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파트 로비 게시판에 색다른 게시물이 붙었습니다. '황당 사건, 쓰레기 투척'이라는 큰 활자로 된 제목 밑에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우리 집이 속한 라인의, 2층 이상의 어느 집에서 베란다 창 밖으로 투척한 쓰레기봉투가 1층 집 베란다 난간에 부딪쳐 피해를 주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진도 두어 장 붙었는데, "분유통도 보이니 어린아이가 있는 집 같군요"라는 말도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젊은 부부? 젊었거나 늙었거나 그런 사람들과 같은 아파트에서 산다는 사실에 묘한 공포감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차를 가지고 다니다 보면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들을 무수히 보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노라면, 도대체 부모에게서 뭘 배웠고 자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 사람들인지 궁금해지곤 하지요. "세상이 온통 쓰레기통인 줄로 안다는 건 자신도 쓰레기라는 표현일 거야"라는 말을 아내에게 한 적도 있습니다.

       

아파트 마당 한켠 분리수거 쓰레기통들이 있는 곳에는 음식물 쓰레기통들도 여러 개 있는데, 뚜껑들에는 하나같이 "반드시 이물질(비닐봉투·패류·뼈 조각)등을 제거한 후에 배출하셔야 합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그것으로는 효과가 없어 아파트 부녀회에서 "음식물 쓰레기통에 비닐봉지, 조개껍질 등을 버리지 마세요!"라고 쓴 현수막을 설치했지만,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

 

한 번은 젊은 여성이 "글을 못 읽는 할머니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요"라고 노인들 탓을 했는데, 아파트 미화원 아저씨는 "할머니들은 쓰레기통 안을 들여다보고 버리기 때문에 분리수거를 잘 하는데,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안 지켜요"라는 말을 하더군요.

 

언젠가 한번은 옷을 맵시 있게 차려입은 젊은 여성이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옷에 닿지 않게 조심하며 들고 와서는 음식물쓰레기통 안에 그대로 버리고 가다가 내 노친께 걸린 적이 있었지요.

 

"그게 뭐라는 행동이여? 나같은 늙은이도 쓰레기를 제대로 버릴 줄 아는데,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젊은 사람이 그게 뭔 짓이여!"

 

하지만 그 여성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종종걸음을 치더니 날씬한 승용차에 사뿐 오르더군요.

 

요즘엔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노친 생각이 납니다. 노친께서 집에 계시지 않는 지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는 더욱 허전하고 우울해지는 기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천주교 대전교구의 <대전주보> 14일(사순 제4주일)치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난에 실린 글입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일 것 같아 여기에도 올립니다. 


태그:#쓰레기, #분리수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