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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절기상으로는 이미 시작되었는데도 겨울의 시샘이 깊어서 그동안 숨을 죽이고 있던 봄이 드디어 어깨를 활짝 펴고 세상을 향하여 외치기 시작했다. 

 

산과 들에 내리쬐는 봄 햇살에 눈이 부시다. 그 고운 봄 햇살을 받으며 양지쪽에는 봄까치꽃이 무더기로 피어있다.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린다고 해서 이름도 봄까치꽃. 연한 보랏빛 작디 작은 얼굴이 앙증맞다. 그지없이 사랑스럽다. 꽃들 중에서는 제일 먼저 얼굴을 보여주는 봄의 전령사. 추운 겨울에도 조금만 따뜻하면 얼굴 내밀었다가 얼어서 피우지도 못하고 떨어지기를 수차례. 그러나 이제는 사방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나 봄소식을 알린다.

 

물가에는 버들강아지가 눈을 떴다. 아직 눈꼽도 떨어지지 않은 눈 비비며 깨어나는 모습이 가슴 설레게 한다. 어린 시절엔 버들강아지만 보면 가슴이 뛰었다. 그건 버들강아지가 깨어나면 추운 겨울 다 지나고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내 가까이 와 있음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는 꽃망울들이 하나하나 입을 열기 시작한다. 부지런한 그 얼굴 얼른 보려고 추운 겨울 무던히도 나갔다. 그때마다 입 꼭 다물고 있는 꽃망울을 보면서 추운 날씨가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러나 참을성 있게 기다리니 이렇게 곳곳에서 곱고 예쁜 얼굴을 보여주었다.

 

나는 꽃을 사랑한다. 대지에서는 사계절 꽃들이 무수히 피어난다. 무슨 꽃이든 꽃은 다 사랑한다. 그래서 꽃만 보면 울적했던 마음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방 환해지곤 한다. 곱고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 자태 모두 아름답지만 꽃들이 지닌 이런 외적인 것들보다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하여 피워내는 그 열정이 아름다워서이다. 그중에서도 봄꽃을 유난히 더 사랑한다.

 

별 어려움 없이 탄탄대로를 걷는 사람의 성공보다는 온갖 시련을 이겨낸 사람의 성공이 우리에게 더 깊은 감동을 안겨주듯 봄꽃들은 혹독하고 긴 겨울, 모진 겨울 추위와 싸워서 이겨내고 피워낸 꽃들이라 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꽃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이 꽃들 피워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슴이 벅차다.

 

긴 시간 병마와 투쟁하느라 많은 것을 접어야 했던 나는 봄이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다. 지금도 조심스럽긴 하지만 힘차게 피어나는 봄꽃들을 보면서 새로운 용기와 힘을 얻는다.

 

봄이 왔음을 온 세상에 알리기 위해 피어났다가 닥쳐온 한파에 몇 번을 떨어지면서도 다시금 피고 또 피어난 '봄까치꽃', 한파를 견디며 한 달여를 꽃망울 준비하여 마침내 입을 연 '별꽃' 등 추운 겨울을 용감하게 이겨내고 대지에 꽃등을 달듯 찬란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장한 봄꽃을 따라 겨우내 움츠렸던 내 몸도 기지개를 켠다. 몸이 기지개를 켜니 마음도 따라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3월을 맞이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벅찬 가슴을 쓸어내리며 에밀리 디킨슨의 <3월에게>란 시를 나지막하게 읊조려본다.

 

3월에게

         

정다운 3월아, 어서 들어오렴

내 너를 만나 얼마나 기쁜지

난 네가 참 보고 싶었어

어서 모자를 벗으렴,

 

빨리 달려오느라 얼마나 숨이 차겠니?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나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가자.

난 네게 할 얘기가 많단다.

 

나 역시 3월에게 할 이야기가 그 얼마나 많은 사람인가.          


태그:#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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