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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병변 1급의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는 송현이가 해맑은 표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전혀 차별없이 밝게 대하는 송현이 엄마의 영향으로 보였다.
▲ 뇌병변 1급의 중증장애를 안고 있지만 해맑은 송현이 사진 뇌병변 1급의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는 송현이가 해맑은 표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전혀 차별없이 밝게 대하는 송현이 엄마의 영향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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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5년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장애2급 판정을 받아 장애인으로 생활하면서도 늘 장애는 극복된다는 신념을 지니고 생활한다. 하지만 장애를 입은 후 정상인으로부터 느끼는 소외감이나 편견은 적지 않다. 장애라는 것이 실제 내 문제가 되자 평범하게 살던 때 장애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생각이나 느낌들이 많이 달라졌다. 장애인들 문제에 절로 민감해지게 됐다.

2005년 사고 후 2007년 입원치료를 마치고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교육을 받았다. 2급 장애인까지는 중증장애인으로 분류하고 일대일로 방문교육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그 시스템을 이용해 교육 받으며 실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때 내게 친절히 교육해줬던 선생님과 지금도 수시로 연락하고 있으며 플래시를 비롯한 동영상편집 등을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수시로 자문을 구하곤 한다.

5년째 끈질기게 재활훈련을 했다. 2009년 접어들며 재활성취가 제 궤도에 오르며 관심의 폭이 현실세계로 급격히 넓어졌고 그간 배웠던 컴퓨터를 활용해 시험 준비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플래시가 잘 되지 않아  여느 때처럼 그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선생님은 날 교육하던 것처럼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한 아이를 교육하고 있다고 했다. 그 아이는 특수학급이 아닌 일반학교의 일반교실에서 교육을 받는 장애인 학생(전라북도 교육청에서 일대일로 보조교사가 돌봐주는 프로그램에 의해 활동보조 도우미를 지원받고 있다한다)이라고 했다. 그런 장애학생들을 매년 학기 초가 되면 일일이 전라북도 교육청으로 불러 육안으로 검사를 거쳐야만 일년간 일대일 돌보미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그때가 되면 거동이 부자유스러운 중증의 장애학생들의 보호자들의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의사의 판정을 거쳐 장애급수를 받은 장애학생들을 비 전문가인 도교육청의 일반 공무원들이 육안검사를 위해 일제히 부른다는 그 요식적인 절차가 과연 필요한 것이고 꼭 해야 하는 일인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불합리한 일에 대해 화가 났다. 설령 행정의 속성상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면 담당자가 장애학생들을 찾는 방법도 있을 터인데 꼭 그들을 불러야 하는지 강한 의구심이 들게 된것이다.

그래서 권송현(15·평화중학교 1학년) 양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 어머니께 취지를 말씀드리고 방문해도 되는지를 물었다. 그리곤 지난 18일 오전 10시 전주시 평화동의 송현 양의 집을 찾았다. 교통사고로 뇌병변2급 장애판정을 받은 내가 선천성 뇌병변 1급장애학생을 찾는다는 것은 내심 긴장되는 일이었다. 나는 아파트 상가에 들러 음료수를 사가지고 컴퓨터 선생님과 함께 방문을 했다.

방문 전에 긴장을 한 이유는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정서적으로 예민한 나이인 어린 여학생이 나의 방문을 값싼 동정이나 호기심 정도로 치부해 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또 그런 장애를 가진 학생은 표정이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의 아이일 거라는 선입견 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철저한 나의 기우였다.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열자 화사하게 웃으며 나의 방문을 반겨주며 송현 양의 방을 향해 "아저씨 오셨다"라고 활기차게 알리셨다.

 시중가 150만이나 하는 장애자용 킹키보드는 국가보조 70%와 자부담 30%로 구입했으며 이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메신저도 사용한다고 했다.
▲ 장애자용 킹키보드를 사용하면서 컴퓨터 사용이 자유로워졌다한다 시중가 150만이나 하는 장애자용 킹키보드는 국가보조 70%와 자부담 30%로 구입했으며 이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메신저도 사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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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안내를 받아 송현 양의 방에 들어섰다. 송현 양은 누워있었지만 밝은 표정으로 또렷하게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밝은 표정의 송현 양을 대하는 순간 나도 긴장이 풀리면서 오른손을 내밀어 손을 잡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그런 의미에서 악수를 하자"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에 순간 가까운 사이처럼 느껴진 것이다.

일반 자판을 이용해 컴퓨터를 하려면 온몸을 이용해도 자꾸 오타가 나와 제대로 사용이 불가해 장애자용 킹 키보드를 사용하는데 이 자판의 가격이 150여만 원으로 국가에서 70%를 지원받아 구입해 사용하면서 컴퓨터 활용이 많이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지금은 메신저도 한다고 해서 나의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주고 친구추가 해서 함께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송현이와 그간의 나의 재활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하고 끈기를 가지고 재활하면 장애는 극복가능하다는 요지의 대화를 하고 현관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는데 16일 있었던 2010년 심사에서 탈락한 정채연(8·뇌병변 1급, 전주시 서신동)의 어머니가 송현네 집으로 전화를 해와 함께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이해를 돕기위해 문답식으로 대화내용을 정리했다.

- 해마다 학기초가 되면 장애가 있어 일대일 보조교사가 붙어 학습보조를 해주어야 하는 중증의 장애학생들을 단순히 그 장애정도를 눈으로 확인 하고자 도 교육청으로 모이게 한다는 말을 듣고 격분해서 제가 송현양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구체적으로 무슨 지원을 받으며 학기초가 되면 그 지원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해 중증의 장애학생들을 도교육청으로 모이게 하는 것에 대해 불편을 느끼신다는 건데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아시다 시피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교육은 분리에서 통합으로 그 접근방식이 변화하고 있으며, 정상화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주류화(Mainstreaming), 통합화(Interation)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완전통합으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한 특수교육적 욕구(special educational needs)보다 특별한 욕구(special needs)를 지원하는 교육의 개념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품안에만 데리고 있던 송현이가 학교에 들어가던 해가 되면서 저도 여느 장애학생 부모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힘들고 어렵더라도 송현이가 참다운 교육을 통해 경쟁력있는 성인으로 자라게 뒷받침 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해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보다는 일반학급에 진학시키고자 한 것입니다.

그때만 해도 그런 것은 감히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때 한국 장애인 학부모회 김수옥 전북지회장님을 만나 제게는 큰 행운이었다 생각합니다. 제가 장애아의 엄마로 살면서 가장 존경하고 모델로 삼고 있는 분이 김수옥 회장님 이신데, 이분은 장애학생이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받는다는 개념이 없던 시절에 그 일을 위해 동분서주 노력해 선구적으로 전라북도에서 이일이 가능하도록 만드신 분입니다.

초기에는 전주시 보조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한 일이 지금은 전라북도 교육청예산으로 반영돼 일년에 60명의 학생들이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일단 선정이 되면 학습보조교사가 장애학생에게 일대일로 활동보조를 해주는 거지요. 장애를 그것도 뇌병변 1급으로 중증의 장애아의 엄마로서 이 제도는 참으로 유익하고 실용적인 제도라 생각합니다.

일반학교에도 특수학급이 편성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특수학급이란 것이 교육보다는 '격리'가 목적이라 하면 제 편견인가요? 장애아의 엄마로 특수학급을 바라보는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일반 학급에서 그저 보통의 '학습'을 받게 하고 싶은 겁니다. 이 제도는 중증의 장애학생들이 보통의 교육을 받게 해서 혼자 자활(自活)할 수 있는 참 유익한 제도라 생각해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운영상의 불합리한 점들을 좀 개선해 달라는 게 저희 입장이지요."

 성장해 중학교 2학년인 송현이 엄마는 이제 초등학생이 되는 채연이 엄마에게 많은정보와 힘을 주고 있었다. 이들은 이렇게 서로를 격려하며 힘을 얻고 있었다.
▲ 송현이 엄마도 이번 돌보미 지원대상에서 탈락한 채연이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성장해 중학교 2학년인 송현이 엄마는 이제 초등학생이 되는 채연이 엄마에게 많은정보와 힘을 주고 있었다. 이들은 이렇게 서로를 격려하며 힘을 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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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을 듣고 보니 중증의 장애학생들에게 참 필요한 제도라 생각됩니다.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채연이가 이 서비스에서 탈락하게 되어서 마음이 아프시겠습니다. 탈락한 이유와 향후 어떤 학교에 입학을 시킬 건지 채연양 어머니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채연이도 뇌병변 1급 장애자로 판정받은 중증의 장애아입니다. 올해 처음 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송현이 엄마를 비롯한 한국장애인 학부모회 회원들과 함께 하면서 이 시스템을 알게 됐고 자라면서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정상적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채연이를 위해 힘들어도 일반유치원에 다니게 했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돌봐왔는데 처음 입학하면서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해 제가 지금 좀 격분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 채연이가 탈락한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단지 일년에 60명을 지원해줄 예산밖에 없어서 탈락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뿐입니다. 심사 기준이 활동의 가능여부보다 다른 요인으로 지원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에 대해 소수의 장애자의 부모로서 한계를 느낍니다.

일단 지원대상에서 탈락한 채연이는 교육청이나 교육당국에서는 특수학급으로의 진학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만, 올바른 교육을 받도록 뒷받침 해야 하는 부모로서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고요. 장애학생들은 거주지 근거리 원칙에서 일단 형식적으로는 자유롭게 허용 해주었지만 실제적으로는 그 선택의 폭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일단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지 엘리베이터와 화장실 및 경사로등 세심한 장애편의 시설을 살펴야 하구요.
그렇게 요행히 조건에 맞는 원거리 학교를 선정해 입학신청을 해도 또 학교 당국의 편견과 맞닥뜨려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일단 제도적으로 특수학급의 진학을 거부하고 일반학급에 진학을 신청하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지원대상자로 선정되기를 무작정 기다려볼 작정입니다.

당장의 불편이 우리 채연이의 발전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부모로서의 책임감 때문입니다. 한국장애인 학부모회 전북지부 회원들의 선구적인 노력으로 이렇게 선진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서 늘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애의 정도가 아니라 단지 예산상의 이유로 지원대상이 결정되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리 채연이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장애학생은 계속 생길 것이고 이런 문제를 계속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올해 학교에 입학하는 채연이는 뇌병변 1급장애학생으로 일대일 학습돌보미 지원대상에서 탈락해 상심하고 있었다.
▲ 일대일 학습보조 돌보미 지원대상에서 떨어진 채연엄마 올해 학교에 입학하는 채연이는 뇌병변 1급장애학생으로 일대일 학습돌보미 지원대상에서 탈락해 상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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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장애를 입기 전에는 장애는 그저 남의 일이고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는데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겪고 장애인으로 살다보니 정상인들과 많은 부분에서 다름을 실감하게 되고 아무리 가까운 가족들과도 벽 같은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사람들 자체가 비장애인인지라 온전히 장애인의 시각으로 만들어지는 정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데 적극참여하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끝없이 사회에 주의를 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중증 장애인의 학부모로서 교육당국을 비롯한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시지요.
송현이 엄마 : "송현이가 취학연령이 되어 일반학교의 일반학급에서 교육받게 하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김수옥 회장님 같은 분들의 선구적인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우리 송현이 보다 상태가 결코 낫다고 할 수 없는 채연이가 일대일 돌보미 지원대상자에서 누락돼 가슴이 아프고 그 상황에서 채연이 어머니가 가질 절망을 충분히 알지요. 저희보다 앞서 노력하신 분들 덕에 저희가 혜택을 보게 되었듯이 오늘의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후에 다른 장애인들과 그 부모님들이 혜택을 보고 그렇게 우리사회의 장애인복지는 발전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장애학부모들이 뜻을 모았으면 합니다."

채연이 엄마 : "이제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채연이가 일대일 학습돌보미 지원대상에서 탈락된 게 지금 제겐 가장 큰 아픔입니다. 도 교육청을 비롯한 교육당국의 바람대로 특수학급에 지원하면 여러 번거로움을 덜수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편한길은 우리 채연이의 장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채연이 후에 이런 문제를 겪게 될 장애학생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여 일반학교에 일반 학급에 지원해 여러 현실적 어려움을 감내하고서 라도 이 문제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켜 기어이 이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뇌병변 2급장애의 몸으로 선천성 뇌병변 1급 장애학생의 애로를 청취하다



태그:#신국중, #전라북도교육감, #교육감선거, #권송현, #서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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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2급 장애를 가진 전주시 공무원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목표로 만18년째 가열찬 재활 중. 이번 휠체어 사이클 국토종단애 이어 장애를 얻고 '무섭고 외로워'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시즌Ⅱ로 필자의 마라톤을 마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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