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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경칩이 하루 지난 3월 7일. 북한산성 14성문을 차례로 탐방하는 트레킹에 나섰다. 이른 봄을 알리는 절기 탓도 있었지만 본격적인 마라톤 계절을 맞이해 체력단련을 겸해 나선 산행이었다.

사적 제162호 북한산성은 총 14개 성문(암문 수문지 포함)이 남아 있다. 대서문, 가사당암문, 부왕동암문, 청수동암문, 대남문, 대성문, 보국문, 대동문, 용암문, 위문, 북문, 시구문(서암문), 수문지(문수문), 중성문이다. 산성을 따라 14개 성문을 모두 일주하는 거리는 약 13km정도. 소요시간은 약 7~8시간대다.

북한산성이 있는 삼각산은 단일 산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찾는 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곳이다. 삼각산 주능선을 따라 형성된 북한산성은 삼국시대 토성을 토대로 1711년 조선 숙종때 현재 규모의 석성이 완성된 이후 내년이면 축성 300년을 맞게된다.

북한산성은 내사산(북악산, 인왕산, 낙산, 남산)을 중심으로 옛 한양 도읍을 규정했던 '서울성곽', 북악산에서 삼각산 비봉능선으로 이어지는 '탕춘대능선 산성'과 더불어 2013년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신청을 추진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원효봉 정상에서 바라 본 산성과 염초봉,백운대,만경대,노적봉 전경
 원효봉 정상에서 바라 본 산성과 염초봉,백운대,만경대,노적봉 전경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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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문에서 시작해 중성문으로 일주하는 14성문 일주

북한산성 14성문 일주산행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북한산초등학교 입구에서 먼저 원효봉(509m)으로 올라 시계방향으로 일주하는 방법과 그 반대인 의상봉(485m)을 오르면서 일주하는 코스다. 의상봉을 먼저 오르는 코스는 경사도가 심하고 의상봉 능선 자체가 오르막과 내리막이 꾸준히 이어지는 구간이라 초반에 힘을 빼놓는 구간이다. 

이번 일주는 북한산성초등학교 입구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출발해 대서문을 거쳐 의상봉 코스로 트레킹을 시작했다. 의상봉은 북한산 초입에서부터 우뚝 선 모습이 마치 호락호락하게 등정을 허락하지 않을 태세로 그 위세가 만만치 않은 곳이다. 곳곳에 가파른 바위에 설치된 쇠 난간을 잡지 않으면 오르기가 쉽지 않다.

의상봉 가파른 절벽가에 남아있는 산성 흔적
 의상봉 가파른 절벽가에 남아있는 산성 흔적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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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자체가 산성 역할을 하는 가파른 의상봉 능선

의상봉은 의상대사가 참선을 수행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약 40분 정도 오르다 보면 꽤 넓은 정상 부위가 나온다. 이곳에서 남쪽으로는 굽이굽이 능선길인 의상봉 능선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다. 동쪽으로는 북한산성 주능선과 우뚝 솟은 백운대(836.5m)와 만경대(799.5m), 노적봉(716m)이 시야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원효봉이 마치 고종시 같은 자태를 뽐내며 우뚝 서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의상봉 정상에서 5분 정도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가사당암문을 만난다. 만일 가파른 의상봉 코스를 피하고 싶다면 대서문에서 중성문 방면으로 계곡길을 따라 이동하다가 국녕사로 오르는 갈림길을 이용하면 된다. 의상봉을 우회하는 길이지만 상대적으로 이 길이 편하고 안전하게 국녕사를 거쳐 가사당암문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의상봉 가사당암문과 용출봉, 뒤로 보이는 의상봉능선
 의상봉 가사당암문과 용출봉, 뒤로 보이는 의상봉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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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당암문에서 용출봉(555m)과 용혈봉(581m), 증취봉(575m)을 넘는 길은 꽤 험한 편이다. 지형지세가 천혜의 방어막으로 작용하는 곳이다. 군데군데 낭떠러지가 형성된 곳까지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용혈봉은 지난 2007년 7월 낙뢰사고로 등산객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은 곳이다. 그만큼 지형이 험하고 우뚝 솟은 봉우리의 위세가 날카롭기만 하다.

용출봉과 용혈봉, 증취봉을 힘겹게 넘으면 평지 능선에서 부왕동암문을 만날 수 있다. 복원되지 않은 산성의 잔재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폼낸다. 계속되는 능선을 따라 다시 나월봉(635m)과 나한봉(665m)을 순서대로 타고 넘으면 청수동암문을 만난다. 이곳에서 비봉능선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산책로를 따라 동쪽으로 5분 정도 이동하면 북한산성 주능선 대남문이 나온다.

북한산성 주능선 대동문
 북한산성 주능선 대동문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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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잘 복원된 산성 주능선

대남문과 대성문 보국문과 대동문, 용암문에 이르는 길은 상대적으로 산성과 산책로가 잘 복원, 관리되고 있는 곳이다. 체력적인 안배를 하며 여유있게 산성을 따라 이동하면 산성일주와 트레킹의 재미가 배가되는 곳이다. 산성 너머로 보이는 서울시내 전경도 볼 만하다.

용암문에서 위문에 이르는 만경대 암릉 우회로 구간은 휴일이면 늘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곳이다. 산책로가 비좁고 가파른 바윗길이 많아 이동하는 데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반면에 가까이는 노적봉, 멀리로는 의상봉능선과 원효봉을 내려다 볼수 있는 전망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북한산성은 위문에서 백운대 정상으로 올라 염초봉(640m)과 원효봉으로 이어진다. 백운대 정상에서 염초봉으로 이동하는 곳은 위험구간으로 회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대신 위문에서 대서문 방면으로 하산하다 상운사길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 북문으로 이동하는 곳이 좋다. 갈림길에서 20분 정도 가파른 길을 오르면 기둥부위만 초연히 남아있는 북문을 만나게 된다.

원효봉 능선 북문
 원효봉 능선 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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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되지 않은 옛스런 산성 자취가 잘 남아있는 원효봉 능선

북문에서 산성을 따라 원효봉으로 잠시 오르다 보면 정상 부위에 100여 명은 족히 쉴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서 산성 너머로 염초봉과 백운대, 만경대의 웅장한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산성주능선과 가파르게 굽이친 의상봉능선의 전망이 멋지게 다가온다. 서해로 넘어가는 일몰 장관도 빼놓을 수 없다.

북문에서 원효봉을 거쳐 시구문으로 향하는 산성길은 오래된 산성의 발자취가 뚜렷이 남아있는 곳이다. 다른 산성길에 비해 등산객들의 발자취가 드문 듯 이동하는 동안 만나는 이곳 산성은 온전하지는 않지만 다른 곳에 비해 옛스런 자취를 잘 간직하고 있다.

원효봉능선 북문에서 시구문 사이 산성에 축조된 콘크리트 참호. 시대를 초월해 국방자원(?)으로 활용되는 산성터.
 원효봉능선 북문에서 시구문 사이 산성에 축조된 콘크리트 참호. 시대를 초월해 국방자원(?)으로 활용되는 산성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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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문을 거쳐 산성을 따라 잠시 이동하면 북한산 계곡가로 내려오게 된다. 계곡가에서 끊어진 산성은 예전 이곳에 수문이 있었던 흔적으로 기초만 남겨둔 모습이다. 문수문터다. 계곡을 건너면 최근에 새로 정비된 '북한산계곡 탐방로'가 나온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이런 수려한 계곡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겨우내 얼었던 눈과 얼음이 녹은 물이 시원스럽게 굽이쳐 흘러내리는 멋진 전경의 계곡탐방로를 따라 오르면 산성 안에서는 꽤나 넓은 평지가 나온다. 위문과 행궁지, 대남문 등으로 코스가 나뉘어지는 교통요충지다. 이곳에서 대남문 방향 계곡을 따라 잘 다듬어진 산책로로 약 20분 정도 이동하면 중성문을 만나게 된다.

자연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중성문 성터
 자연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중성문 성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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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성 14개 성문일주에서 중성문 탐방코스는 위치상 대서문을 시작으로 두번 째나 혹은 맨나중에 탐방순서를 넣어두는 편이 좋다. 특히, 의상봉을 오르내리는 등산코스가 만만치 않아 이 의상봉을 우회해 국녕사길을 통해 가사당암문으로 가는 코스 중간에 둘러보면 좋다. 국녕사 갈림길에서 10분 정도 소요된다.  

▲ 북한산성 14성문 일주 트레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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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트레킹, #북한산성14성문일주, #북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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