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알몸 졸업식 뒤풀이로 대표되는 학교 폭력 사태와 서울교육청을 중심으로 한 각종 비리와 자율형사립고의 사회적 배려 대상 부정입학 사태, 브로커의 입학사정관제 서류 위조 사건 등 각종 교육계 비리가 이어지고 있어 교육계가 망신을 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 라디오 연설과 국무회의 등을 통하여 이런 사건들을 직접 언급하면서 교육계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교과부, 법무부 등이 나서 '교육비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통해 밝힌 학교 폭력 근절과 이후 이어진 교육 비리에 대한 일련의 발언을 들으면서 원칙은 공감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이 진심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학교 비리와의 전쟁 선포'의 진짜 대상은 MB 교육정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가장 깨끗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계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한 마디에 법무부 장관과 교육부 장차관이 나서서 교육비리 척결을 거론하고 곧 이어 "교육 비리와의 전쟁"이라는 섬뜩한 단어까지 등장한다.

지난 참여정부와 민주노동당,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교육계 대표 비리인 사학 비리 척결을 위하여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였을 때, 촛불을 들고 야간 시위를 하던 현 대통령을 떠올리면 '전쟁'이라는 단어에도 별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도 사학비리는 교육 비리와 토착 비리의 대표적 유형이다.

현재 매관매직과 공사 비리 등으로 학교장과 장학사, 교육 관료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이들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으로 출국 금지를 당한 공정택 교육감은 '교육계 리틀 MB', '교육계 MB의 남자' 또는 "교육계 MB 돌격대'로 불릴 정도로 현 정부 교육 정책의 대변자였다. 그리고 공정택의 당선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한나라당과 그 지지자이며, 동시에 MB 대통령 지지자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율형사립고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불법 입학 사태 역시 대선 공약인 자율형사립고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발생한 것이다.

최근의 교육계 비리의 대부분이 교육감, 학교장 또는 장학사 등 교육 고위층의 비리임에도 MB 정부는 학교 자율화와 자율 경영이라는 미명 하에 이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늘 "재정과 인사는 학교장 또는 경영자의 고유 권한이므로 불가침"이라고 주장하며 최소한의 감시와 참여를 불허한 것이 이런 교육계 참극을 불러왔다.

그래서 현정권의 교육 정책이 교육 비리를 자초하고 확대 재생산해 온 면이 강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한 정권의 교육 비리 척결 의지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교육 비리와의 전쟁 선포의 진짜 상대는 바로 현정부의 교육정책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이다.

교육비리 척결이 진정이라면 '비리 고발 해고교사 복직'부터

학교 비리, 특히 사립학교의 비리를 고발하여 불이익을 당한 교사들의 사례는 수없이 많이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서울 D여고, 대구 Y공고, 서울 Y고 등의 교사 해고 사건이다.

학교 비리를 고발하여 학교에서 해고된 교사들.(왼쪽부터 서울D여고 조연희, 대구Y공고 강태운, 서울 Y고 김형태)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중 2명은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지부인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우리 사회의 비리 척결에 공이 큰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투명사회상' 수상자이다. 사회에서는 비리 척결에 공이 크다고 상을 받는데, 학교에서는 해고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학교 비리를 고발하여 학교에서 해고된 교사들.(왼쪽부터 서울D여고 조연희, 대구Y공고 강태운, 서울 Y고 김형태)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중 2명은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지부인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우리 사회의 비리 척결에 공이 큰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투명사회상' 수상자이다. 사회에서는 비리 척결에 공이 크다고 상을 받는데, 학교에서는 해고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김행수

관련사진보기


- 15억 비리 당사자들은 건재 Vs 고발 교사들은 해고와 중징계
서울 D학원에서는 2003년과 2004년에 걸쳐 교사들이 학교 비리를 고발하여 유령동창회에 의한 동창회비 횡령, 학교 급식비 불법 감가상각 적립, 국유재산 무단점유 변상금학교회계 부당지출 등 무려 15억에 이르는 회계 부정을 적발하였다. 학교에서는 감사 결과 드러난 불법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모자라 비리를 고발한 교사들을 해고하였다. 학교 측이 제기한 소송은 확정까지 무려 6년 동안 진행되었는데 결국 대법원은 지난 2009년 4월 학교측의 비리가 모두 사실임을 확인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학교 비리의 당사자와 협조자들로 드러난 이사장과 학교장, 행정실장 등은 모두 대부분 경고에 그쳤고, 견책이라는 최하 징계를 받은 사람은 1명밖에 없는 등 솜방망이 처분으로 넘어갔고, 반대로 비리를 고발한 교사들 2명은 정직3월이라는 중징계를 당했고, 다른 한 명 조연희 교사는 해고 당하여 2009년 대법원에서 학교 비리가 사실로 확인되었음에도 학교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학교 비리 당사자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학교비리를 고발한 교사들만 해고 등 중징계를 당한 것이다.

- 매점·급식 비리 학교는 경고 Vs 고발 교사는 해고
대구 Y공업학원에서는 이사장의 특수 관계인이 운영하는 매점을 통한 불법 강제 급식, 보충수업비 불법 수납, 매점 불법 수의 계약뿐만 아니라 식품위생법 상의 최소한의 원산지 표시도 하지 않은 채 학생 급식을 실시하고 있었다. 수 없이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는데 이를 제대로 시정하기는커녕 이를 문제 제기한 강태운 교사를 2006년 이후 3번이나 파면하여 학교에서 쫓아내어 강 교사는 지금도 거리를 헤매고 있다. 파면이 취소되어 합법적으로 학교로 돌아가는 강 교사의 출근을 교사들을 시켜 저지하기도 하였다.

비리의 당사자들은 감사에서 관련 통장도 제출하지 않는 등 비협조로 일관하여 비리의 규모도 정확히 밝히지 못하였는데도 대구교육청은 최소한의 계좌 추적을 위한 검찰 수사의뢰나 고발을 하지 않았다. 지난 12월 "바른 나라, 깨끗한 정부, 감사원이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를 표방하고 있는, 공직사회 부패에 대한 최후의 보루라는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하였으나 지금까지 제대로 학교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

- 이사장은 급식 사장과 학교돈으로 해외 여행 Vs 고발 교사는 해고
서울 양천구의 M학원 Y고는 설립 때부터 학교 용지가 아니라 서울시 소유의 공원 녹지 등에 불법으로 지어졌다. 수업 하지도 않는 유령 교사를 교육청에 신고하여 월급을 받아갔고, 건축 쓰레기 불법 매립에 의한 벌금까지 학교 돈으로 지불하여 문제를 일으켰다. 학교 통장으로 이사장과 학교장 등이 결재도 없이 자기들 쌈짓돈처럼 사용하다가 발각되었다. 각종 비리의 최고 압권은 학교 급식업체 사장을 지인으로 세우고, 이사장이 그 급식업체 사장과 직원들을 데리고 학교 돈으로 제주도와 중국 등으로 여행을 다니다가 적발된 것이다.

이런 각종 비리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의 이사장과 교장에 대해서 검찰은 무혐의 처분하거나 지금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형사 처벌조차 받지 않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이런 학교 비리를 고발한 김형태 교사는 각종 혐의를 씌워서 파면을 당하여 학교에서 쫓아냈다.

이 외에도 학교 비리를 고발하여 불이익을 당한 교사나 교직원은 수없이 많았다. 대통령과 교과부, 그리고 법무부의 '교육 비리와의 전쟁' 선포가 진심이라면 학교 비리를 고발하여 학교에서 쫓겨난 "서울의 D여고 조연희 교사, Y고 김형태 교사, 대구 Y공고 강태운 교사"부터 복직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정권이 이들을 구제하지 않고 교육비리 척결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내부 비리 고발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도 제도화해야 한다. 내부비리고발 교사들의 구제와 내부비리 고발 활성화를 위한 제도 마련이 대통령과 현 정권의 교육비리 척결 의지가 진심인지 허언인지에 대한 제1의 시금석이다.

핀란드-스웨덴-덴마크 등이 청렴국가인 이유

우리나라에 비리가 비단 교육계만 심각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비리 수준과 비례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2009년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국가청렴도 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5점으로 180개국 중 39위, OECD 30개국 중 22위였다. 2008년도에 5.6으로 40위를 기록하였는데 점수는 떨어졌고 순위는 오만과 함께 공동 39위로 변동이 없는 셈이다.

2009년 청렴한 국가 상위 10개국은 뉴질랜드, 덴마크, 싱가포르, 스위스, 핀란드, 네덜란드, 호주, 캐나다, 아이슬란드 등이고, 2008년도는 덴마크, 뉴질랜드, 스웨덴, 싱가포르, 핀란드, 스위스,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호주, 캐나다 등으로 거의 같은 나라들이 순위만 약간 바뀌었다. 이 나라들은 왜 부패 지수가 낮고 반대로 투명 지수가 높을까? 이와 관련하여 이 나라들의 노조 가입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에서 재미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주요 청렴국가들의 노조가입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대단히 높아 90%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청렴지수가 낮은 우리나라, 일본, 미국 등의 노조 가입률은 10~20% 수준이다. 둘이 무관할까?
 주요 청렴국가들의 노조가입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대단히 높아 90%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청렴지수가 낮은 우리나라, 일본, 미국 등의 노조 가입률은 10~20% 수준이다. 둘이 무관할까?
ⓒ ILO 자료

관련사진보기


대체로 우리가 선진국, 복지국가라고 부르는 나라들이 국가 청렴도가 높은데 청렴지수가 늘 세계적으로 높은 스웨덴과 핀란드 등 북유럽의 나라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와 뉴질랜드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투명성지수 최상위권 국가들은 노조가입률이 매우 높거나 단체협약 적용률이 매우 높은 국가들과 대체로 일치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스위스나 뉴질랜드도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노조가입률이나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다.

최근 우리나라 교육 개혁과 관련하여 주목받는 핀란드는 2009년 현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의 국가경쟁력 1위, GNP 4만 6천달러로 세계 9위, 세계환경지수 1위, 여성지위가 높은 나라 2위였고,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3회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나라는 국가청렴도 부분에서도 늘 세계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핀란드에는 "공무원은 따뜻한 맥주와 찬 샌드위치가 적당하고, 그 반대는 위험하다"는 격언이 있다. 이 격언이 나타내는 것처럼 차가운 맥주 한 잔과 따뜻한 샌드위치도 뇌물로 여길 정도로 공무원의 청렴을 강조한다고 한다. 또한 고위 공직자나 유명인은 물론 전 국민이 재산을 법으로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고위 공직자인 공정택 서울교육감이 재산 신고를 허위로 하여 유죄선고를 받고 쫓겨난 것과는 너무도 대조되는 현실이다.

이런 핀란드의 노조 가입률이 76.2%이고 단체협약 적용률은 82.5%에 이르는데, 또 다른 청렴국가인 스웨덴과 덴마크 등도 비슷한 실정이다. 참고로 2009년 국가청렴도 지수가 일본 17위, 미국 19위인데 이들 나라의 노조가입률은 10%~20% 정도이고, 단체협약 적용률 역시 20% 이하로 굉장히 낮은 편이다. 국가 청렴 지수가 높은 10위권 나라 중에 일본이나 미국, 우리나라보다 노조가입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낮은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해마다 국가투명성 지수를 발표하는 이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지부인 한국투명성기구는 해마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없애고 청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인사나 단체를 선정하여 '투명사회상'이라는 것을 수여한다. 그런데 학교의 내부비리를 고발하여 해고된 D여고 조연희 교사(2005년)와 Y고 김형태 교사(2009년)가 투명사회상 수상자이다. 국가투명성기구로부터 우리 사회의 부패를 없애고 청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여 상을 받은 교사(이들은 모두 동시에 교원노조 조합원들이다)들이 학교에서는 해고되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낮은 노조 가입률과 노조 탄압은 비리와 부패의 밑거름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복지국가들이 부패지수가 낮고 청렴도가 높은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높은 노조가입률과 단체협약 적용률로 나타되는 강력한 노동조합이라는 내부 비판 세력의 존재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노동조합의 긍정적 기능을 무시하며, 전교조와 전공노 등 노조에 대한 대대적으로 탄압하고, 전체 10% 수준의 노조 가입률을 가진 우리나라가 청렴도가 낮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일제고사 반대를 이유로 교사를 집단적으로 해고하고 법원의 복직 판결에도 복직을 거부하고 있고, 시국선언을 빌미로 90명에 이르는 교사를 징계하고 기소하고 교원노조 전임도 불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정치활동을 빌미로 또 다시 전교조와 전공노에 대한 대대적 탄압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공직 사회의 감시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용될 리가 없다. 만약 현 정권의 교육비리 근절이 진심이라면 공직사회 최고의 견제, 감시 장치인 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현 정부가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정치활동 수사에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으면 먼저 여당인 한나라당과 관련된 교사들의 정치후원금부터 수사해야 하고, 특히 최근 서울시장 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나모 의원의 H학원을 비롯하여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사나 이사장으로 있는 사립학교의 비리 문제와 한나라당 관련 정치후원금 문제부터 모범적으로 수사해야 국민들이 진심으로 믿어줄 것이다.

학교 폭력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 '폭력 금지 제도화와 인권 의식 부재'

최근 교육계의 또 하나의 화두는 학교 폭력 문제이다. 대통령은 제35차 라디오 연설을 통하여 졸업식 폭력 뒤풀이 모습에 가슴 아프다면서 "육체적인 폭력과 성적인 모욕이 해를 거듭하면서 되물림되고(편집주: '대물림'의 오기인 듯) 증폭되고 있는데도 아이들은 이것이 잘못인 줄 몰랐다고 합니다..... 이번 일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문화의 문제다"라고 진단했다.

교육의 근본 문제를 다시 생각해야 하며, 학교도 기업처럼 학생을 잘 보듬어 달라는 내용이나 가정 교육의중요성을 강조한 것, 그리고 영상매체의 부정적 영향 등을 예로 들면서 대통령이 직접 매월 교육개혁대책회의를 열어 교육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이 연설에 나타난 대통령의 말은 공자님 말씀처럼 원칙적으로는 틀린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근본적인 인식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교육에서 책임 윤리나 도덕적 소양 같은 인성교육 또한 중요하다는 말은 맞는데 기업이 제품을 만드는 것과 인성 교육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렇게 대통령이 교육을 기업 마인드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 교육 문제의 근본 문제 중의 하나인데 여전히 기업을 예로 들며 교사들을 질책하고 있다.

"학교 교육과 가정 교육이 중요하다, 영상 매체가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는 모든 국민이 다 아는 원칙론이다. 매월 교육개혁대책회의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챙기겠다는 내용이 없다. 학교 폭력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아이들이 폭력적이라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의 부재와 폭력 근절 제도화의 부재'이다. 우리는 지금도 학교에서 인권을 이야기하면 '인권이 밥 먹여 주냐? 학생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지 인권은 무슨 인권? 그런 건 나중에 어른 되면 따져라!'라는 비아냥이 돌아온다. "아이들의 머리칼에는 죄가 없다" 기사에서 밝힌 것처럼 외국의 많은 나라들에서 이미 학교 폭력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나아가 가정에서의 체벌도 금지하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이다.

학교 폭력 문제의 뿌리는 군사독재 문화와 일제 잔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랑의 매, 교육적 체벌이라는 미명 하에 아직도 일제와 군사문화의 잔재인 체벌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에 의한 학생 체벌이 금지되지 않는데 아이들끼리의 폭력이 근절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이다. 그런데 우리는 최소한의 인권인 체벌 금지도 제도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 존중을 논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학생인권조례도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현실

학교 폭력의 근본 원인은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인권을 나의 인권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학교에서 인권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더 우리 현실을 잘 드러내주는 말이다. 교사의 개인 생활에 속하는 흡연도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전면 금지시키는 학교에서 금연보다 훨씬 나쁜 폭력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모순이다.

학교 폭력 근절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학교 체벌을 금지시키는 것을 제도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교사가 학생 앞에 폭력이 행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먼저 하고, 그리고 학생들에게 폭력이 얼마나 나쁜 것이고,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가르쳐야 한다. 교과지식보다 인성 교육이, 성적 순위보다 인권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쳐야 한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학생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겠는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교육 방법은 없다. 그래서 체벌을 금지하고 두발과 방과후 학교 등에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는 것은 학생 인권 교육에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에 아무런 관심도 없고 일부에서는 사회주의 정책 어쩌고 하면서 비난하고 있다. 최소한의 학생 인권 보장 선언을 사회주의 좌파 정책이라고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현실에서 학교 폭력이 없어지고 학생 인권의식이 증진되기를 바라는 것은 허황된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대통령이 말로 하는 학교 폭력 사태 근절 지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린다.

대통령과 정권은 法之不行 自上征之(법지불행 자상정지) 자세 보여야

사마천이 쓴 『사기』의 「상군열전(商君列傳)」편에 法之不行 自上征之(법지불행 자상정지)라는 말이 나온다. 진나라 효공(孝公)왕 시대에 왕의 신임을 받던 '상앙'이 새로운 법을 시행하였는데 백성들이 불편하다고 잘 지키지 않았다. 왕의 태자가 이 법을 위반하자 상앙은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 이를 어기기 때문이다.(法之不行 自上征之)"라며 왕이 될 태자를 대신해 보좌하던 사람을 처형하고, 스승에게 죄를 물어 이마에 먹물을 들이는 형벌을 가했다. 이후로 백성들은 새로운 법령을 잘 지켰고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최근 교육비리 척결을 강조하는 대통령과 법무장관, 검찰총장 등이 위장전입 당사자들이며, 서울의 매관매직 비리의 최고 책임자가 공정택 교육감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창호공사와 장학사 매관매직 비리, 급식업체와 골프 여행과 해외 여행 등의 당사자들이 대부분 교장이며 고위 공직자들이다. 그런데 그들 최고 수장들인 서울교육청 권한대행과 교과부 장차관은 책임지지 않고 부하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면서 입으로는 교육비리 척결을 말한다. 졸업식 알몸 폭력 뒷풀이에 충격받았다고 하면서도 학교 체벌 금지 제도화에는 반대하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에도 여전히 부정적이다.

대통령, 교과부 장차관, 법무부 장관, 서울교육감 대행 등 최고위층들이 나서서 앞다투어 교육비리 척결을 외치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들의 모습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보지 못하고, '법지불행 자상정지'를 먼저 보게 된다. 대통령부터 최고위 공직자들이 스스로 법을 지키는 자세와 더불어 교육 비리에 대한 최대의 감시 견제 장치인 교원노조에 대한 탄압을 멈추는 것이 교육비리 척결, 국가청렴도 제고의 지름길임을 대통령부터 깨달아야 할 것이다.


태그:#교육비리와의 전쟁, #내부고발자, #노조조직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