 재판 후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겠냐"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도 믿고 싶지만 (청와대의 대응을 보니) 그 믿음이 계속 허물어져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2008년 7월 15일, 이 대통령과 후쿠다 전 총리의 정상회담을 다루면서 "관계자에 따르면 후쿠다 총리가 '다케시마'를 (교과서 해설서에)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통보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청와대 측은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고, 1886명으로 구성된 한국의 시민소송단은 청와대의 해명에 따라 허위보도를 한 <요미우리 신문>을 상대로 지난 2009년 8월,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청와대의 부인 이후 잠잠했던 사건은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9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인겸)에 "당시 보도는 허위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제출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최근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이 제출한 준비서면의 내용을 다룬 <국민일보>가 단독으로 보도한  요미우리 "MB '기다려달라' 독도 발언은 사실 기사에는 17일 오후 1시 현재 12만 5천여 개의 누리꾼 댓글이 달린 상태다.

시민소송단 "이 대통령 발언, 이동관에게 확인하자"

17일 오전 11시, 서울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한 시민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17일 오전 11시, 서울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한 시민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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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에서는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와 원고인 '시민소송단'의 자격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원고측 변호를 맡은 이재명 변호사는 재판에서 "청와대에서 '사실 무근'이라고만 단순 부인하고 있는데 당시 논평을 보면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 (문제의) 이 대통령 발언을 곁에서 들은 것으로 나와 있다"며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발언 당시 대통령과 동석했던 통역관이 누구인지 조회해 줄 것을 신청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요미우리 신문>을 상대로 보도 후에 인터넷판 기사를 삭제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유 확인을 요청했다. 그는 "청와대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던 근거가 <요미우리 신문>이 인터넷판 기사를 삭제했기 때문이었다"며 "(당시 보도가)사실이었다면 인터넷판 기사를 내릴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 신문>의 변호인단 측은 "이 사건이 정치적인 의도 내지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 사건과 관련이 없으니 합당한 증인 신청인지 재판장이 가려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동관 전 대변인을 증인으로 채택할 이유가 없다"며 증인 신청 및 통역관 조회 신청은 기각하고 <요미우리 신문>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삭제한 이유에 대해서는 참고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법정에서 안 밝히면 나중에 독도 문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

원고인 시민소송단측이 이날 재판 중 특히 강조했던 것은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소송단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었다.

피고인 <요미우리 신문> 측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자신들이 허위 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송을 제기한 시민소송단이 원고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시민 소송단이 원고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내릴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기각되고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가 허위 보도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확인이 불가능해진다. 

이재명 변호사는 "<요미우리 신문>이 대한민국 국민이 무슨 피해자냐고 하는데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며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면 <요미우리 신문>은 (허위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최후 변론에서 법원측에 어느 쪽이 이기든 사건의 진실을 해명하고 시비를 가려줄 것을 요청했다.

"(원칙적으로 사실 증명은 피고가 해야 하는데) 피고인 요미우리 측은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 요미우리의 보도가 허위라는 (사실에 대한) 판시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이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국제 소송이나 분쟁에 (한국 대통령이 독도의 '다케시마'표기를 묵인한 것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재판을 지켜본 정성균씨는 "국민 주권에 관한 얘기니 반드시 끝을 봤으면 한다"며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증인으로 나와서 법정에서 선서하고 들은대로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아무개씨 역시 "재판을 보니 정부에서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좀 밝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선고는 오는 4월 7일 오전 10시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요미우리 신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시민소송단
 <요미우리 신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시민소송단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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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 문제에 소극적인 청와대 태도 이해할 수 없다"

재판이 끝나고 시민 소송단 측은 재판정 바깥 복도에서 재판 중 발언했던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이재명 변호사는 재판부로부터 기각될 것을 알면서도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 증인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말했다.

"민사에서는 사실의 증명을 피고가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고의 증인 신청은 기각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 (그러나 이 일은) 역사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일본 총리가 '너희 땅 우리 거라고 교과서에 쓰겠다'고 한 것은 일종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 청와대가 (단순 부인 이외에)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 차원에서) 당연하게 취해야 할 법적 조치가 되지 않고 있는 거다."

이재명 변호사는 "이번에 문제가 된 대통령 발언의 무게를 생각했을 때 (이 사건이) 기각 된다는 것은 한국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라며 "만약 패소할 경우 계속 항소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소송단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소송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시민소송단 대표자인 채수범 시민정치연합 국장은 "한나라당에서 지방선거 운운하며 정치적인 의도라고 하는데 이 사건을 맡은 것은 2008년 8월이고 소송 준비를 한 것은 2009년 1월"이라며 "그때 이재명 변호사는 민주당 부대변인이 아니었다"며 "이번 소송에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3월 20일에 서울역 광장에서 만납시다"

2년 전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 시민이 시민들로 구성된 소송단을 만들어  대통령 발언을 보도한 일본 신문에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시민소송단이 이기면 <요미우리 신문>에, 시민소송단이 지면 이명박 대통령측에 치명적인 '화끈한' 구도다. 시민소송단 대표를 맡고 있는 채수범 시민정치연합 총무국장을 만나봤다.

<요미우리 신문>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시민소송단 대표 채수범씨.
 <요미우리 신문>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시민소송단 대표 채수범씨.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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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소송을 준비하게 됐나.
"2008년 7월 15일에 이 대통령 발언이 보도되면서 이슈가 됐다. 보도를 보고 너무 분했는데 청와대가 '사실 무근'이라고 하니까 더 이상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라도 나서야겠다고 생각해) 2008년 8월부터 개인 블로그를 통해 소송에 참여할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를 받아서 시민소송단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시간이 오래 걸려서 2009년 1월에야 소송 준비에 들어가게 됐다."

- 소송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아고라 관련 책을 낸 적이 있는데 거기서 나오는 인세와 카페에서 휴대폰 고리 판 돈을 지원해 줬다. 나머지 경비는 개인적으로 부담했다. 변호사 수임료를 마련한 다음에 변호사를 구하려고 했는데 아무도 해준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재명 변호사가 무료 변론으로 도와주겠다고 해서 지금 변호를 맡기고 있다. 소송에 들어간 비용은 1886명 시민소송단의 소송에 필요한 수입인지 대금 약 180만원. 나머지는 차비 정도다."

- 첨예한 이슈로 떠올랐는데도 지상파 3사가 이 건을 보도하지 않아서 누리꾼들의 비판이 거세다.
"요즘 이만한 이슈가 없는데 보도 하지 않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MBC마저 보도를 하지 않아 모종의 압력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 공판은 방송사들이 취재하러 왔는데, 오늘 방송에 나오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 4월 7일 있을 법원 선고 이전에는 어떤 활동을 벌일 계획인가.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3월 20일 토요일 오후 3시 30분에 서울역 광장에서 시민정치연합 주최로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진실을 알리는 시민들', 진보연대등의 단체들과 함께하는 '요미우리 규탄 독도 수호 범국민대회'를 진행한다. 그 후에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과 함께 토론회를 할 예정이다. 


태그:#요미우리, #이명박, #시민소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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