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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한국 사회 경제가 흔들렸다. 많은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잘리게 되었고, 국가의 재정 부족으로 IMF라는 기관을 통해서 외국에 돈을 빌리기도 했고, 경기 침체로 소비자의 소비는 줄고, 기업의 투자는 급속히 떨어졌다.

 

경제 위기를 맞은 한국 사회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체제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였다. 노동의 유연화를 통해서 기업가들이 임금에 투자하는 돈을 최소화했으며, 무역에서 모든 부분을 개방하여 외국인 기업들이 한국에 마구 들어오기 시작했다.

 

1997년 이전까지 국가가 기업의 투자와 금융을 적절히 규제했고, 경제의 발전을 위해 국가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정책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1997년 이후 경제 위기의 원인이 국가의 개입에서 비롯되었다는 신화가 한국사회에 퍼지기 시작했고 급속히 신자유주의 체제로 바뀌게 된다.

 

한국 사회가 경제 위기 이후 급속히 신자유주의 체제로 이행했던 것은 선진국들의 입김이 컸다. 그 당시 세계적 흐름은 신자유주의 체제를 통해 자본과 노동의 유연화를 앞세운 국가가 선진국으로 대접 받았고(미국, 영국 등), 국가 주도의 경제 발전 전략을 가진 나라들은 후진국(중국, 북한, 쿠바 등)으로 낙인 찍혀있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위기의 한국 경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뿐이 라고 말하며 자유무역과 자유방임주의 경제 정책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던 것이다.

 

선진국의 경제 경장 비결이 자유무역과 자유방임주의였나?

 

<사다리 걷어차기>(장하준 지음, 부키 펴냄)에서는 현재 선진국들이 주장하고 있는 자유무역과 자유방임주의에 대해서 과연 자신들이 개발도상국일 때 사용했던 방법인가라는 의구심을 던진다.

 

먼저 장하준 교수는 18세기 상업혁명 이후 영국을 필두로 성장한 선진국들이 경제 성장 정책에 대해 말한다.

 

"영국은 널리 알려진 통념과 달리 여러 측면에서 산업, 무역, 기술ITT 정책의 개척자 역할을 했으며, 산업패권을 확고히 확립하고 자유무역을 채택한 19세기 중반까지 유치산업을 보호할 목적으로 산업, 무역, 기술ITT 정책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국가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18~19세기 이 나라들의 경제 체제는 현재 그들이 강조 하고 있는 자유무역과 자유방임주의는 아니었다고 장하준 교수는 말하고 있다. 오히려 국가가 발 벗고 나서 유치산업을 보호하였고, 자유 무역보다 높은 관세를 통해 국가의 실익을 따지는 보호주의 무역을 하였다.

 

장 교수는 이것을 통해 선진국들이 자신들이 경제 성장을 위해 썼던 방식을 개발도상국들에게 권하지 않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현재 만연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버리는 것은 다른 이들이 그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로, 매우 잘 알려진 교활한 방법이다."

 

신진국들의 사회적 정책 도입, 개도국보다 빨랐을까

 

작가는 1부에서 경제 정책과 경제 발전을 얘기하면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이었던 당시 그들의 경제 체제에 대해 얘기 하였다. 그리고 2부에서는 역사적 관점에서 선진국들의 제도와 경제 발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민주주의, 관료제도, 사법권, 재산권, 금융 제도, 사회복지 제도 등 이와 같은 사회 제도와 경제 정책들의 도입이 현재 개발도상국보다 빨랐을까? 작가는 역사의 사료를 통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있다.

 

예를 들면 보통선거권을 들 수 있다. 보통선거권에 대해 얘기하면 서양 사회의 민주주의의 도입이 매우 빨랐을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서양 사회에서 전체 국민의 투표권이 주어진 것은 평균 1945년 이후이다. 영국은 1918년이 되어서야 남성에게만 보통선거권이 주어졌고 그 이후 10년이 흘러 전 국민에게 투표권이 부여되었다. 미국 또한 1870년 남성들만의 보통선거권을 지정했지만 흑인들의 선거권을 박탈했다가, 1965년 이후 모든 사람들이 보통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경제 성장에 비해 개발도상국들이 보통선거권을 제정한 시기는 선진국보다 매우 빨랐다. 영국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 5357달러 였을 때 보통선거권이 주어졌고, 미국은 1만3316달러에 도입 되었다. 반면 한국은 1948년 777달러, 케냐 1963년 713달러, 콜롬비아 1957년 2382달러에 보통선거권이 도입되었다.

 

"경제 발전의 초창기에 있던 현 선진국들과 현 개발도상국들을 유사한 발전 단계에서 비교할 경우 당시의 선진국들은 매우 낮은 수준의 제도적 기반만 가지고 있었다. 당시 현 선진국들이 갖추고 있던 제도의 수준이 현 개발도상국들에게 강요되고 있는 '국제 기준'에 휠씬 못 미치는 것들이었음은 따라서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즉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도입된 선진국들의 사회적 제도를 개발도상국에게 주먹 구구 식으로 각 나라의 환경, 문화, 정치, 경제적 상황의 고려 없이 마구 도입하였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문제가 생기고 갈등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수준이 낮고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성장한 다음 추진하고 있는 현재 경제 정책과 제도를 본받으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각자의 환경적 특수성을 살린 경제 성장 필요

 

작가는 1, 2부를 통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선진국에 대한 부분을 언급한 다음 3부를 통해 '선진국의 경제 발전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주제를 통해 글을 마무리 하고 있다.

 

"먼저 선진국들의 경제 발전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 이것은 역사를 바로 잡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이 그들에게 합당한 정책과 제도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

 

"바람직한 정책과 제도가 겸비될 경우 성취 가능한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감안할 때 제도 개발은 더욱 권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요즘처럼 모든 국가들에게 특정한 영미식 제도를 강요하는 것과 같은 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각국의 경제 발전 단계 및 구체적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여건을 감안해서 어떤 국가에게 정확히 어떤 제도가 필요하거나 유용한지를 조사하는 보다 진지한 시도들을 감행해야 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 체제가 또 한 번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부시 정권이 막을 내리고 사회 대통합을 내건 오바마 정부가 들어섰고, 일본은 민주당이 50년만에 자민당으로부터 정권을 빼앗으며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부자 감세, 자유 무역, 공공부문 민영화 등을 정부가 내세우며 신자유주의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경제 성장에 올바른 정책인지 한 번 따져 봐야 한다. 혹시 선진국들이 한국 사회와 비슷한 위치에 올라와 있을 때 실패한 길을 우리 사회가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부키(2004)


태그:#장하준, #사다리걷어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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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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