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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중소상인 대표단이 국회 근처 은행 앞에서 '2월 임시국회 내 SSM 허가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 및 무기한 단식 농성 선포식'을 벌이고 있다
 전국 중소상인 대표단이 국회 근처 은행 앞에서 '2월 임시국회 내 SSM 허가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 및 무기한 단식 농성 선포식'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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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의 중소상인이 국회 앞에서 곡기를 끊었다.

18일 오후 1시, 국회 근처 은행 앞에서 'SSM 허가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 및 무기한 단식 투쟁 선포식'이 열렸다. 찬 바람이 불고 눈 쌓인 길가에 작은 앰프가 마련됐고, 수십 명의 상인들은 하얀 피켓을 나눠 들었다. 그 뒤론 국회의사당 건물이 보였다.

전국 중소상인 단체들은 2월 임시국회에서 SSM 허가제로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요구하면서 단식 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단식에 참여하는 이들은 울산·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명의 상인들이다.

사회를 맡은 신규철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준) 집행위원장은 "17일 상인과 시민단체 사람들이 지식경제부·외교통상부·공정거래위원회 담당자들을 만났지만 실망만 안고 돌아왔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중소상인 대표들이 1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대형마트와 SSM 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지식경제부와 외교통상부가 부처 간 이견 조율의 어려움과 WTO 조항 위배 가능성을 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휘웅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대표는 "상황이 도루묵이 됐다"며 이전과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사람 피눈물나게 하는 게 정치인가?"

'2월 임시국회 내 SSM 허가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 및 무기한 단식 농성 선포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최극렬 전국상인연합회 회장
 '2월 임시국회 내 SSM 허가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 및 무기한 단식 농성 선포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최극렬 전국상인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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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넘겨받은 최극렬 전국상인연합회 회장은 "외교통상부가 미국사람인지 한국사람인지 모르겠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최 회장은 "WTO 규제 위반 부분이 구체적으로 어디까지냐"며 "중소상인들을 다 죽이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식경제부를 향해 "소상공인들을 다 죽이는 게 고용창출인가"라고 물었다.

최 회장은 중소상인 생존권 보장을 위해 국회와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죽어가는 상인들을 위해서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냐"며 "국회는 상인들이 다 죽어가는 현실을 알고 법 개정에 앞장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직접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김경배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역시 국회가 제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국회가 실효성 떨어지는 법안을 만들고서 그것마저도 통과 시키지 않고 있어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이 달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지식경제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김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앉아 피눈물나게 하는 게 정치의 도(道)인가"라고 물으며 "가족의 생존권을 위해 모든 걸 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책임 커... "6·2 지방선거에서 표로 말하겠다"

바닥에 깔고 앉을 스티로폼이 신고된 물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경찰과 주최측
 바닥에 깔고 앉을 스티로폼이 신고된 물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경찰과 주최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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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태연 사업조정신청지역전국연석회의 공동대표는 야당들이 국회에서 대형마트와 직영점에 대해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한나라당은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 공동대표는 "여당이 문제를 풀 열쇠를 쥐고 있음을 안다"며 "2월 내 개정 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에 대한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6·2 지방선거에서 전국상인이 총 궐기해 한나라당을 표로써 심판하겠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이종화 송파구SSM저지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작년부터 싸워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얻은 결과가 쓰레기봉투·담배·소주 판매에 대한 3년 유예였다"며 "이게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무기한 단식 농성에 참가한 한부영 홈플러스저지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밤낮으로 국회와 중소기업청을 쫓아다니는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2월 국회에서 (SSM 허가제)가 처리될 때까지 단식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자회견 끝나 갈 때쯤, 경찰과 중소상인 대표단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최 이 단식 농성을 위해 준비해 온 스티로폼을 깔려 하자 경찰이 신고되지 않은 물품이라며 막아 선 것이다. 단식 농성단은 결국 스티로폼 대신 얇은 은박비닐을 깔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중소기업중앙회로 자리를 옮겨 무기한 단식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인터뷰] 이동주 사업조정신청기업 전국연석회의 사무국장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중소상인 대표단 20명의 모습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중소상인 대표단 20명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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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사업조정신청기업 전국연석회의 사무국장은 지난해 5월부터 SSM(기업형슈퍼마켓)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 상인들을 현장에서 도우며 지켜봐 온 사람이다. 이 사무국장은 18일 열린 'SSM 허가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 및 무기한 단식 투쟁 선포식'을 준비하기도 했다. SSM-중소기업의 문제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 사무국장을 만나 몇 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 소상공인살리기 대전운동본부는 지난해 9월 291명의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참여한 113명의 의원 중 101명이 SSM 허가제 도입에 찬성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허가제 도입을 동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척이 없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국회의원들 개개인 별로는 그런(SSM 허가제 찬성) 목소리를 내는데, 몇 개의 당 빼곤 당론으로 채택이 안 되고 있다. 정부가 WTO 조항을 들어 무조건 자율경쟁에 맡겨야 하고 정부가 '소수'라고 표현하는 중소상인들이 경쟁력을 키워 경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여당에서 이런 정부 눈치를 보는 것 같다.

- SSM 허가제 2월 내 처리라는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시 단식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인가?
"마음은 그렇다. 우선 2월 말까지 1차적으로 하고 3월 10일 정도에 2~3만 명이 모이는 중소상인 궐기대회를 여의도에서 열 예정인데 2월 임시국회 결과를 놓고 농성을 이어갈지 궐기대회에 집중할지 생각할 예정이다."

- 국민들 관심이 작아진 상황이다. 국민들 관심을 환기 시킬만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나?
"마음은 국민과 같이 하고 싶은데, 자고 나면 SSM이 하나씩 생기고 하니까 상인분들이 이 운동에만 전념하기도 힘들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사실 이번에 시작하는 극한투쟁도 여론에 대한 호소이다."

- SSM 진출로 상품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들에겐 이득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동네 작은 슈퍼를 이용하시던 분들이 생필품 말고 잡화를 사기 위해선 멀리 나가야 했는데 SSM이 생겨 멀리 안 나가도 돼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은 있다. 그러나 당장의 편리는 있을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 될 수 있다. 다양한 가게들이 있어야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데 나중에 SSM이 시장을 독과점한 상황에 놓인다면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갈 수밖에 없다. 지금 SSM들이 규모를 줄여 80~100평 크기의 매장들을 열고 있다. 이건 소비자들이 생활잡화를 살 수 있는 규모가 아니며 단순히 생필품 파는 슈퍼를 대체하는 것이다. 자본으로 골목시장을 평정해 매장을 늘리고 이익을 얻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이래선 유통 생태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태그:#SSM, #중소상인, #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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