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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후 2년이 지난 지금 현실 대중 정치에서 진보신당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한다. 언론에서는 노회찬·심상정 대표 투톱 체제의 한계와 1~2%대의 지지율을 한계로 지적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창당 1년 만에 국회의원을 배출했고 2년 만에 당원 2만 명을 헤아리는 정당이 됐다. 오히려 현실 정치적 목표가 앞서나가는 한편, '이상 정치 복원'이라는 또 다른 목표가 저발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 장석준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

 

"답답하다. 장 실장은 지지율 1~2% 정도로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했다. 그러나 지역에서, 대중 속에서 '골목정치', '시장정치'하는 사람과 연구소와의 괴리가 이렇게 큰가 싶다. 연구소의 인식이 저렇다면 한 사람의 지지자를 만들어야 하는 우리에겐 정말 갈 길이 너무 멀구나 싶다. 발바닥으로 뛰는 사람으로서 난감하다는 뜻이다."

- 박창완 전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

 

16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진보신당의 열린 창당 2주년 기념 토론회 '진보의 재구성과 진보대연합' 토론회에는 현실과 원칙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만 하는 '두 살배기' 진보신당의 고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현재 민주당 등 야 5당과 시민사회 4곳(민주통합시민행동, 희망과대안, 시민주권, 2010연대)이 진행 중인 선거연합 논의, 이른 바 '5+4 회의'에서 진보신당이 '따로' 튀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현실적으론 당의 '간판급 스타'인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가 각자 출사표를 던진 서울·경기도에 입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 지지율이 3~4%를 밑도는 등 당의 존재감이 점차 약화되고 있어 이들의 당선이 향후 총선에서의 당 인지도를 좌우할 수 있다. 야 5당의 협상 과정에서 '선 정치적 조율'을 강조하는 것도 지지율에서 다소 떨어지는 전·현직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볼 땐 '묻지마 연대'로 '진보의 재구성'을 외치고 새 깃발을 세운 당의 정신을 훼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그 누구도 쉽게 시비를 가릴 수 없다. 단지 각자의 생각에 따라 우선순위만 다를 뿐이다.

 

[원칙] "'진보 재구성' 창당정신 모순된다면 '5+4 회의' 참여하지 말아야"

 

이날 발제를 맡은 장석준 실장은 "단기의 정치를 위해 장기의 정치를 희생시키지 말자"고 주장했다. 당의 창당정신에 충실하기 위한 장기적 준비를 하자는 게 요지였다.

 

참여정부의 한계, 민주노동당의 한계, 2008년 촛불항쟁,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제기된 '진보의 재구성' 화두에 부응하기 위해선 "씨앗을 뿌리고 돌보며 추수하는 데 한 세월 족히 걸릴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장 실장은 또 "작금의 연합 및 통합 논의들은 필연적으로 진보 재구성이 요구하는 장기 시간 지평의 정치를 희생시킨다"며 "매번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해 이합집산을 거듭한다면 5년, 10년 뒤를 내다보며 묵묵히 자신의 프로그램을 실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5+4회의' 참여에 대한 원칙론적인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이어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나 '진보대연합'을 당론으로 정한 진보신당이 '5+4회의'에 참여한 자체가 잘못이었다"며 "현장이 반 한나라당 연대를 요구하는 측면이 있더라도 '진보 재구성' 화두에 모순된다면 진보신당은 독자적인 진보정치의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도 이 같은 주장에 일부 동의했다. 그는 "선거가 다가오면서 진보정당이 제1야당을 돕는 '수혈(授血) 정당'으로 되돌아가는 등 지방선거가 진보정치를 무덤으로 이끌고 있다"며 "현재의 민주대연합 논의는 새로운 야당의 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새로운 야당의 전망을 차단하고 막는 결과가 됐다"고 비판했다.

 

한화갑의 '평화민주당', 심대평의 '국민중심연합' 등 지방선거용 정당이 잇달아 창당되는 '정치 대분열의 시대'라는 객관적 환경 인식도 이 같은 판단에 한 몫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복지 담론의 전향적 확산, 신자유주의 위기에 대한 전반적인 공감대, 기성정치의 분열 등 분단 이래 이처럼 진보정치를 하기 좋은 환경이 있느냐 싶다"면서 "그럼에도 진보정치세력이 주체로 서지 못하는 까닭은 분열에 같이 휩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진보대연합 논의도 전혀 부상하지 못했다, 진보정치세력이 다시 서기 위해 장기적 전망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며 "단기적 접근은 보수정당체제를 더 강화해주고 자기 발목을 잡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5+4 회의' 이탈은 당을 현 구도에서 급속히 주변화 시킬 것"

 

'현실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정당은 철저하게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서 있어야 한다"며 "진보정치가 꽃 필 수 있는 환경에서 소수 정파도 아닌 정당이 지지율 1~2%밖에 못 얻은 것은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다"고 몰아붙였다.

 

이 대표는 "원칙만 갖고 있고 유연하지 못하면 무모한 것"이라며 "현재 야만적인 시장국가를 복지 국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진보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장은 진보정치세력이 자유주의세력을 견인해 복지국가를 만들 여건을 만들고 그를 주도할 수 있도록 지방선거 이후 2년 동안 덩치를 불리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며 "정당은 당장 권력을 잡아야 한다, 집권을 하지 못하는 정당은 불임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진보신당의 무한한 상상력과 이론적 모색에 대해선 존경심을 갖고 있으나 그것은 현실에서의 정치적 능력으로 연계돼야 한다"며 "대중 정치인을 상상의 사슬 속에 가두어놓지 말고 현실 속에서 풀어주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과)는 "'5+4회의'에서의 협상이 여의치 않을 때 당이 이탈·위협 전략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탈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신당이 이탈하게 된다면 (현 정치 구도에서) 급속히 주변화될 것"이라며 "민주대연합 논의는 이후 3년 동안 리얼리티로 존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그러나, "이 국면을 수세적이 아니라 공세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연합정치 구도가 부각된 이유는 '반독재 중도자유주의 정당'인 민주당의 헤게모니가 깨졌고, 그를 대체할 진보정당의 주체역량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상호 필요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이에 따라 진보신당이 민주대연합 혹은 진보대연합의 구도에 얽매이기 보단 '반독재 중도자유주의 정당'에 대응할 수 있는 '민주주의 좌파' 연합정당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옳다고 제언했다. 지금의 '5+4 회의' 이후 진보대연합 논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출발점 강조한 '간판선수'들 "깊고 강한 뿌리를 만드는 데 집중하자"

 

한편, 토론회에 앞서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는 당의 2주년을 격려하며 '출발점'을 강조했다.

 

노 대표는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몰두하게 될 때 한국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자연의 법칙대로 봄은 결국 오고 만다는 신념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걸어가자"고 호소했다.

 

또 "진보신당은 진보정당 10년에 대한 반성적 성찰, 수십 년 된 낡은 정치 카르텔을 깨기 위한 몸부림으로 태어났다"며 "두 번의 겨울을 힘차게 겪어낸 진보신당이 민주주의의 새 봄을 반드시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심 전 대표 역시 "진보신당은 아직 두 돌밖에 안 된 여리고 작은 나무"라며 "이 뿌리가 아직 약한데 꽃이 만개하길 바란다면 진보의 나무는 뿌리가 뽑힐 것이다, 오직 깊고 강한 뿌리를 만드는 데 집중하자"고 격려했다.

 

그는 "비록 여의도 정가에서는 진보정치가 왜소하지만 삶의 현장에서는 진보정치의 분발을 촉구하는 우렁찬 함성을 듣고 있다, 진보신당의 꿈이 우리 국민 모두의 꿈이라고 확인한다"며 "오직 국민들만 보고 앞으로 가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진보신당, #창당2주년, #지방선거, #5+4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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