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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구매 사업, 교복시장의 변화는 시작 돼"

매년 새 학기가 되면 30만원 대에 달하는 교복 값은 논란거리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에 교복 값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교복공동구매 사업이 몇 년 전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부터 교복 구매를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의무적으로 심의하도록 조례를 개정해 교복공동구매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교복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자 교복생산업체도 변화를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그중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는 방법이 개성공단 진출이다. 주식회사 고일 홍성수(56) 대표이사는 "개성공단이 교복 값을 낮출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주식회사 고일 홍성수 대표이사는 최근 흐름을 타고 있는 교복 공동구매 사업을 가리켜, "그건 시장의 변화"라고 한 뒤 "기업은 변화 된 시장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하는데 개성공단 진출은 그 흐름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 홍성수 대표이사 주식회사 고일 홍성수 대표이사는 최근 흐름을 타고 있는 교복 공동구매 사업을 가리켜, "그건 시장의 변화"라고 한 뒤 "기업은 변화 된 시장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하는데 개성공단 진출은 그 흐름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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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이사는 "기업가는 시장의 흐름을 따를 뿐이다. 교복공동구매 사업이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으로 확대되면서 시장이 변하고 있다. 정책이 바뀌는 방향으로 따라 갈 수밖에 없다"며 "좋은 원단을 사용해 질 좋은 교복을 만들 돼 가격경쟁력을 갖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식회사 고일은 유명 브랜드 '엘리트'의 위탁을 받아 여학생 교복 치마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엘리트'의 교복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모두 7개 업체로 각각 재킷과 셔츠, 블라우스, 바지와 치마, 조끼 등을 분담해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각 업체에서 생산한 교복이 '엘리트'로 모아져 하나의 교복이 탄생한다.

한해 국내 교복 소비량은 동복과 하복을 합쳐 140여만 벌에 이른다. 이중 '엘리트'사를 비롯한 4개사가 30만 벌씩, 시장의 85%를 점하고 있다. 사실상 이들 4개 업체에 교복공동구매 사업의 향방이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공동구매를 위한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공동구매 사업에 보복성 단가 낮추기로 대응해 공동구매 사업자체를 무력화하기도 했다. 때문에 담합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으며, 대형 교복업체를 제어할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입는 옷 중 메이드인코리아 얼마나 있을까?"

인천 부평구 소재 주식회사 고일은 교복만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교복시장의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홍성수 대표이사는 "민감한 사안이라 말을 꺼내기 어렵지만 솔직히 난 교복공동구매 사업을 옳고 그름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건 시장의 변화일 뿐"이라며 "다만 기업이 교복 값을 반으로 낮추려면 어떻게 하겠나? 생산비를 절감해야 하는데 방법은 어떤 원단을 사용하느냐와 인건비 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또 "공동구매 사업에 뛰어든 업체는 우리보다 더 영세한 기업이다. 가격담합 논란도 있겠지만 교복 질이 현격하게 차이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홍 대표이사가 이렇게 강조하는 데는 30년 동안 의류업계에 몸담으며 국내 의류산업의 변화를 고스란히 겪었기 때문이다.

홍 대표이사는 26세 때 신사복 생산업체인 '서광'에서 의류업을 익히기 시작했다. 국내 섬유산업의 전성기였던 70~80년대를 그렇게 보냈다. 그런 뒤 1999년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 스포츠 의류를 제작하는 회사를 창업해 5년 동안 경영하다 중국에 밀려 2004년 교복으로 업종을 전환해 '고일'을 창업했다.

그는 "입는 옷 중 메이드인코리아가 얼마나 있을까? 나이키나 아디다스를 보면 메이드인차이나 아니면 베트남이다. 굳이 메이드인코리아 의류와 메이드인차이나의 차이를 안 밝히겠다. 원단의 질과 노동숙련도에서 차이가 있다"며 "그런데 시장에서 밀려났다. 질에서 메이드인코리아가 훨씬 우수해도 중국 제품과 시장에서 경쟁이 되질 않았다. 현실은 창업한지 5년 만에 회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남북관계 꼬였지만 개성공단 큰 문제없어"

하지만 교복은 달랐다. 이를 테면 한 학교의 교복이 400벌이라고 했을 때 학교마다 교복 형태가 다르고 학생마다 치수가 달라 중국 업체가 대량생산으로 공략하기 어려운 것.

홍 대표이사는 "이제 교복시장에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됐다. 지금의 원단 질과 임금수준 등을 유지하면서 교복 단가를 낮추는 방법은 쉽지 않다. 기업은 양질의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서 이윤을 얻고 고용을 창출하는 조직"이라며 "우린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업체라 원청에 대고 뭐라고 할 입장이 없다. 다만 내가 내다보는 것은 교복시장의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주식회사 고일은 3년 전 개성공단 진출을 시도했다. 올 6월이면 개성공단 내 공장건설이 완료되고 7월이면 생산설비가 들어간다. 엘리트사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고일을 비롯한 7개 회사 모두가 공동으로 개성공단에 투자했다.

개성공단은 평양에서 160km, 서울에서 60km, 북방한계선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1단계 입주를 마친 2009년 3월 기준 개성공단은 330만㎡로 104개 업체가 입주해있고 북측 노동자는 3만 8851명에 달한다. 누적 생산총액은 약 5억 8000만 달러, 누적 수출총액은 약 1억 달러 규모이고 누적 투자액은 민간이 3700억원, 정부가 3600억원 규모다. 사진은 2006년 당시  개성공단 내 남측 입주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북측 노동자의 모습.
▲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 개성공단은 평양에서 160km, 서울에서 60km, 북방한계선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1단계 입주를 마친 2009년 3월 기준 개성공단은 330만㎡로 104개 업체가 입주해있고 북측 노동자는 3만 8851명에 달한다. 누적 생산총액은 약 5억 8000만 달러, 누적 수출총액은 약 1억 달러 규모이고 누적 투자액은 민간이 3700억원, 정부가 3600억원 규모다. 사진은 2006년 당시 개성공단 내 남측 입주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북측 노동자의 모습.
ⓒ 김갑봉<2006년 방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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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이사는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투자를 계속할지 아니면 철수할지 고민했다. 그렇게 3년을 지켜보면서 보냈다. 그런데 이미 입주해 있는 기업은 아무 문제가 없더라. 오히려 순항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건 내가 한 달에 두 번 직접 방문해 확인한 사실"이라며 "개성공단에 거는 기대와 더불어 자신감도 생겼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잘 풀리길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경색국면에서도 개성공단에 큰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성공단 공장이 안착될 때까지 3년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이곳 부평공장에 120명이 일하고 있는데 숙련도가 상당히 높다. 때문에 교복생산이 개성공단에서 전면화할 경우 이곳은 보편화된 교복이 아닌 특이한 교복이나 다른 의류의 생산거점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이사는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에게도 상당한 신뢰를 보였다. 그는 "우선 말이 잘 통하니 좋다. 설명해 주면 금방 알아듣는다. 노동력 또한 상당히 우수해 양질의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믿는다"며 "개성공단이 활성화될 경우 부평공장도 일이 많아질 것이고 국내 교복시장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개성공단, #교복시장, #(주)고일, #남북관계, #교복공동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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