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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지도를 펴놓고 교토의 북서쪽을 보면 동해와 연결된 바다가 아닐까 착각하게 되는  큰 호수가 있습니다. 비와호수(琵琶湖 びわこ)입니다. 시가현(滋賀県しがけん)은 이 호수를 에워싼 모습이지요. 이 호수는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입니다. 시가현 사람들뿐만 아니라 교토나 오사카사람들도 이 호수의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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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와호수의 신사 .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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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호와 카스피해 다음으로 오래된 호수로 400만년이나 된 천연호수랍니다. 호수의 풍요로움을 찾아 호수 변에 마을과 도시가 생기고 발생한 생활하수들은 이 호수를 앓게 했습니다. 적조와 남조(호수물이 녹색으로 덮여버리는 현상)가 발생했지요. 시민들은 그제야 호수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30년 전의 비와코'로 되돌리기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비와코 부영양화 방지 조례'가 만들어지고 생활오수들을 처리할 하수도와 정화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호수의 수질을 수십 년 전 과거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덜' 쓰고 '바꿔'써야했습니다. 세제의 사용량을 줄이고 적조을 유발하는 인이 함유된 비누는 다른 것으로 바꾸었지요.

비와코는 그런 노력을 통해 1,4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위한 식수원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공존, 카바타

이 비와코 서안에 타카시마(高島)의 신아사히초(新旭町) 하리에(針江) 수로마을이 있습니다. 100가구정도 되는 작은 동네에 전통가옥들이 남아있습니다. 2004년에 처음 방영된 NHK다큐멘터리 '물의 정원, 사토야마'로 널리 알려지게 된 마을입니다. 사토야마(里山)의 원뜻은 '주민의 생활터전이 되는 산촌의 뒷산'을 말하지만 지금은 전용되어 하리에처럼 자연과 생태가 잘 조화된 지역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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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리에마을 .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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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는 집집마다 수로로 연결된 작은 웅덩이가 있습니다. 이 웅덩이에는 6-7마리의 큰 잉어가 살고 있습니다. 마을의 수로와는 성긴 철망으로 분리되어있어 치어나 유어는 자유롭게 드나들지만 성어가 된 잉어는 이 웅덩이 안에서만 살게 됩니다.식수의 수위는 이 웅덩이의 수위보다 10cm쯤 높은 지름 50cm 정도의 원통형 관을 놓아 잉어가 노니는 웅덩이와 다른 수위를 유지합니다. 이곳 주민들은 이 가내 웅덩이에서 온갖 야채를 씻고 설거지를 하게 됩니다. 잉어가 그 음식 찌꺼기를 먹어치우므로 수로는 오염되지 않습니다. 이런 방식을 카바타(川端かばた)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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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리에의 카바타 .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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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안내한 하리에천연수보전위원회 야마카와 회장님은 1천 년 전부터 사용해온 방식이 NHK다큐멘터리 방영으로 6년 전부터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수원이 23m 깊이의 지하에 있기에 수온은 연중 13도를 유지합니다.

회장님은 대나무 컵을 선물하며 물맛을 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대나무컵의 물을 반만 마시고 나머지 물을 잉어에게 주었습니다.

회장님을 따라 수로의 끝, 나카시마 습지까지 같습니다. 비와코와 닿은 그곳은 선경의 모습이었습니다. 맑은 물줄기가 갈대사이를 굽이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제가 흘린 물을 청소부 잉어가 정화하고, 비와코로 들어간 그 물은 교토와 오사카 사람들이 먹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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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바타 속의 잉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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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바타는 사람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는지를 아름답게 예증하고 있었습니다. 하리에 사람들은 편리한 수돗물을 제치고 1천년동안이나 지속되어온 이 집안의 우물을 고수함으로서 뒤쳐진 것이 아니라 외려 생태적으로 크게 앞서간 마을이 될 수 있었습니다.

비와코변에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한 그 태고로 부터 비와코의 은혜를 입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 비와코의 시혜에 대한 사람들의 보은은 비와코가 아름다운 비파의 소리처럼 맑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연과의 공존이며 우리가 영원히 사는 길입니다. 하리에 마을 사람들의 고집과 잉어의 관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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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와호수와 만나는 수로 .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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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산소통' www.shoppingrock.com 에 실렸습니다.
2009년 11월 6일에 일본을 방문해 겪은 내용을 기사화하였습니다.



태그:#비와코, #카바타, #하리에, #카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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