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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전 제주도 지사의 민주당 공천 여부를 놓고 논란이 한참이다. 성추행 전력이 있는 우 전 지사를 오는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제주도 도지사 후보로 공천하고자 하는 민주당 당지도부의 판단과 관련해서다.

 

제주 지역 여성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우 전 지사가 이미 대법원 판단까지 끝난 바 있는 성추행 논란에 대해, 정면으로 이를 부인함으로써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우 전 지사는 13일 오후 제주도지사 선거 예비후보 사무실 개소식에서 "저 우근민 성범죄 전력을 갖고 있지 않고 더더욱 성추행범은 결코 아니며 2002년 5월 7일 검찰은 성희롱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기 때문.

 

우 전 지사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4일 오후 영등포 민주당사앞에서 집회를 갖고 당 지도부에게 우 전 지사에 대한 공천을 철회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우 전지사의 발언 '진실 밝히기'인가 '오리발'인가

 

우근민 전 지사의 영입과 관련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7일 그의 복당을 의결하면서 우 전 지사가 제출한 '소명자료'를 사실상의 반성문으로 받아들였다. 소명자료를 근거로 우 전 지사가 자신의 성희롱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고 받아들였던 것.

 

하지만 우 전 지사의 '소명자료'에 쓰여져 있는 문맥적 용어와는 달리 우 전 지사의 속내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자신이 지난 2002년 자신의 집무실에서 여성 민원인을 성희롱 했다는 행위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듯하기 때문.

 

13일 개소식에서의 발언에 앞서, 문제가 불거질 당시인 지난 2002년 도지사로 재직 중이던 우근민씨는 피해자인 고아무개와 이를 문제 삼고 있던 제주 여민회 대표 등에 대해 자신의 결백을 내세우면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제주지검에 고소한 바 있다.

 

13일 후보사무실 개소식에서 우 전 지사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내세운 '2002년 5월 7일 검찰은 성희롱을 보기 어렵다고 했다'는 주장은 바로 당시 이 고소 사건에서의 검찰 결정이 아닌가 한다.   

 

우 전 지사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이같은 근거가 얼마만큼이나 진실과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들여다 보아야 할 것 같다. 일단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사건이 일어난 지 8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우 전 지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2006년 대법원 상고사건 판결문을 들여다 보면 이같은 우 전 지사의 주장은 그 정당성이 현저히 결여된다.

 

대법원 사건은 2002년 7월 29일 여성부가 '제주도지사 성희롱'으로 결정을 하였고 그 해 8월 28일 도지사이던 우근민씨는 이에 반발해 여성부에 이의를 신청했으나 10월 21일 여성부는 우씨의 재심신청을 기각했었다.

 

우씨는 이같은 여성부의 결정에 반발해 같은 해 10월 29일 서울행정법원에 '남녀차별 개선위원회결정 내지 재결 취소'라는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동 법원은 2004년 5월 20일 원고(우근민, 제주도)패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2005년 9월 16일 있었던 항소심 선고에서도 기각 결정을 그리고 2006년 12월 21일 대법원에서도 우씨의 상소를 각각 기각했었다.

 

대법원 판결문 들여다 보니... 우근민 주장 정당성 결여 

 

우 전 지사의 이같은 변명이 합당한 것일까? 우 전 지사의 대법원 판결문을 들여다보면, 당시 대법원 1부(재판장 전수안 고현철)는 우 전 지사의 법리를 오해 했다는 상고이유에 대해 '성희롱 요건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사건의 진실과 관련 가장 주요한 쟁점인 '채증법칙 미진'을 든 상고이유를 다투면서 논란의 핵심인 '우근민 당시 도지사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여성을 성희롱 했는가' 여부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린 바 있다.

 

"2002년 1월 25일 15:10경 제주도지사 집무실을 방문하여 원고(우근민)와 면담을 하면서 직사각형 형태의 회의용 테이블에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원고의 왼쪽에 90도 각도로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던중 원고가 참가인의 오른쪽 옆으로 다가와 왼손으로는 참가인(고 아무개)의 목 뒷부분을, 오른손으로는 어깨를 잡은 후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 참가인의 왼쪽 가슴을 만졌고 참가인은 원고의 오른손을 잡아 뿌리친 사실과 관련 이를 인정한 1,2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대법원은 계속해서 "원고가 두 손을 참가인의 양 어깨에 얹고 가볍게 누른 정도의 행동을 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참가인의 가슴을 만졌는지 여부다", "원고가 겉옷 단추를 풀고 가슴을 만졌는지 아니면 겉옷위로 만졌는지 여부는 반드시 필요한 쟁점사항이 아니다"고 판단했었다.

 

'단추를 풀고 만졌든지' '옷 위를 더듬었든지' 무슨 차이?

 

우 전 지사가 자신의 결백을 8년 동안이나 주장하고 있다지만 과연 도지사의 집무실에서 그것도 일과가 한참인 오후 3시경 자신을 만나러온 민원인의 가슴을 만졌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자신 스스로도 '가슴을 만졌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겉옷 단추를 풀고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졌다'는 고씨의 주장과 그 어떤 차이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 행위의 차이는 오십보 백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2년 당시 여성단체들에 의한 진정사건에서 검찰의 성희롱 무혐의 처분은 항용 힘있는자들의 편에만 선다는 평가를 받는 검찰의 전형적인 결정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우 전 지사의 주장은 궤변에 불과한 게 아닌가 한다. 아니 두 손바닥으로 진실이라는 하늘을 가릴려는 어리석은 행동에 불과할 뿐이다.

 

해서다. 이같은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를 후보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단언컨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우 전 지사의 영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혹여 제주도 도지사 선거에서의 승리라는 작은 이익은 취할 수 있을는지는 몰라도 '도덕성'이라는 무기로 골리앗 한나라당에 맞설 수밖에 없는 민주당으로서는 자신들의 값비싼 무기를 스스로 시궁창에 처박아 버리는 자해 행위에 불과할테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우근민,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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