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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세계박람회를 준비중인 여수지역의 가장 큰 화두는 당연 '자원봉사'다. 개막 800여일을 앞두고 해양엑스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여수시는 민, 관, 기업 할 것 없이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향후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 여부가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대한민국 여수의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기관이나 각계 각층에서는 활발한 자원봉사 활동이 전개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많은 손길이 요구되고 있다. 필자는 자원봉사단체 중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게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수지역 내 자원봉사자들을 취재해 그들의 활동을 싣고자 한다. <기자말>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중략)

비가새는 판자집에 새우잠을 잔데도

고운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80년대 정치와 경제적으로 우울했던 시절 많은 운동가와 서민들의 삶에 희망을 주었던 쟈니리의 노래 '사노라면'은 그 시대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노래를 통해 힘든 삶과 질곡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불렀던 그 노래는 지금도 여전히 희망의 노래이다.

 

요즘 세상에 비가 새는 판자촌이 어디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몸이 불편하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현재 살고 있는 집조차 정비를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상당수이다.

 

2월 27일 토요일 오전 7시30분,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막 잠에서 깬 듯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몰려 들었다. 이른 아침 그들이 모인 곳은 다름 아닌 전주콩나물 해장국밥 집이다.

 

매달 자원봉사가 있는 날이면 이들은 시원한 '콩나물국밥'으로 속풀이를 한다. 전날 동료들과 나눈 숙취를 해소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또한 주5일 근무로 가족과 함께 주말여행을 떠나는 이들과 달리 자원봉사로 매달 한 번씩은 꼭 주말을 반납해야 하는 오늘 같은 날이면 가족들에게 미안함이 앞선다. 특히 삼일절과 함께 3일간의 황금연휴가 겹친 날이면 더하다.

 

60년된 판자집 기와집으로 바뀌던 날

 

여수시 고소동에 위치한 차동순(83세)할머니 집에는 5명의 가족이 모여 산다. 마치 70년대 판자촌을 연상케 하는 이곳에 할머니와 며느리 그리고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3명의 손주가 살고 있는데 아이들은 집안의 든든한 기둥이다. 객지를 떠돌며 아들과 자식들이 많아도 객지에서 변변치 않게 생활하다 보니 며느리가 날품을 팔아 노모를 모시고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형편이어서 집수리는 엄두조차 못 낸다.

 

집을 지은 지 60년이 지난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은 화재로 인해 한쪽 면이 이미 소실된 상태이고 지붕은 비닐과 천막을 덮어 놓았지만 비가 새어 방안 천정은 곰팡이와 물기자국으로 얼룩져 있다.

 

"여름에는 비가 새고 습기가 차서 집에서 물이 줄줄 배어 나오지라. 또 주택이라 겨울에는 외풍이 세고 추워라. 이런 집을 그냥 고쳐 준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회사직원들과 통장님께 뭐라 말해야 될지……"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한 할머니는 22살 나이에 이곳으로 시집와 집을 지은 지 벌써 60년의 세월이 흘렀다. 8년 전 할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집을 손볼 사람이 없어 지금껏 저소득층으로 살아오다 어느날 통장과 자원봉사자의 추천으로 한사랑회와 연결되어 집수리 대상자가 되었다.

 

성공적인 집수리 6단계 "시간 관리가 관건이죠!"

 

이렇듯 한사랑회가 저소득층 및 독거노인.조손 세대들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집수리 봉사에 뛰어든 것은 2003년으로 되돌아 간다. 당시 지역사회의 어려운 가정을 돕기 위해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도배와 장판을 교체해 주는 것에서부터였다. 이후 점점 노하우가 쌓여 보일러 교체와 집안 인테리어를 비롯 다양한 기술과 많은 장비가 필요한 지붕교체 작업에 이르기까지 매년 10회 이상의 집수리 자원봉사를 통해 그들이 고쳐준 집만 해도 수십채에 이르고 있다. 봉사단체가 점점 집수리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는 격이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말에 집수리봉사를 하기 때문에 계획된 시간에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어야 하는 관계로 자원봉사자의 시간활용은 집수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답사를 통해 철저한 사전 시뮬레이션이 필요한데 집수리를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6단계로 작업이 진행된다. ▲ 실사(7~8번) ▲ 운영회의 ▲ 전체회원 게시판 공지 ▲ 자재구입 및 봉사인원 모집 ▲ 자원봉사자 작업내용 및 주의사항 숙지 ▲ 작업실시가 바로 그것. 이렇게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정된 시간 내에 작업을 완벽히 마무리할 수 없다는 것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자원봉사-"생색내기가 아니라 전문화를 요구하는 시대"

 

한사랑회 집수리 담당을 맡고 있는 정재필 운영위원은 "많은 자원봉사 단체가 있지만 이제 자원봉사도 전문화 되어 가고 있다"며 "요즘은 생색내기로 자원봉사를 했다간 해주고도 욕먹는 시대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정 위원은 "한사랑회는 내부 인테리어뿐 아니라 집수리 기술력도 이제 수준급이다"며 "지금은 집수리 공구만 수백만원대를 보유하고 있고 도배나 장판 등 노력봉사가 필요한 간단한 것은 다른 단체에서 맡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아직도 집수리 봉사때 전문가들에게 기술지원을 받으며 노하우를 쌓는다"며 "집수리 자원봉사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한사랑회 곽수인 회장은 "매년 우리 단체의 활동 중 가장 큰 행사가 집수리 봉사이다"며 "여수시가 엑스포를 준비로 추진중인 '원도심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집수리봉사를 의뢰해 우리 모임의 취지에도 맞고 시에서 하는 사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자원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곽 회장은 "오늘은 작년에 이어 첫 집수리 봉사인데 휴일이지만 주말을 반납한 일근자와 교대근무를 하면서 잠을 설쳐가며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은 회원들의 땀방울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더욱 훈훈해지는 것 같다"며 고생한 회원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했다.

 

여천NCC㈜ 한사랑회는 어떤 단체?

 

한편 여천NCC㈜ 한사랑회는 97년 여수산단내 대림산업석유화학사업부 시절 사내 자원봉사 동아리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99년 12월 대림석유화학사업부와 한화석유화학의 빅딜로 인해 여천NCC㈜ 한사랑회로 명칭을 변경 "작은사랑! 큰 기쁨!!"이라는 모토로 여수지역사회 속에서 자원봉사 단체로 활동중이다.

 

순수 봉사단체로 출발한 여천NCC㈜ 한사랑회는 일근과 교대근무자를 포함 487명의 사내회원으로 구성되어 자원봉사로 매년 5300만원의 예산이 쓰이고 있다. 이중 회원 자체회비가 64%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회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10년 주요 사업으로는 ▲ 불우이웃 장학금.생활비.급식비 지원사업 ▲ 집수리 사업 ▲ 이동목욕 및 감로탕 목욕 ▲ 농어촌 행복마을 우리가족사업 ▲ 꿈이룸방 방과후 학습도우미 사업 등이 예정되어 있다.


태그:#여수엑스포 , #한사랑회 , #자원봉사, #집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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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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