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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고속철도 KTX-II의 외양
 한국형 고속철도 KTX-II의 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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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한국형 고속철도 제작 완료

1899년 한반도 최초의 철도가 개통되었다. 첫 개통 구간은 현재의 경인선(수도권전철 1호선)인 제물포~노량진 구간이었는데, 속도는 시속 20km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기준으로는 너무나 느린 속도이지만 당시는 자동차가 없던 시절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우 빠른 속도였다.

그 후 산업화시대 한국의 발전을 이끌어 오던 철도는 2004년 4월 1일 KTX 고속철도 시대를 맞게 된다. 고속철도는 서울과 부산을 3시간 이내로 연결해주며 반나절 생활권을 이뤘으며, 올해 말 경부고속철도 전 구간이 개통되면 서울과 부산은 2시간 거리가 된다.

시승열차와 귀빈들
 시승열차와 귀빈들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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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는 4월에 개통 6주년을 맞게 될 고속철도는 개통 당시 모습 그대로 정체되어 있는 교통수단이 아니며 꾸준한 발전을 계속하고 있다. 영업 체제, 신상품 개발, 연계교통체계 등 여러 가지 면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경부선의 병목현상 해소와 수도권 남부 교통 수요 흡수를 위해서 수서~평택 간의 수도권 고속철도 신노선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아울러 또 하나 고속철도의 새로운 발전은 바로 한국형 고속철도차량 KTX-II의 도입이다.

프랑스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현 고속철인 KTX는 그동안 경부, 호남축의 주요한 교통수단으로 큰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KTX가 좋은 반응을 얻어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자, 정부는 2006년부터 한국형 고속철도 개발 계획에 착수했고, 이의 성과물이 바로 KTX-II로 불리는 한국형 고속철도이다.

KTX-II는 2009년 6월에 첫 차량이 제작 완료되었으며, 운영회사인 코레일에 인도되어 다음달 2일부터 새로운 고속철도 열차로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에는 기자 및 고객대표 등을 대상으로 시승식이 열렸는데, KTX-II의 여러 가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특징 1] 다양한 계층 '배려'

장애인석, 장애인용 화장실, 비즈니스석
 장애인석, 장애인용 화장실, 비즈니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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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고속철도인 KTX-II를 세 가지 핵심 단어로 설명하자면, '배려', '유연', '심미'라고 할 수 있다. KTX-II는 다양한 계층을 '배려(配慮)'한 설계가 눈에 띄었다. 우선 KTX-II는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이 확충되었다. KTX-II에는 장애인석이 3석, 전동휠체어석이 2석이 있다. 이는 기존 KTX와 같은 것이지만, 기존 KTX가 20량 편성이고, KTX-II가 10량 편성인 것을 생각해보면, 장애인석이 2배로 늘어난 셈이다. 또한 기존 KTX에도 장애인 화장실이 있었지만, 수동휠체어를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좁았던 것에 비해, KTX-II의 장애인용 화장실은 널찍한 공간이 제공되어, 장애인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교통 약자 외의 다양한 계층을 배려한 것도 KTX-II의 특징이다. KTX-II에는 각 객차의 정 가운데 있던 동반석이 없어진 대신 별도의 비즈니즈석이 생겼다. 기존의 동반석은 원래 동반석 목적으로 설계되었다기보다는, 고정식 좌석의 양쪽이 만나는 정 가운데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난 부수적인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 때문에 좌석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동반석 제도를 운영하기까지는 모르는 사람들끼리 멀뚱하게 마주보면서 앉아가게 되는 일도 일어났다.

칸막이가 쳐진 단체칸, 전원 콘센트와 테이블
 칸막이가 쳐진 단체칸, 전원 콘센트와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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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TX-II의 비즈니스석은 동반자들끼리 회의를 한다는 분명한 목적으로 설계된 좌석으로, 넓은 좌석과 노트북용 전원, 심지어 조명용 전기스탠드까지 제공되어 '열차 내의 회의실' 역할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즉 비즈니스 목적으로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배려'한 설계인 것이다. 이외에도 단체 승객을 위해 칸막이를 보완한 단체칸, 아기와 함께 여행하는 승객을 위한 수유실 등 다양한 공간 배치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현대는 IT시대인 만큼 다양한 IT설비를 원하는 승객들도 배려하고 있었다. KTX-II에는 기존 KTX에는 없던 DMB수신 설비가 달려있었고, 노트북용 전원콘센트도 달려있었다. 현행 KTX에서는 좌석에서 전원을 이용할 수 없고, 복도의 업무용 전원이나 화장실의 면도기용 전원을 이용해야 하는 옹색함을 감수해야했다. 하지만 KTX-II에는 특실 중심으로 전원콘센트가 달려있어 편리하다. 객실 앞뒤 맨 끝에 노트북용 테이블이 설치된 것도 작지만 큰 배려였다.

[특징 2] 20량 운행하다가 중간에 10량씩 분리하는 '유연성'

좌석, 팔걸이, 차내 판매의 유연성
 좌석, 팔걸이, 차내 판매의 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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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II의 또 다른 키워드는 '유연(柔軟)'이다. KTX-II는 한국형 고속철도를 만든다는 컨셉으로 제작된 차량답게, 한국 실정에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 유연한 설계가 눈에 띄었다. 일단 기존 KTX는 20량 고정편성이지만, KTX-II는 기본이 10량 편성이며, 필요시 두 편성을 붙여 20량 편성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럴 경우 수요가 적은 주중에는 10량 편성으로 운행하다가, 수요가 늘어나는 주말에는 20량 편성으로 운행할 수 있다. 또한 목포행과 광주행을 10+10량으로 함께 운행하다가 광주송정역(구 송정리역)에서 분리시켜 광주와 목포로 각각 열차를 보낼 수 있다. 이렇듯 KTX-II를 이용하면 국내 교통수요에 맞는 유연한 열차운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KTX-II의 좌석은 회전이 가능하여, 좌석 회전을 원하는 고객, 4명이 마주보며 가고 싶어 하는 고객 등 다양한 고객 특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 KTX가 외부의 휠체어 승강설비를 필요로 했는데 비해, KTX-II는 휠체어 승강설비가 내장되어 있어서 어떤 역에서든 유연하게 휠체어에 대응을 할 수 있으며, 스낵바, 자판기, 특실용 신문 배부대 등 다양한 차내판매시설을 갖추어 유연한 차내 판매 활동이 가능하다. 짐칸의 선반도 필요에 따라 접었다 폈다 선택할 수 있는 세심한 설계가 이루어져 있다.

[특징 3] 산천어 생김새 따온 '심미감'

특실의 나무 무늬 벽면과 무반사 선반 바닥
 특실의 나무 무늬 벽면과 무반사 선반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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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II의 마지막 키워드는 '심미(審美)'이다. KTX-II는 처음부터 뚜렷한 설계 내용을 가지고 디자인 했다. 프랑스에서 설계된 현행 KTX는 상어를 본 떠 설계했다고 하는데, KTX-II는 한국형 고속철도답게 토종 물고기인 산천어(山川魚)에서 생김새를 따왔다.

산천어는 토종 연어라고도 불리며, 우리가 아는 보통의 연어가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는데 비해, 산천어는 민물에서 계속 사는 연어의 한 종류라고 한다. 산천어는 바다 연어보다 몸매가 날렵하고 맑은 물에만 사는 특징이 있어, 빠르고 친환경적인 KTX-II의 이미지와 일치한다.

KTX-II의 내장은 괄목상대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개선되었다. 회색 톤의 의자 색깔은 안정된 느낌을 주며, 바닥재 및 벽면의 색깔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조명도 대체적으로 밝아진 느낌이 들었다. KTX에서 개통 초기 문제가 되었던 선반 바닥의 반사 문제도 처음부터 해결되어 있었다. KTX 시절만 해도 일반실 의자가 무궁화호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는데, KTX-II에서는 크게 개선되었다.

새마을호와 자주 비교되던 특실도 개선되었는데,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벽면에 나무 무늬(우드그레인)를 도입한 것이었다. 우드그레인은 자동차에는 자주 도입되었지만, 철도차량에는 도입된 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KTX-II의 특실에 도입되자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며, 카페트 느낌의 바닥재와도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나무 무늬는 차분하고 안정적이며 친환경적인 느낌을 주었다.

이렇듯 KTX-II는 기존보다 더욱 나아졌으며, 우리나라 실정에도 적합한 신형 한국형 고속철도이다.

부족한 콘센트, 환승통로 거리 조절 등 고쳐야 할 점도 눈에 띄어

하지만 앞으로도 더욱 개선해야 할 점도 많아보였다. 우선 다양한 IT 설비들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안내문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물론 차내지에 안내문이 들어가긴 하겠지만, 책을 열어보지 않고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일반석에 전원 콘센트가 부족한 것도 아쉬웠다. 승객들의 지나친 전기 사용이 걱정된다면, 콘센트 유료화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좌석에서 전원 공급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는 KTX-II의 운영체계 부분도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10+10량씩 병결운행이 가능한 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수요에 공급을 정확하게 맞추는 효율적인 운행이 이루어져야 하며, 인천공항, 마산, 진주, 포항 등 기존 고속철도 비수혜 지역에 KTX-II를 이용한 신규 고속철도 서비스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고속철도 천안아산역에 동시에 정차한 기존 KTX와 KTX-II
 고속철도 천안아산역에 동시에 정차한 기존 KTX와 KTX-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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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번 시승식에서 KTX-II가 천안아산역 상행 플랫폼에 정차하였는데, 열차의 위치와 플랫폼 바닥의 객차 번호 표시를 기계적으로 맞추다보니, 상행열차가 천안아산역 전철 환승통로와 멀리 떨어져서 정차하는 문제점도 있었다. 천안아산역의 환승통로는 남쪽 끝에 있는데, 1호차는 북쪽에 있기 때문이다.

현행 20량 편성 KTX에서는 남쪽 끝 객차에 타면 환승통로 바로 앞이지만, 10량 편성 KTX-II에서는 마지막 객차를 타더라도, 환승통로와 멀리 떨어지게 된다. 이렇듯 KTX-II의 특성에 맞게 작은 것부터 세심하게 준비해나간다면 KTX-II가 더욱 편리한 철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잇을 것이다.

2004년 도입된 고속철도는 혁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철도서비스의 큰 개선을 이루어냈다. 서울에서 대전을 1시간 이내에 간다는 것은 예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또한 고속철도는 많은 수익을 내는 코레일의 알짜 사업이기도 하다. 운임이 높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속도가 빨라서 회전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제 고속철도는 올해 말 서울-부산 전 구간 개통을 앞두고 또 한 번 도약을 해야 할 시기이다. 심미적인 부분이 고려되어 한층 격이 높아지고, 한국 실정에 맞게 승객들을 배려하여 만들어진 KTX-II가 유연한 운행을 통하여 더 좋은 고속철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우리나라 철도의 두 번째 혁명을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 시민기자는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고속철도, #코레일, #KTX, #KTX2,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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