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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기지역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작년 10월 5일자 보도자료 '학업성취도 평가시행, 비판적 입장에서 수용-일제고사 평가 문제점과 심각성 최소화해야'를 내면서, 교과부가 주관하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일제고사 평가 문제점은 많지만, 교과부가 주관하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국가적 시업이므로 어쩔 수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경기도 교육청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일제고사와 관련한 의견을 밝힌 10월 5일자 보도자료. 이 발표를 보고 경기도 교육청의 당당한 소신과 용기에 모두들 박수를 보냈습니다.
▲ 일제고사 실시관련 경기도 교육청 보도자료 경기도 교육청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일제고사와 관련한 의견을 밝힌 10월 5일자 보도자료. 이 발표를 보고 경기도 교육청의 당당한 소신과 용기에 모두들 박수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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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도자료에서는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하여 네 가지 의견을 밝히고 있는데, 그 중에 네 번째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넷째, 경기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입시에 꼭 필요한 모의고사 등 몇 가지 불가피한 평가를 제외한 다수의 일제방식 평가를 폐지할 것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입시에 꼭 필요한 모의고사 등 몇 가지 불가피한 평가를 제외한 다수의 일제방식 평가를 폐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 일제고사 실시 관련 경기도 교육청 보도자료 경기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입시에 꼭 필요한 모의고사 등 몇 가지 불가피한 평가를 제외한 다수의 일제방식 평가를 폐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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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도자료를 보고, 교과부 눈치만 보고 교과부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모든 시도교육청과달리 소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경기도 교육청의 당당함에 많은 도민과 국민들이 박수를 보낸 바 있습니다. 저도 경기도에서 교사노릇을 하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서 '경기교육청, 일제고사 아니지만, 국가 정책이라 어쩔 수 없이 수용' 는 기사를 올린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도 교육청이 이런 소신 의견을 밝힌 지 4개월이 지난 2월 현재, 경기도 교육청은 스스로 당당하게 밝힌 의견을 스스로 깨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3월 9일(화)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일제고사로 진행되는 진단평가를 실시하려는 것입니다.

작년 12월 31일자로 온 공문 내용입니다. 이 공문 내용을 보면, 6학년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빠지고, 갑자기 초 3학년 평가가 등장합니다.
▲ 2010학년도 교과학습 진단평가 시행일 알림 작년 12월 31일자로 온 공문 내용입니다. 이 공문 내용을 보면, 6학년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빠지고, 갑자기 초 3학년 평가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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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증거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작년 12월 31일자로 우리 지역 교육청에서 학교로 보내온 공문입니다. 이 공문의 제목은 '2010학년도 교과학습 진단평가 시행일 알림'이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0학년도 교과학습 진단평가 시행일을 다음과 같이 알려드리오니 학교에서는 2010학년도 교육과정 계획 수립시 교과학습 진단 평가 시행일에 행사나 자체 평가계획과 중복되지 않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 하나는, 2월 17일까지 DCMS로 '2010년 진단평가를 위한 기초조사'를 보고하라는 것인데 양식을 보면 3,4,5학년의 학급수와 학생수를 보고하는 것입니다.

2월 17일까지 DCMS로 3,4,5학년의 학급수와 학생수를 보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경기도 교육청이 진단평가를 실시한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 DCMS 진단평가 기초조사 보고 2월 17일까지 DCMS로 3,4,5학년의 학급수와 학생수를 보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경기도 교육청이 진단평가를 실시한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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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상황을 보면, 현재 경기도 교육청은 경기도 교육청 스스로 문제점이 많아서 폐지하겠다는, 전국 모든 학교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로 일제식으로 진행되는 평가인 진단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기도 교육청은 3월 9일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되는 진단평가가 '입시에 꼭 필요한 모의고사 등 몇 가지 불가피한 평가'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학년 초 진단평가는 다른 사람이 출제한 지필평가로 하는 것보다 담당교사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게다가 전국에서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문제로 다른 사람이 출제한 문항인 사지선다형 위주의 지필평가로 이루어져선 절대 안됩니다. 게다가 진단 결과는 그 즉시 확인되어서 바로 피드백이 되면서 학습활동을 이어나가야 하는데, 작년의 경우를 보더라도 교과부와 교육청이 주관하는 일제식 평가의 결과는 채점과정 때문에 한 달 뒤에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학년 초 진단평가 방법은 교과부나 교육청이 간섭할 사항이 결코 아닙니다. 한 해 아이의 교육을 담당하는 담임에게 맡겨 두셔야합니다. 평가방법이나 평가내용을 간섭하는 대신 교과부와 교육청은 교사들이 진단평가를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됩니다.

3월 9일에 일제고사로 실시되는 진단평가는 '입시에 꼭 필요한 모의고사 등 몇 가지 불가피한 평가'가 결코 아닙니다. 한 해동안 학습을 위한 진단평가 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평가입니다. 경기도 교육청이 스스로 밝혔듯 일제식 평가는 문제점이 많은 평가입니다. 그런데도 경기도 교육청은 3월 9일 일제식 진단평가를 실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3월 9일에 진행되는 진단평가는, '학업성취도 평가'와 달리 교과부가 주관하고 시행하는 평가가 아닌 시도교육청 권한으로 되어 있는 평가인데도 경기도 교육청은 그대로 실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경기도 교육청이 이 진단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모순입니다.

또하나, 이번에 평가 대상에 포함된 3학년 '국어(읽기, 쓰기), 수학(셈하기)' 평가는 진단평가와 또 다른 종류의 평가입니다. 평가 내용만을 보면 그동안 10월에 기초학력진단평가라는 이름으로 실시해오다가, 작년에 교과부에서 3월 진단평가와 중복이 되기 때문에 폐지한다고 밝힌 평가입니다. 그런데 교과부는 1년도 지나지 않아 평가에 대한 근거도 밝힌 바 없고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공문으로 3학년 평가를 3월 초에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초3 평가 누구의 작품인가') 3학년이 되자마자하는 기초학력진단평가는 실시 시기만 보더라도 그동안 실시해왔던 기초학력진단평가의 기본에도 어긋납니다.

경기도 교육청이 3월 9일에 전국적으로 일제히 치르는 일제식 진단평가를 치를 계획을 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이 계획을 반드시 철회해야 합니다. 철회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저지르고 있는 모순을 지금이라도 바로 잡는 길이고, 도민들과 국민들이 경기도 교육청에 보내고 있는 응원에 부응하는 길입니다.

경기도 교육청은 물론이고, 다른 시도 교육청에서도 3월 9일에 일제고사로 치르는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다시 생각해 봐야합니다.

덧붙이는 글 | 경기도 교육청이 스스로 문제점이 많다고 밝히면서 꼭 필요한 평가가 아니면, 일제식 평가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지 4개월만에, 문제점 많은 일제식 진단평가를 왜 실시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태그:#일제고사, #3월진단평가, #경기도교육청, #초등교육,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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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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