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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행 MBC 노동조합 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노조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사장 응모 과정에서 "청와대가 김재철 사장으로 정리했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소문은 현실이 됐다며 결국 김 사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분 관계가 강하게 작용한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근행 MBC 노동조합 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노조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사장 응모 과정에서 "청와대가 김재철 사장으로 정리했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소문은 현실이 됐다며 결국 김 사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분 관계가 강하게 작용한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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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MBC에서도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이 시작됐다. 출근 첫날 20분 만에 발길을 돌렸던 김재철 사장은 3일에는 주차장에 천막을 치면서 출근 강행 의지를 나타냈다.

김재철 사장은 "방송의 독립성을 지킬테니 두고봐달라"면서 노조와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3일 <오마이뉴스>를 만난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이근행 위원장은 "(공식 선임) 전날 이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여권 인사들이 김 사장으로 정했다, 지침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이미 사장 응모 과정에서 "청와대가 김재철 사장으로 정리했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소문은 현실이 됐다. 결국 김 사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분 관계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있던 친분도 없애야 오해가 생기지 않는데, '기자로서 친분 있는데 어떻게 하냐'는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재철은 종속변수, 무슨 말 해도 립서비스다"

그러나 이근행 위원장은 김 사장에 대한 구체적 인물평은 하지 않았다. 현 사태는 정치권력이나 방문진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고, 김 사장은 '종속변수'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김 사장의 토론회 제안도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거부했다. 무슨 말을 해도 립 서비스라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떠나간 엄기영 전 사장을 아쉬워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퇴진에 대해 이 위원장은 "자기 인선안이 관철 안 되는 시점에서 자조적으로 퇴장했다"고 비판했다. 엄 전 사장의 지방선거 출마설에 대해서도 "언론 위기에서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 사람이 공직에 나가게 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면서 "해선 안될 일이고 가능성도 낮다"고 내다봤다.

조합원들은 이미 총파업 결의를 마치고 비상대책위원회에 시기와 방식에 대한 결정을 위임했다. 파업 시기에 대해 이근행 위원장은 "(조합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는 시점이 있을 수 있고, 정권 측이 물리력을 동원하면 대응 수위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총파업 투표는 우리 예상보다 (찬성이) 100표 줄었다"면서 그 이유를 조합원들의 피로감, 패배주의, 신중론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미 동력은 충분하고, 가장 적은 희생을 치르면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판단만 남았다면서 이근행 위원장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김재철 사장 퇴진만이 아닌 방문진 개혁이다. 방문진 법을 개정하고 방문진 이사들과 이들이 뽑은 '낙하산' 간부들을 새로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문진은 낙하산 인사를 저지하고 공정방송을 위해 투쟁한 결과 만들어진 기구다, 위상을 자리매김하도록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 그렇게 먼 길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근행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3일 오후 2시께 여의도 MBC 본사 건물 1층 노조 사무실에서 약 1시간 가량 그를 만났다.

"엄기영, 좀 더 장렬하게 퇴진했어야... 출마 가능성 낮다"

이근행 MBC 노동조합 위원장.
 이근행 MBC 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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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철 사장의 천막 출근은 예상했나. 김 사장이 노조에 토론회도 제안했다.
"깜짝 놀랐다. 일하겠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전략이라고 본다. 토론회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 지금 상황은 김재철 사장과 MBC 구성원간의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정치권력·방문진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김 사장은 종속변수다. 본인이 해결 주체인 것처럼 나서는 것은 문제 본질과 관계가 없다. (토론회에) 나와서 무슨 말을 해도 립 서비스일 수밖에 없다."

- 김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정치부 기자로서의 친분'이라고 주장했다.
"정치부 기자들은 취재원 관리 차원에서 여도 야도 만나고 친분 관계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사장의 위치는 기자와 다르다. 있던 친분도 없애야 오해가 생기지 않고 권력에서도 사장에게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기자로서 친분 있는데 어떻게 하냐'는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

이미 사장 응모 과정에서 '청와대에서 김재철 사장으로 정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부 방문진 이사들에 따르면, (면접에서) 김 사장의 프레젠테이션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별 내용이 없었다는데, 여권 이사들이 일치단결해서 선임했다고 하더라.  팩트(사실관계)로 전날 이미 정리했다. (여권 이사들이) 미리 모여서 자기들끼리 정했다. 지침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낙하산이 아니라고 말할 순 없다. 친분이 강하게 작용했고, '저 정도면 내 의중대로 통제하고 뉴스를 만들겠다'고 (정권에서) 기대한 것이다."

- 김재철 사장은 미디어렙, MBC 시청률 하락 등의 언론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헤쳐나갈 문제들에 대해서는 100% 동감한다. 그러나 MBC가 공영방송사로서의 존립이 더 중요하다. 그 근거가 무너지려 하거나 이미 무너졌다면 제 자리로 돌리는 것이 우선이다. 현실적 문제들을 무의미하다고 보는 것이 아니다. 우선순위의 문제다."

- 엄기영 전 사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MBC 수장으로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 방문진에 치열하게 맞서 투쟁했어야 하는데 자기 인선안이 관철 안 되는 시점에서 자조적으로 퇴장했다.

방문진의 야비한 술책이 인간적으로는 수모였겠지만, 권력과 싸우는 과정에서 상처와 수모는 견뎌도 된다. 엄 전 사장은 좀 더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지는 않다. 지금 (낙하산 사장 선임) 상황은 피할 수 없는 시간의 문제다."

- 지방선거에서 엄 전 사장이 강원도지사로 출마한다는 말도 있다.
"언론 위기에서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 사람이 공직에 나간다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그나마 '국민 앵커'와 MBC 사장으로 명예를 누렸다면, 여든 야든 정치권 러브콜을 받는다고 정치에 나가는 건 해서는 안 될 일이고, 또 그럴 가능성도 낮다고 본다.

(노조에서 일하면서) 1년 동안 본 바로는 엄 전 사장에게 정치적 자질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 정글 같은 정치 현실에서 버틸 성정이 아니다. 망가질 것이다."

"방문진 인사 다시 구성해야...4월 임시국회에서 공론화 할 것"

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MBC 노조 조합원들에 가로막혀 낙하산 인사에 대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MBC 노조 조합원들에 가로막혀 낙하산 인사에 대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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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파업 시기와 방법을 어떻게 고민하고 있나.
"방문진 개혁을 요구하다가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는 시점이 있을 수 있고, 정권 측이 물리력을 동원하거나 강경하게 나오면 우리 대응 수위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방식은 예전 파업들과 다르지 않다. 제작 분야 조합원들은 파업에 나오고, 송출 등 인프라와 관련된 필수인력은 예외가 될 것이다."

- 이번 싸움은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유는 뭔가.
"80년대 후반 격변기에 낙하산 인사의 거취 문제는 빠른 속도로 결정됐고, (노조 등에서) 부당성을 지적했을 때 리액션(반응)도 빨랐다. 지금은 사회가 옳고 그름의 문제에 내성이 생겨서 쉽게 끝날 수가 없다. 생존권이나 사회정의 문제로 투쟁하는 게 해결이 잘 안 된다. 용산참사도 1년을 끌지 않았나."

- 조합원들 분위기는 어떤가. 이미 미디어법 관련 수차례 파업이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파업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파업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기자나 PD들이 얼마나 공정보도를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총파업 투표는 우리 예상보다 (찬성이) 100표가 줄어서 나왔다. 냉정하게 보면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있을 수 있다. 또 우리 안에 패배주의도 있고, 방식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그러나 동력은 충분하다. 효과적으로 이를 행사하는 판단의 문제만 남아있다. 동력을 최소화해서 가장 적은 희생을 치르면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파업을 결의하면서 방문진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목표 아닌가. 다른 방송사를 보면 낙하산 사장 저지도 어려웠다.
"방문진에 정권에 휘둘리는 상황이 없도록 법을 개정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신망 있는 인사로 방문진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 사장 공모도 투명하게 정통성과 합법성을 인정할 수 있는 방식이 되어야한다.  방문진은 낙하산 인사를 저지하고 공정방송을 위해 투쟁한 결과 만들어진 기구다. 위상을 자리매김하도록 우리가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 그렇게 먼 길이 아니다.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국회 문방위 소속 의원들이 공동으로 열심히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MBC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많다. 인터넷에서 누리꾼들이 움직이고 시민들이 직접 찾아와 촛불을 들었다."

- 노조 집행부 한지 딱 1년이 됐다. 그동안의 투쟁을 어떻게 평가하나.
"현 집행부는 미디어법 관련 2차 파업이 끝나던 지난해 3월 3일 출범했다. 그 뒤 7월에 미디어법 저지 3차 파업을 했고, 8월에 방문진 이사들이 새로 오면서 9월부터 '엄기영 몰아내기' 대공세가 벌어졌다. 예전 같으면 1년에 한 번 있을 일이 달달이 진행됐다. 그러나 누군가 해야할 일이라면 쿨하게 감당하는 게 낫다. 역설적으로 힘들 때 (집행부를) 해서 고생한다는 말도 듣는다. 사회 변화를 위해서는 누군가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 않겠나?"


태그:#MBC, #이근행, #김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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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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