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한민국 천주교 주교 다섯 분과 1500여 사제분들께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선언하고 국민적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로마 교황청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불교 조계종 스님들의 반대도 거세다.

11일 입적한 법정스님도 살아 생전 "대운하 계획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를 위협하고 파괴하려는 끔찍한 재앙"이라며 "이런 무모한 구상과 계획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개신교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지난 2월부터 매일 '생명의 강 살리기 하루 금식 사순절 연속 기도회'를 열고 있다.

여기에 원불교까지 참여한 4개 종교의 '운하 백지화 종교환경회의'는 "4대강 사업은 강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것이며 그 결과 한반도 전체에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이고 "생명을 보살피는 일은 종교인의 신성한 의무인 만큼, '생명의 강'을 위한 4대 종단 공동 기도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70% 이상의 국민들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범국민적, 범종교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은 강행되고 있다. 지난 2월 내가 속한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나는 정종환 장관과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등에게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4대강 사업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무모한 의지와 과반을 훨씬 넘는 169석의 거대 공룡 한나라당이 맹목적으로 대통령의 그 무모한 의지를 따라가는 한 야당의원의 외침과 국민 여론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개발에 따른 환경 훼손과 반만년 동안 한반도에 존재했던 생태계의 희생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돌관자의 갈퀴손을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지만 돌관자는 그 험악한 갈퀴손을 멈추지 않는 현실에서 금강을 향한 나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물놀이터가 될 대덕보!

새벽에 안산을 출발했지만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새여울'이라는 고운 우리말 이름을 가진 신탄진에 도착했다. '새여울'에서 바라본 금강은 여울을 따라 만들어진 하중도와 모래톱들이 곳곳에서 그 눈부신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정현 사무처장,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분들과 함께 가장 먼저 대덕보를 찾았다. 대청댐 보조댐에서 불과 4km 밖에 안 되는 곳에 위치한 대덕보는 원래의 4대강 사업에는 없었다. 단지 대전 대덕구청에서 물놀이를 위해 만들려고 했는데 현재는 시민단체의 반대로 잠시 보류된 상태라고 한다.

함께 했던 박정현 사무처장은 "이미 대청댐과 대청댐 보조댐으로 인해 안개가 많아지고 있고 바로 옆에 타이어 공장도 있는데, 지금 대덕보가 들어서면 일조량 감소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더 커지고 악취와 대기오염 역시 더 심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대덕보는 용수확보를 위한 것도, 홍수방지를 위한 것도 아니다. 단지 물놀이를 위해 물을 가두어 두려는 것이다. 여름 홍수기에 대청댐 보조댐에서 물이 방류되면 이 물놀이라는 용도마저도 폐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대덕구청의 그 단순함과 무모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금강 사업과 관련해 국토해양부·환경부 등 정부 관계자, 건설시공사, 대전충남녹색연합 등 시민단체 여러분과 간담회를 가졌다.
 금강 사업과 관련해 국토해양부·환경부 등 정부 관계자, 건설시공사, 대전충남녹색연합 등 시민단체 여러분과 간담회를 가졌다.
ⓒ 김영환

관련사진보기


금강이 간직한 역사를 오늘 우리가 묻어버릴 수는 없다

천리길 397.25km를 비단결 같은 물결이 굽이치며 흐르는 강, 금강(錦江). 한강, 낙동강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강이지만 물줄기가 거칠지 않고 높지 않은 산들과 기름진 옥토가 있어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던 곳. 하지만 금강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북쪽으로 역류하는 강이다. 전라북도 장수군 신무산 '뜬봉샘'에서 발원해 충청을 가로지른 후 서해안으로 흘러나간다. 서울을 향해 활을 그리듯 흘러 한때는 '반역의 강' 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 저항의 강은 숱한 슬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보국안민(輔國安民), 척양척왜(斥洋斥倭)를 외치며 죽창을 높이 들었던 동학농민군은 우금치 마루에서 일본군의 기관총에 무참히 살육당하고 패배했다.

한강에서 시작된 백제의 700년 역사는 금강에서 나당연합군에 의해 그 최후를 맞았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마(白馬)의 머리를 미끼로 써서 백제를 지키던 용을 낚았다고 해서 붙여진 치욕의 이름은 '백마강'이었다.

사비성(부여)에서 웅진성(공주)으로 옮기면서까지 저항을 계속하던 의자왕은 수하 장수의 배신 때문에 포로가 되어 당나라로 끌려갔다. 그러나 역사는 사치와 패덕으로 인한 망국의 왕으로 기록하였다.

의자왕의 저항이 새롭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백제 멸망 후 1350년이 흐른 지난 2008년 중국에서 발견된 하나의 비석이었다, 하지만 이 비석의 주인은 배신의 대가로 중국에서 관직까지 받고 평생을 호사스럽게 살다간 배신의 장수 '예식'이었다. 배신자의 비석이 의자왕의 명예회복의 근거가 되다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 자체가 역사인 금강에서는 오늘도 곳곳에서 문화재 발굴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이 역사의 강에 이명박 정부는 총 2조 4727억원을 들여 130km에 걸쳐 5천만㎥를 준설하고, 금남보·금강보·부여보 3개보도 모자라 대덕보를 추가했다. 117km의 제방을 보강하고, 248km의 자전거도로를 만들려고 한다.

이렇게 금강을 파헤치고 물길을 막아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아직도 선연한 백제의 역사를 묻고, 동학농민군의 저항과 혁명의 정신을 묻으려는 게 아니라면, 지금도 파면 나오는 마한의 역사와 청동기의 유물, 구석기 시대부터의 그 아득한 이 땅의 삶의 자취를 묻으려는 게 아니라면 지금 이렇게 금강을 훼손할 수는 없다.

시화호의 재앙을 또다시 되풀이 할 수는 없다

대우건설이 지난 해 11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제출한 실시설계서에 따르면, 금남보 설치 후 직접적 영향을 받는 상류 연기지역의 2030년 수질 예측 결과는 놀라왔다. 인의 총량(T-P)은 현재 0.235㎎/ℓ에서 0.239㎎/ℓ으로, 질소의 총량(T-N)은 6.371㎎/ℓ에서 6.375㎎/ℓ으로, 녹조현상의 척도인 클로로필-a수치는 31.659㎎/㎥에서 33.428㎎/㎥으로 5.59% 증가한다.

부영양화와 녹조현상으로 인해 수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 예측조차 금강의 수심을 4m로 유지한 상태에서 모든 오염물질 제거장치를 동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최근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오염도가 본류보다 더 높은 지천인 갑천·미호천이 금강과 만난 뒤 금남보에 갇히면 온도가 오르고 산소가 부족해져 수질이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남보 현장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와 현장 시공사 관계자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보를 설치한 후 오히려 수질이 개선된다는 환경부 관계자의 확신에 찬 대답은 우리 모두를 아연실색케 했다. 흐르는 강에 보를 설치해 호수로 만들면, 당연히 유속이 느려지고 수질은 악화된다. 이것은 상식이다.

금남보 건설 현장. 매스콘크리트를 까는 등 ‘보’ 본공사가 한창이었다.
 금남보 건설 현장. 매스콘크리트를 까는 등 ‘보’ 본공사가 한창이었다.
ⓒ 김영환

관련사진보기


국토해양부에서조차 댐이나 보 등의 인공구조물 축조에 따른 흐르는 물의 담수화는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부영양화가 일어난다고 밝히고 있다. 무모한 확신이 상식을 뒤집을 수는 없다.

아이티와 칠레의 지진, 새해 벽두에 맞은 우리나라의 대폭설, 인도네시아의 쓰나미에서 우리가 이미 경험했듯이 인간의 능력으로 자연을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200년 만에 한 번 올 수 있다는 규모의 홍수를 소양강댐은 이미 세 번을, 충주댐도 두 번이나 넘겼다. 분명 우리는 자연 앞에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현대건설 60년사'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CEO 시절 현재 4대강 사업과 유사한 여러 사업을 해냈다. 시화방조제를 만들었고, 낙동강하구언·영산강하구언을 만들었다. 연천댐도 만들었다. 그래서 4대강 사업 정도는 쉬운 일로 여길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경험 없는 사람들의 억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만든 시화방조제는 실패로 끝났다. 원래 담수호로 만들어졌던 시화호는 심각한 수질오염으로 죽음의 호수로 변해갔다. 악취는 코를 찔렀고 물고기는 수십만 마리씩 떼죽음을 당했다. 담수호를 포기하고 바닷물을 순환시키고 나서야 겨우 수질오염을 멈출 수 있었다. 시화호의 교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983년 3월 착공해 1985년 2월 완공된 연천댐은 96년과 98년 집중호우로 범람해 댐 일부가 무너졌다. 때문에 연천군 주변 농경지와 주택은 물론 가까이에 있는 파주시, 포천시까지 큰 홍수가 발생했다. 연천댐은 1998년 8월부터 발전이 중단되었고, 2000년 5월 25일 결국 철거되었다.

낙동강·영산강 하구언도 바닷물의 역류는 막았지만 생태파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강 흐름이 차단되면서 낙동강과 영산강은 심각한 수질 악화로 몸살을 앓았다. 녹조현상이 일어나고, 어종은 급감했다. 수심의 저층은 무산소 상태가 되어 물고기들은 허옇게 배를 뒤집고 죽어갔다.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였던 낙동강 하류에서 철새 대부분이 떠나갔다.

그밖에 현대건설 CEO로서 이명박 대통령이 만들었던 대청댐, 충주댐, 봉화소수력발전소, 덕동댐 등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생태계가 파괴되거나 제 기능을 못해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4대강 사업을 지금처럼 졸속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이와 같은 과거의 폐해는 이제 한반도 전체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과거 우리는 CEO 이명박에게 그와 같은 공사가 초래한 생태적, 환경적, 역사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아니 물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통령 이명박은 다르다. 4대강 사업의 反환경적, 反생태적, 反역사적 책임은 올곧이  이명박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고 우려하는 4대강 사업을 건설사 CEO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그리고 그 강행은 오만과 독선이 되고 있다.

곰나루의 아름다운 모래톱은 지켜져야 한다

대덕보·금남보에 이어 금강보를 들렀다. 답사 전인 3월 2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금강보 공사현장이 흙탕물로 범람했다고 했다. 환경오염방지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거나 관리소홀로 인한 유실 등으로 각종 오염물질 등이 금강 줄기로 그대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었다. 2중으로 설치되어야 할 오탁방지막 중 1개는 사라지고 나머지 한쪽도 뚫려 있어 흙탕물이 그대로 하류로 흐르고 있었다고 한다.

현장을 들렀을 때는 언론보도 때문이었는지 어느 정도 손을 본 상태였다. 하지만 수리모형실험도 제대로 끝내지 않은 금강보의 공사는 이미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법적 절차는 무시한 채 한쪽에서는 문제를 덮고, 한쪽에서는 공사를 진행하는 그들의 속도전과 강행군이 놀라울 뿐이었다.

공사를 재촉하기 위해 금강보 공사현장에 설치된 CCTV. 모든 공사현장을 24시간 감시중이다.
 공사를 재촉하기 위해 금강보 공사현장에 설치된 CCTV. 모든 공사현장을 24시간 감시중이다.
ⓒ 김영환

관련사진보기


금강보에서 불과 얼마되지 않은 곳에는 곰나루와 곰사당이 있다. 곰나루는 한 나무꾼이 여자로 변신한 암곰에게 잡혀가 부부의 인연을 맺어 두 명의 자식까지 두었으나, 나무꾼이 도망가 버리자 그것을 비관한 암곰이 자식과 함께 금강에 빠져 죽었다는데서 유래되었다. 그리고 그 곰이 자살한 후 배가 이곳을 지날 때면 풍랑이 일고 변고가 끊이지 않아 곰사당을 지어 곰의 영혼을 위로했다고 한다.

곰나루. 즉 웅진(熊津)은 백제 역사의 중심무대다. 금강변의 넓은 백사장과 솔밭, 나루 북쪽의 연미산과 함께 아름다운 경관을 가지고 있고 역사 문화적 가치도 뛰어난 곳이다. 때문에 2006년 12월 4일 명승지(제21호)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금강보가 건설되면 곰나루 모래톱의 90% 가량이 잠긴다고 한다. 그렇게 잠길 모래톱을 보존하기 위해 다시 모래를 부을 예정이라고 한다. 역사와 전설, 자연이 깃든 이 아름다운 모래톱은 이제 포클레인의 갈퀴손에 의해 인공의 모래밭이 될 것이다. 자연의 모래톱을 없애고 인공의 모래밭을 만드는 그들에게 자연은 무엇인가! 그리고 역사는, 전설은.

내가,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선명히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곰나루의 넓고 아름다운 모래톱이 90%가량 잠긴다고 한다. 금강보 건설현장이 멀리 보인다.
 곰나루의 넓고 아름다운 모래톱이 90%가량 잠긴다고 한다. 금강보 건설현장이 멀리 보인다.
ⓒ 김영환

관련사진보기


돌관자의 갈퀴손만큼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백제 멸망의 슬픈 전설을 간직한 낙화암 바로 옆, 부여보가 들어선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제대로 다루지도 못했던 백제의 슬픈 역사도, 전설도, 동학농민군의 한 서린 외침도 혼탁한 물 속에 잠기게 될 것이다.  

오는 4월 19일, 신자 500여분과 함께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이 금강을 답사할 예정이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생명의 강을 살리는데 앞장서는 그분들의 헌신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나도 나의 역할을 다 할 것이다.

포클레인의 굉음에 금강이 망가지고 있다. 오늘 돌관자의 갈퀴손이 아무리 거칠고 강력하다 하더라도 우리가 힘을 합해 막아내야 한다. 다시 금강의 활시위를 당겨야 한다. 내가, 우리가 화살이 되어서라도 돌관자의 갈퀴손을 막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껏 당겨진 금강의 활시위는 독화살을 품고 우리와 우리의 미래를 겨냥하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김영환(국회의원, 국토해양위원회, 민주당 4대강저지특위)은 1월말 2박3일간의 낙동강 답사에 이어 2월 6일 한강, 3월 5일 금강을 답사했다. 4대강 죽이기 사업의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강가를 걸으며 생태를 직접 경험했다. 영산강 현장도 곧 둘러볼 예정이다.



태그:#김영환, #4대강, #돌관자, #금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