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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49)가 미국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그가 내걸었던 공약은 파격적이고 신선했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6개월 내에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

"인권침해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

"로비스트와 검은 돈을 정치자금으로 제공하는 이들을 백악관에서 축출하겠다."

 

이런 약속을 내건 오바마는 40대 젊은 나이에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다.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의 당선은 진보진영으로부터 '전쟁광' 혹은, '좀 모자라는 사람'으로 손가락질 받던 전직 대통령 조지 부시가 이끌던 미국과는 전혀 다른 미국을 기대하게 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위에 언급된 오바마의 공약들은 실현이 됐을까? 아니면 마냥 입에 발린 선거용 슬로건처럼 폐기처분 된 것일까?

 

부패한 미국의 권력가와 세계를 움직이는 검은 금융자본을 시종일관 비판해온 다큐멘터리 감독 알렉스 존스(36)는 이 질문에 단호하게 답한다.

 

"그의 약속은 어떤 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는 흑인의 탈을 쓴 또 다른 조지 부시일 뿐이다."

 

미국을 공포와 혼란에 빠뜨린 9.11 테러.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 "비도덕적인 국제금융세력이 뉴욕을 공격한 다음, 오사마 빈 라덴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음모가 진행 중"이란 충격적인 발언을 한 바 있는 알렉스 존스. 터무니없는 '음모론'으로 일축됐던 그의 주장은 놀랍게도 4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젊은 다큐멘터리 감독의 충격적인 문제 제기... 주장일까? 진실일까?

 

<테러의 주범들> <미국의 독재자들> <테러 스톰-정부지원의 테러 역사> 등 일련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숨어서 세계를 움직이는 검은 세력'을 추적해온 그는 오바마가 국제 금융재벌과 미국․유럽 전현직 권력자들로 구성된 비밀조직 '빌더버그'의 하수인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충격적이고 논란을 야기할 소지가 충분한 그의 주장은 최근 번역․출간된 <오바마의 속임수>(노마드북스)에 고스란히 담겼다.

 

저자는 오바마가 대선 공약을 지킬 수 없는 이유에서부터, 백악관이 월스트리트 금융 자본가들로 채워진 까닭, 여기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를 초래한 집단이 누구인지 등을 거침없이 써내려간다.

 

<오바마의 속임수>에 담긴 내용은 읽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일방적 주장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알렉스 존스의 글을 세상에 떠도는 수많은 음모론 중 하나라고 가볍게 치부해 버리기엔 그의 취재가 면밀한 동시에 방대하고, 논리 전개 또한 허술함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세계적 석학 노암 촘스키가 "이 책이 폭로하듯 현실의 민주주의는 모두 가짜"라고 코멘트까지 했다니, 알렉스의 주장을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함부로 깎아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오바마의 대선 공약과는 달리 여전히 이라크에서 미군은 철수하지 않았고(심지어 3만 명을 추가 파병하겠다는 계획까지 나왔다), 관타나모 수용소 역시 폐쇄되지 않았다. 뿐 아니라, 로비스트와 거액 기부자로 의심되는 세력 또한 백악관에서 완전히 축출되지 않았다는 것은 주장이 아니라 '사실'에 가깝지 않은가.

 

책은 오바마의 출마와 당선에서부터 오늘날까지를 꼼꼼히 짚어가며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숨겨진 진실'이 있다고, 그 진실을 당당히 바라볼 수 있어야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독자들에게 호소한다.

 

저자가 "오바마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동시에, 숨어서 세계를 움직이는 자본주의자들의 비밀조직"이라고 지목한 빌더버그 그룹. 책은 '빌더버그 비밀결사'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이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는 기존의 언론 보도를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던 사람들이라면 알렉스 존스의 이야기에 쫑긋 귀를 세울 수도 있을 듯하다.


오바마의 속임수

알렉스 존스 지음, 김종돈 옮김, 노마드북스(2010)


태그:#빌더버그, #오바마, #조지 부시, #속임수,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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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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