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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담바라의 꼭지부분을 멋지게 장식하고 있는 다공질 구조입니다.
 우담바라의 꼭지부분을 멋지게 장식하고 있는 다공질 구조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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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천상의 꽃'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3천년만에 한 번 피어나는 전설 속의 꽃'이라고도 하는 우담바라가 피었다며 구경을 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우담바라는 엘리베이터 안 위쪽, 천정에 달린 조명등을 가리며 장식하고 있는 반투명 아크릴판 커버에 피어 있었습니다.

좀 더 가까이서 보겠다는 욕심에 까치발을 뜨며 내쉬는 조심스런 날숨에도 제 몸을 가누지 못해 하늘하늘 흔들리는 가늘고 긴 꽃대에 피어 있는 좁쌀 크기의 물체입니다. 눈썹처럼 띠를 이루고 있으니 콧바람이라도 내쉬면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처럼 작은 흔들림이 형성되었습니다.

우담바라가 피었다는 소식은 춘하추동을 가리지 않고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군청이나 소방서 같은 관공서는 물론 어느 산사나 자연물에도 우담바라가 피었다는 소식이 드물지 않게 들려왔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쪽 천장, 현광등 커버인 아크릴 판에 핀 우담바라
 엘리베이터 안쪽 천장, 현광등 커버인 아크릴 판에 핀 우담바라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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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천상의 꽃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3천년 만에 한 번 피어나는 전설 속의 꽃이라고도 하는 우담바라입니다.
 누군가는 천상의 꽃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3천년 만에 한 번 피어나는 전설 속의 꽃이라고도 하는 우담바라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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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을 하기 위해 채취해 간 우담바라 일곱 송이
 분석을 하기 위해 채취해 간 우담바라 일곱 송이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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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담바라가 피었다는 곳은 솔잎, 장독대, 대문은 물론 나무기둥이나 불상 등으로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야만 꽃을 피우는 식물들과는 달리 시공을 초월하고 있으니 정말 천상의 꽃, 전설 속의 꽃일지도 모릅니다.

식물체라면 꽃을 피우기는커녕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은 아크릴판에서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는 우담바라를 보고 있노라니 그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유혹으로 다가옵니다.

어떤 곳에서는 보기 힘든 우담바라가 피었으니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희망 정도만을 이야기 하였지만 어느 곳에서 보았던 우담바라는 혹세무민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에 한번쯤은 꼭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우담바라'를 검색하면 백과사전에서 "우담바라(산스크리트어: उडुम्बर uḍumbara)는 불교 경전에서 말하는 꽃이다. 인도에 나무는 있지만 평소에는 꽃이 없다가 3000년마다 한 번, 여래(如來)가 태어날 때나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나타날 때에만 그 복덕으로 말미암아 꽃이 핀다고 한다.

우담화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풀잠자리의 알을 가리켜 우담바라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우담바라는 영락없는고치 모양이었으며, 뭔가가 빠녀가간듯한 구멍, 구멍에 남겨진 흔적물이 보입니다.
 우담바라는 영락없는고치 모양이었으며, 뭔가가 빠녀가간듯한 구멍, 구멍에 남겨진 흔적물이 보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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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배로 확대해 본 흔적물은 땅속에 있던 매미가 우화하면서 벗어 놓는 매미껍질처럼 어느 곤충이 우화하면서 남긴 껍질처럼 보였습니다.
 400배로 확대해 본 흔적물은 땅속에 있던 매미가 우화하면서 벗어 놓는 매미껍질처럼 어느 곤충이 우화하면서 남긴 껍질처럼 보였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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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을 해소하려 우담바라에 가까이 다가가 보지만 좁쌀보다도 작은 하얀 알갱이만 아른 거릴 뿐입니다.

우담바라를 채취하다

까치발을 뜨고 우담바라가 매달려 있는 천정을 향해 돋보기를 들여다 대 보지만 초점만 흔들릴 뿐 또렷하게는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리 준비해갔던 핀셋으로 이끼덩어리를 채취하듯 한 무더기의 우담바라를 떼어 손상 없이 시료를 보관 할 수 있는 유리병에 조심스레 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몰라 곧바로 채취한 우담바라를 광학현미경에 올려 놓고 그 수를 세어 보니 일곱 송이입니다. 송이 수를 확인하고는 관찰하기에 적당한 50배로 관찰해 보았습니다. 현미경을 통해 바라보는 우담바라, 꽃대에 매달린 하얀 물체는 영락없는 고치였습니다. 누에가 번데기의 몸을 가리기 위해 짓는 누에고치와 모양새나 질감이 같아 보였습니다.

꽃대에 매달린 우담바라의 평균 크기는 길이가 1.2mm, 가장 굵은 부분의 지경은 0.4mm쯤으로 꽃대에서부터 굵어졌다 다시 점차 가늘어져 타원구를 이루는 계란이나 럭비공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우담바라 고치는 겉껍질과 속껍질을 가지는 이중 구조였습니다.
 우담바라 고치는 겉껍질과 속껍질을 가지는 이중 구조였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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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껍질은 다공질 구조였으니 속 껍질은 매끈하였습니다.
 겉껍질은 다공질 구조였으니 속 껍질은 매끈하였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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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초점을 맞춰가며 현미경을 통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담바라마다 뭔가가 빠져나간 듯 일정한 형태로 개봉되어 있고, 뭔가가 빠져나가면서 남겼을 것 같은 흔적물이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형체와 흔적은 볼 수 있었지만 광학현미경이 가지는 이런저런 특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훨씬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며 분석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우담바라의 실체를 밝혀라

우담바라라고 하는 그 고치, 뭔가가 고치를 빠져나가며 생긴 듯한 구멍, 구멍에 옷자락처럼 남아 있는 그 흔적이 궁금해 일곱 송이의 우담바라를 고스란히 전자현미경으로 옮겨 수십에서 수천 배의 배율로 관찰하고, 고치를 이루고 있는 물질의 종류를 알아보기 위해 분석까지 해 보았습니다.

인간 시력의 영역에서는 볼 수 없고 확인 할 수도 없는 미소의 세계가 전자현미경이라고 하는 관찰 장비에서 그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입니다.

2000배로 확대 해 본 벗겨진 부분
 2000배로 확대 해 본 벗겨진 부분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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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껍질의 일정한 크기와 형태를 형성하고 있는 다공질 구조는 우담바라라고 하는 대상이 생존하거나 종족을 번식하는 데 꼭 필요한 환경, 보온, 보습, 통풍 등의 조건을 유지하거나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자 비책이었을 겁니다.
 겉껍질의 일정한 크기와 형태를 형성하고 있는 다공질 구조는 우담바라라고 하는 대상이 생존하거나 종족을 번식하는 데 꼭 필요한 환경, 보온, 보습, 통풍 등의 조건을 유지하거나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자 비책이었을 겁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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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담바라라고하는 고치는 겉껍질과 속질, 2중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겉껍질의 바깥쪽은 거의 균일한 형태의 다공질로 되어 있었고, 안쪽은 비닐처럼 매끈한 상태였습니다. 겉껍질이 이처럼 다공질을 이루고 있는 것은 우담바라라고 하는 대상이 생존하거나 종족을 번식하는 데 꼭 필요한 환경, 보온, 보습, 통풍 등의 조건을 유지하거나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자 비책이었을 겁니다.

천상의 꽃으로 불릴 만큼 희귀하고 신비로운 물체이긴 하지만 정말 하찮게 보일만큼 작고 여러 보이는 이 작은 고치에조차 생존하거나 종족 번식을 위한 조건이 이중 삼중으로 적용되었음을 떠올리고 확인하는 순간 생태계의 오묘함이 소름처럼 실감납니다.   

매끈한 바탕에 다공질을 형성하고 있는 겉껍질과는 달리 속질은 수천 배로 확대하여도 작은 구멍 하나 보이지 않는 만큼 매끈한 것을 봐 계란에서도 볼 수 있는 속껍질이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별다른 무늬가 보이지 않는 꽃대는 수염 만큼이나 강해 보입니다.
 별다른 무늬가 보이지 않는 꽃대는 수염 만큼이나 강해 보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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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X로 우담바라의 겉껍질을 분석한 결과 산소 외에는 어느 것도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겉껍질은 섬유질이거나 단백질처럼 생물학적 분석을 통해서만 결과를 알 수 있는 유기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DX로 우담바라의 겉껍질을 분석한 결과 산소 외에는 어느 것도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겉껍질은 섬유질이거나 단백질처럼 생물학적 분석을 통해서만 결과를 알 수 있는 유기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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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며 생긴 듯한 구멍, 그 구멍에 옷자락처럼 남겨진 흔적물은 땅속에 있던 굼벵이가 매미로 우화(羽化)하면서 남기는 매미껍질처럼 어떤 곤충이 우화하면서 남긴 탈피의 흔적물로 보이니 풀잠자리가 우화하면서 남긴 풀잠자리껍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수염처럼 가느다랗고 긴 꽃대는 그냥 버티기만 하면 되어서인지 아주 단단해 보이는 표면을 가졌습니다.

전자현미경에 부착된 EDX라는 분석장비를 이용하여 겉껍질의 외면과 내면을 동시에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우담바라라고 하는 물체에서는 산소만이 검출되었을 뿐 원소 상태로는 어느 것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분석 결과로 봐 고치를 형성하고 있는 물질은 섬유질이거나 단백질처럼 생물학적 분석을 통해서만 결과를 알 수 있는 유기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알을 까고 있는 풀잠자리를 본 것도 아니고, 우화되어 나오는 풀잠자리를 본 것도 아니니 '우담바라라고 하는 이것은 풀잠자리알이다'하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치의 형태나 구조, 고치에 생긴 구멍이나 구멍에 남아 있는 흔적물 등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그동안 심심치 않게 보도되었던 우담바라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우담바라'를 검색하면 백과서전에서 볼 수 있는 '풀잠자리의 알'에 일치한다는 생각입니다.

2005년 가을에 찍은 우담바라는 자주색이었는데 다음해 봄에 확인하니 고치 처럼 흰색이었습니다
 2005년 가을에 찍은 우담바라는 자주색이었는데 다음해 봄에 확인하니 고치 처럼 흰색이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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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천상의 꽃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3천년만에 한 번 피어나는 전설 속의 꽃이라고도 하는 우담바라에 대한 환상을 깡그리 짓밟아 버리는 몹쓸 사진들이며 글이 될지도 모르지만 혹세무민에 현혹 당하는 우를 방지하는 데 소용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님이야 말로 피어 있는 우담바라입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 처럼 우담바라는 계속 피어날 것이고, 소개될 것이지만 뉴스나 소문으로 들려오는 우담바라보다 훨씬 더 희귀하고 오묘한 존재는 바로 님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우담바라야 3천 년만에 한번 씩이라도 핀다지만 '님'이라고 하는 꽃은 태고이래 억겁의 세월에 피어났던 억조창생의 꽃 중에서 딱 한 번 피어난 꽃입니다. 누군가에게 희망과 꿈, 행복과 사랑은 물론 소원까지도 이루어줄 수 있는 님이야 말로 피어 있는 우담바라이며, 전설을 현실화 할 수 있는 천상의 꽃입니다.

따뜻한 봄날이 오면 우담바라처럼 피어 있는 님을 향하여 벌 나비의 마음으로 훠이훠이 날개짓하며 날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우담바라는 3월 5일 찍은 것으로, 보기 드문 생태계의 작은 현상을 혹세무민의 기회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몇몇 사람들의 어둔 마음을 밝혀주는 지혜의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자현미경에서는 흑백 이미지만 얻어집니다.



태그:#우담바라, #우화, #풀잠자리, #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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