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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시 해임하겠다고? 세상이 웃을 일이다. 할 테면 하라. 대신 이번엔 내가 납득할 수 있는 해임 근거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유인촌 장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과 한나라당이, 최근 업무에 복귀한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다시 해임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장 "재해임 할 수 있으면 해보라"며 "대신 당사인 나, 김정헌만이라도 설득할 수 있는 해임 근거를 꼭 갖고 오라"고 반발하는 등 적극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여당은 법원의 '해임효력 정지' 결정을 받아 업무에 복귀한 김 위원장을 다시 해임하는 것을 포함한 예술위원회 사태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유인촌 문광부 장관, 한나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간사를 맡고 나경원 의원, 최구식 한나라당 제6정책조정위원장, 허원제 의원 등이 참석했다.

 

문광부와 한나라당, 김정헌 위원장 다시 해임 논의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문광부 쪽의 견해를 들은 뒤 "해임 과정의 문제 때문에 법원에서 '해임효력 정지' 결정이 나온 것이라면 다시 김 위원장에게 소명 기회를 줘서 (재해임) 절차를 밟으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다음 재판에서는 김 위원장의 직무상 문제까지 포함해 준비를 잘 하라고 문광부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런 제안에 유인촌 장관은 "김 위원장 해임 건은 이미 항고가 돼 있고, 다른 직무상의 문제점들을 포함해 다시 법원에서 싸우겠다"며 "만약 직무 집행에 문제가 있었다면 다시 해임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문광부 쪽은 "'한 기관 두 위원장' 사태는 예술위원회에서 판단하고 해결할 문제이다"며 김 위원장의 업무 복귀 등 예술위원회 문제와 거리를 둬 왔다.

 

또 유인촌 장관은 지난 1일 두 위원장 체제의 예술위원회에 대해 "그렇게도 한 번 해보고… 재밌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등 이번 사태에 자신의 책임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혔었다.

 

정부와 여당의 재해임 논의 소식을 전해들은 김 위원장은 "세상이 웃을 일인데, (유 장관과 정부가 지금) 워낙 궁색하게 몰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려는 것 같다"며 "정부가 또 무리하게 해임을 추진하면 나는 또 복귀를 추진할 것이고, 그러면 다시 지금과 똑같은 문제가 반복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나를 다시 해임하려면 이번엔 꼭 정당한 근거를 밝히고, 해임 과정 역시 투명하게 진행하라"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문광부 "자유로운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 현재 항고만 진행 중"

 

심장섭 문광부 대변인은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김 위원장 해임 문제는 당정회의 정식 안건이 아니었고, 자유로운 토론 과정에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다"며 "문광부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항고에 최선을 다할 뿐, 재해임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유인촌 장관에게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기관장"으로 지목돼 2008년 12월 강제 해임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법원에서 '해임효력 정지' 결정을 받아 2월 1일부터 출근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한 기관 두 위원장'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빠져 있다. 예술위원회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 위원장의 지위는 인정하나, 권한은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또 문광부는 "오광수 위원장과 함께 동반 사퇴하는 게 어떠냐"고 김 위원장에게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예술위원들이 내 권한을 제한할 권리는 없고, 회의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유인촌 장관이 위법적인 해임에 대해 공개 사과를 하고 자진 사퇴한다면 나도 고민을 해보겠다"며 '한 기관 두 위원장' 사태 대한 나름의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또 김 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상식과 민주주의가 실종된 이명박 정부 문화행정'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내가 논개인가, 돌아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동반 사퇴를 하느냐"며 "내 임기 7개월 동안 유인촌 장관이 제일 괴로울 것"이라고 동반 퇴진 제안을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출근 6일째를 이어갔다.


태그:#김정헌, #유인촌, #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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