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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이라는 나이를 넘어서면서 언제부터인가 내 생일을 잃어버리기 시작하였다. 새 달력에 일년 동안 꼭 챙겨야 할 가족행사들을 기록하면서, 내 생일만은 '내 생일'이라고 표시해두는 여유가 이미 사라진 것이다.

 

이번에도 별것없이 생일이 지나가나 했다. 그런데, 오늘 집에 돌아오니 둘째가 내 손을 잡고 빨리 식탁에 앉으라고 재촉한다. 평상시와 사뭇 다른 태도에 대충 짐작은 했지만, 못 이기는 척 하며 앉고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초코파이를 차곡차곡 쌓은 아담한 생일케이크에 내 나이만큼 초를 꽂고 생일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아빠 생일축하합니다!

 

8살인 둘째는 아빠의 생일선물이라며 빨리 뜯어보라고 재촉한다. 무늬만 포장지였지, 테이프로 둘둘감아 얼기설기 포장된 선물을 뜯었더니, 그 안에서 꼬깃꼬깃 접은 편지가 나온다.

 

 

편지를 읽고 나니, 봉투안에 편지외에 작게 접어진 무엇인가가 또 하나 보인다. 펼쳐보니, 헉~! '로또'일세. 순간 둘째는 의기양양해서 이렇게 말한다.

 

"아빠, 제가 오늘 로또가게에서 직접 고른 번호니까 꼭 당첨될 거예요! 알았죠?"

 

아빠에게 드릴 선물을 고민 끝에 '로또'로 결정하고 하나하나 번호를 골랐을 둘째의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4학년인 큰 아들도 역시 편지와 함께 선물로 준비한 'abc초콜릿'을 항상 사무실 책상 속에 넣어두고 에너지를 보충하라고 주문한다. 급하게 쓴 흔적이 역력하지만, 아들의 아빠사랑은 뜨겁게 느껴진다. 

 

"아들아, 하나도 서운한거 없단다. 대신 돌아오는 토요일은 아빠 인생의 전환점이 될것 같아. 아들이 점지해준 로또번호로 틀림없이 대박날테니까!"


요즘은 딸을 키워야 자식 키우는 맛이 난다고들 한다. 아들만 둘이라 귀가 솔깃해지기도 했고, 실제로 시도 때도 없이 말썽을 부려 폭발직전까지 가는 일도 부지기수. 하지만 애교는 조금 부족해도 엉뚱하고 천진한 행동으로 웃음이 나오게 하다가도 가끔 의젓함으로 기쁨을 주는 우리 두 아들. 사내 녀석 크는 것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비록 남의 사위가 되더라도 대한의 아들로 커 주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단다.

 

딸 가진 분들, 줄을 서시오!


태그:#생일,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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