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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으면서도 보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줄 알지 못한다면 그건 제대로 본 것이 아닐 겁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글을 읽고 있거나 달달 외우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 글에 담긴 뜻을 제대로 새기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 또한 그 글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상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많은 표현 중 하나가 바로 '고인의 명복(冥福)을 빕니다'라는 글귀일 겁니다. 즐비하게 늘어 서 있는 조화에 걸린 리본에도 대부분 그렇게 쓰여 있고, 의례적으로 건네는 인사말에도 심심치 않게 사용되는 것이 바로 '명복'이라는 단어입니다.

읽지만 알지 못하고, 보지만 새기지 못하는 뜻과 의미 수두룩

그러나 정작 조문객들에게 '명복을 빈다'는 말이 무슨 뜻인 줄을 아느냐고 물으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똑 떨어지는 설명보다는 머쓱한 표정을 짓거나 얼버무리기 일쑤입니다. 명복이란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입이나 글로는 명복을 빌었지만 마음으로는 명복을 빌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인연이 다해 이승을 떠나고, 비록 이승에서는 박복했을지라도 저승세계에서만큼은 복 받기를 간절하게 빌었던 그 마음, 저승에서의 복을 빌었던 그 마음이 명복을 비는 것인 줄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알거나 새겨야할 의미가 분명한데도 잘 알지 못하며 의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말들이나 글이 적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대부분의 경전들은 범어에서 한역되어 한글로 토를 단 것이 대다수입니다. 출가수행자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불자들은 반야심경이나 천수경쯤은 막힘없이 독송하고, 장문에 속하는 금강경까지 달달 외우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짤막한 반야심경이거나 장문의 금강경을 거침없이 읽거나 줄줄 외면서도 정작 경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읽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고, 보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답답한 사실입니다.

말이나 글에는 입술을 통해 낼 수 있는 음독뿐만이 아니라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글에 포함되어 있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그러한 표현이나 글이 등장하게 된 시대적, 사회적 또는 상황적 배경까지를 다 읽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문으로 된 경전을 읽고 외우기에도 벅찬 현실에서 경전 한구절 한구절에 담긴 의미나 상황적 배경까지를 섭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적지 않는 사람들이 반야심경을 외고 금강경을 읽고 있지만 정작 그 뜻은 제대로 새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침침하였던 눈과 마음을 청정하게 밝혀 줄 수 있는 반야의 보석

제대로 읽을 수 없어 눈과 마음을 침침하게 하였던 금강경을 속 시원하게 읽을 수 있게 해석해 놓은 금강경 돋보기.  <조계종 표준 금강경 바로 읽기> / 지안 강설 / 364쪽 / 조계종출판사 / 2010. 3. 5. / 값 18,000 원
 제대로 읽을 수 없어 눈과 마음을 침침하게 하였던 금강경을 속 시원하게 읽을 수 있게 해석해 놓은 금강경 돋보기. <조계종 표준 금강경 바로 읽기> / 지안 강설 / 364쪽 / 조계종출판사 / 2010. 3. 5. / 값 18,000 원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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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금강경을 읽거나 외면서 정작 금강경에 담긴 뜻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면 조계종출판사에서 펴낸 '조계종 표준 금강경 바로 읽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금강경 바로 읽기'는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종립 승가대학원 원장이신 지안스님께서 강설한 내용을 엮은 것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현대적 감각에 맞는 문장으로 재번역 되어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도 잘 새기지 못하며 무조건 외우기만 했던 한자로 된 금강경에 한자를 모르는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한글 토씨를 단 것까지는 여느 금강경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출판된 '금강경 바로 읽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금강경 한구절 한구절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물론 행간에 숨겨진 시대적 상황이나 배경까지 꼼꼼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금강경을 32장으로 나누고, 각 장의 경들을 새겨듣기에 적당한 구절로 다시 분절하여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편안하게 읽어나가다 보면 독선생님을 모시고 설명이라도 듣는 기분입니다.

선사들의 수행담이나 설화가 여담처럼 간간히 들어가 있어 경을 읽던 마음이나 눈길이 잠깐 쉬어 갈수도 있습니다. 서 말의 구슬도 꿰어야만 보석이 된다고 하였으니, 그동안 금강경을 잘 알지 못하고 읽거나 독송하였던 이 책이야말로 금강경을 보석으로 꿸 수 있는 보석의 줄이 될 것입니다.  

한문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뜻을 제대로 새기지 못해 그동안에 읽었던 금강경이 눈 앞 침침한 금강경이었다면 개안수술이라도 받고, 보청기라도 끼듯 '조계종 표준 금강경 바로 읽기'를 한 번 읽어 볼 것을 진지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조계종 표준 금강경 바로 읽기'를 통해 금강경에 담긴 부처님의 말씀을 또렷하게 읽고, 금강경에 담긴 뜻을 깊이 새길 수 있을 겁니다. 제대로 읽고 새기는 금강경이야말로 침침하였던 눈과 마음을 청정하게 밝혀 줄 수 있는 반야의 보석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덧붙이는 글 | <조계종 표준 금강경 바로 읽기> / 지안 강설 / 364쪽 / 조계종출판사 / 2010. 3. 5. / 값 18,000 원



조계종 표준 금강경 바로 읽기

지안 지음, 조계종출판사(2010)


태그:#금강경, #지안, #조계종, #조계종출판사, #금강경제대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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