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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젊은 것들'이라고 말하니 좀 쑥스럽다. 사실 나도 '요새 젊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소위 '불혹'이라는 40대지만, 나 자신도 주위로부터 "아직 어리구먼"이란 반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사람들, 아무리 학자고 교수고 날고 기는 '지성인'이라도 '장유유서'는 기본으로 깔고 있다. 

 

사실 어르신들이 보기엔 새파랗다. 나는 지금도 20대들과 술도 마시며 밤새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 20대들과 노래방 가서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들의 노래와 춤을 같이 따라하는 게 참 좋다. 그들과 노는 자리라면, 내가 더 설친다. 그래서 나는 '요새 젊은 것들'이라고 제목을 붙이니, 내가 괜히 '늙은 사람' 된 것 같아서 쑥스럽다.

 

"책 쓰면서 하는 발칙한 짓들 좀 보소"

 

책 <요새 젊은 것들>(도서출판 자리, 단편선․ 전아름․ 박연 공저) 저자들은 3명, 모두 20대다. 부제가 '발칙한 반란을 꿈꾸는'이다. 일단, 책 쓴 동기부터 발칙하다. "책을 쓴다니, 왠지 있어 보이잖아? (저자서문 11쪽)"라고 밝힌다.

 

솔직히 그렇다. '저자, 작가'라고 하면 있어 보이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그걸 아니라고 말하지 않고, 저자 서문에 당당히 밝힌다.

 

이 책을 쓰는 목표도 발칙하다. "책이란 '파는 물건'이니까, 우리 꼭 '팔릴 만한 물건'을 만들자(저자 서문 12쪽)"라는 게 그들의 합의사항이다. 책을 고귀한 인격도야의 길로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보면, "쯧쯧쯧, 요새 젊은 것들은 돈 밖에 몰라"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을 같이 만들어 가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멤버 중 하나가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버린다. 그것도 그 중 제일 막내인 '박연'이 말이다.

 

'나 모레부터 아프리카에 가… 나도 오늘 알았어'.

 

당췌 이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나 이틀 뒤 정말로 박연은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저자 서문 14쪽)"라고 당시의 상황이 설명된다. '책임' 강조하는 사회에서 '싸가지 없는 행동'으로 낙인찍히기 딱 좋다.

 

이 책을 1분기 4개월 만에 전광석화처럼 끝내 버린 그들. 3명의 저자가 9명의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참 많은 일들이 있다. 하지만, 4개월 만에 끝낸 것보다 더 발칙한 것은 자신들이 그렇게 빨리 끝낸 것은 "어린 친구들이 대개 그렇듯 본래 성격이 급한 탓이었다(저자 서문 17쪽)"라고 솔직담백하게 털어 놓는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저자 서문' 말미에 자신들이 인세 받으면 타악기를 산다느니, 구두와 코트를 산다느니 하는 것들을 다 밝혀 놓는다. 마지막 저자서문 멘트가 압권이다. "그간 인터뷰 정리 하느라 욕봤다. 이제 우리도 재미 좀 보자. 한 푼씩만 도와주세요. 네?(저자서문 19쪽)"란다. 노골적으로 발칙하다. 이런 '저자 서문'을 본적이 있는가.

 

일반적으로 저자란 사람들, 자신의 책에 무진장 자긍심이 강하다. 헌데 이 '젊은 것들'이 뭐라고 하는 지 좀 들어보소. "이 책을 읽고 감동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감동할 요소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고, 그저 정처 없는 수다들만 난무할 뿐이다. 이 책은 지침서도, 교본도, 문학 작품도, 사회과학 서적도, 아무것도 아니다.(저자 서문 15쪽)"라며 자신들의 책을 평가절하(?)하기에 바쁘다. 자신들의 책이 단지 도구에 불과하다고 선언한다.

 

"그들이 만난 '발칙한 젊은 것들' 좀 보소"

 

붕가붕가 레코드 곰사장을 통해 '요새 젊은 것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뻑'이 우리의 힘(70쪽)"이라고 당당히 쏘아댄다. '자뻑', 혹시 모르는 사람 있나 해서 말한다. '자뻑', 다른 말로 '설사, 똥샀다'이다. '고스톱'칠 때 먹은 것을 또 먹은 결과다. '자뻑'이 '젊은 것들'의 힘이란다.

 

소위 '고대녀'로 알려진 '김지윤'은 "20대 보수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일 뿐(110쪽)"이라고 꼬집는다. 그들은 "좌파든 우파든 진심으로 20대와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요(112쪽)"라고 말한다. "진보는 거대담론만 얘기할 뿐, 진정으로 진보가 20대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는 얘기하지 않는다고요(112쪽)"라며 서로 자위한다. "국가가 무엇을 해주기 전에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든 어른들의 말은 씨알도 안 먹힌다. 무슨 일만 생기면 "내 탓이로소이다"라던 종교단체들의 말도 들어설 자리가 없다.

 

고려대 경제학과생 '박가분', 그는 "스펙? 투쟁? 기존의 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117쪽)"며 이 시대와 당당히 '맞짱'을 뜬다. "남이 인정해주는 권위? 환상에서 벗어나라(128쪽)"라며 '충고질'까지 한다. '요새 젊은 것들'은 '학벌, 스펙, 투쟁' 등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위대한 요물인지 아직 잘 모르는 걸까. 소위 어르신들의 말대로 "아직 고생을 덜 해서 그런 것"일까.

 

"'다듬어야 한다'며 애 취급하는 문단, 어쩔 수 없지(157쪽)"라고 어른들을 향해 아량도 베푼다. 2005년 계간지에 20대의 새파란 나이로 문단에 등단한 소설가 '김사과'의 말이다. 자신을 '애 취급'하는 어른 문인들,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이해한다. 나이 한 살이라도 '젊은 내'가 이해하겠다는 이야기다.

 

패션 잡지 '크래커' 만드는 편집장 '장석종'. 그는 다른 잡지들이 광고 분량을 전체 책의 절반 가량 실을 때, 자신의 잡지는 5분의 1정도 싣는단다. 자신들이 싣는 패션은 "아예 브랜드가 없거나 빈티지이거나, 아니면 개인이 만드는 작은 브랜드들(181쪽)"이란다. 아예 말아먹기로 작정했나보다. 그들은 기업의 경영 목적이 '이윤 추구'라는 '기본도 모르는 것들'일까.

 

"서울이 중심이라고? 변화의 발원지가 바로 중심(206쪽)"이라며 겂 없이 도전장을 내민 '요새 젊은 것들'도 있다. 사교육의 중심가인 부산, 서울에서 봤을 땐 오지 부산, 거기서 '인디고 서원'의 '작은 혁명'에 동참하고 있는 팀장 '박용준'의 발칙한 발언이다. "행정부가 서울 떠나 세종시로 가면 혼란이 오고 큰일 난다"는 각하가 들으면 어떡하려고.

 

'좋아서 하는 밴드'는 4인조 거리 음악단이다. 그들은 "큰 무대, 대형 밴드? 그런 데 꿀릴 거 없다.(225쪽)"란다. 왜냐 '저것들'이 좋아서 하니까. 밴드를 해체하는 날은 바로 '좋아하는 마음이 없어지는 날'이란다. 그들은 당체 '책임감'도 모르고, '지 꼴리는 대로 사는 것들'일까.   

 

'발칙한 요새 젊은 것들'을 보면서

 

책에 있는 대로 그들은 소위 '88만원 세대'다. 즉 비정규직 월급액수 '88만원'이 '요새 젊은 것들'의 값어치로 전락한 사회라는 이야기다. '88만원'이란 숫자만큼이나 '요새 젊은 것들'에게 주어진 사회는 답답하다. 텔레비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요새 젊은 것'이 "청년 실업 문제 때문에 힘들다. 길이 없느냐"라고 묻자, 대통령은 "그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나도 젊었을 때, 환경 탓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이만큼 일구어 냈다"며 '동문서답'하는 것만큼 답답한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발칙하지 않으면 어쩌란 말일까. '발칙하다'란 말, 사전에 보니 "하는 짓이나 말이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하다."이더라. 한마디로 가르쳐 주는 대로 안 한다는 거 아닌가. 개그콘서트의 어느 개그맨이라면 바로 이랬을 것이다. "그 말은 '젊지 않은 것들'의 입장에서 본 것일 뿐이고."라고. 

 

난 이런 이야기들을 보면서, 공감을 넘어 좀 더 부추기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 좀 더 많이 발칙하고, 좀 더 세게 발칙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서평입니다.


요새 젊은 것들 - 발칙한 반란을 꿈꾸는

단편선.전아름.박연 지음, 자리(내일을 여는 책)(2010)


태그:#요새 젊은 것들, #도서출판 자리, #88만원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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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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