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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4개월 전부터 아침인사를 나가서 그런지 처음엔 도민들이 낯설어 했다. 하지만 만나는 폭을 점차 넓혀갈수록 도민들이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꽉 차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1월 19일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래 경기도의 동서남북을 누비고 있는 심상정(50) 전 진보신당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기자와 만난 8일 오전 내내 파주, 의정부 등 경기 북부를 누비며 자신의 정책을 알렸다. 그 다음날인 9일 새벽엔 구리 농수산물시장, 성남 인력시장을 방문하고 10일 새벽엔 고양시 LPG 충전소에서 택시 운전사들을 만났다.

 

이미 예열 작업을 마친 그에게 남은 것은 골인 지점을 향한 질주뿐이었다. 그 거침없는 질주에 '브레이크'를 살짝 걸어보았다.

 

- 김문수 현 경기도지사는 1980년대 노동운동을 주도한 동지이자 지금의 남편을 중매하기도 한 사람 아닌가. 이번 대결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인연은 매우 소중하다. 일찌감치 김 도지사가 다른 길로 갔기 때문에 그 몫까지 내가 감당하느라 많이 힘들었다. 김 도지사가 한나라당으로 갔지만 오랜 세월 동안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했던 이력이 묻어나오길 기대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사적인 인연과 공적인 소명은 구별돼야 한다. 지금은 오직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김문수를 심판하고 도민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임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제안한 대연정 주장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엔 샛강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엔 큰 강이 흐르고 있다"고 논평했던 그가 참여정부를 계승한 민주당과 단일화하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했다. 

 

- 현재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는 김문수 도지사의 아성을 뛰어넘기 위해 야권 후보들 간의 단일화가 요구되고 있다.

 

그는 즉각 "야권이 단일화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답하며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찬성했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있었다. 그는 "여의도 정치공학에 따른 단일화가 아니라 경기도민과 속궁합을 맞춘 단일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설 연휴가 끝나고 나면 야권 후보 간의 정책 검증을 본격 제기할 생각"이라며 "경기도민들과 거리를 좁히기 위한 야권 후보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6.2 지방선거의 중요 화두인 '변화와 심판'에 누가 가장 적합한지 겨뤄보자"는 이야기다. 17대 의정활동 당시 '이자제한법', '성(性)인지 예산 제도 도입' 등 각종 혁신 법안들을 발의하며 정책개발 최우수의원으로 꼽히기도 했던 그가 던진 '후보 단일화 레이스'의 첫 승부수였다.

 

다음은 심 전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분양원가 공개 반대했던 김진표의 경제관, MB와 어떤 차이가 있나?"

 

- 예비후보 등록 후 지속적으로 경기도민들을 만나고 있다.

"처음 아침인사에 나섰을 때 지방선거까지 4개월 정도 남아 있어 그런지 도민들이 낯설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내 알아보시고 눈을 따뜻하게 맞춰주거나 격려해준다. 만나는 폭을 넓혀갈수록 도민들이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꽉 차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김문수 도지사의 지지율이 야권 후보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경기도민들이 오히려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 않나.

"현재 16개 광역·시·도 단체장 선거 여론조사를 하면 현역이 1등이다. 현역 프리미엄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벗겨지는 거품 지지율이라 생각한다. 또 현재 김문수 도지사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제1야당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간에 차별성이 없다는 게 김 지사의 지지율 중 절반을 채워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김 지사가 MB측근을 자임하면서 선거에 나서고 있어 경기도가 MB심판의 한복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경기도지사 선거는 그 역동성이 대단할 것이다."

 

- 경기도는 물론,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든 지역에서 야권 단일화가 강조되고 있다.

"야권이 단일화해서 MB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의도 정치공학에 의한 단일화가 아니라 경기도민들과 속궁합을 맞춘 단일화가 돼야 한다."

 

- 현재 야권 후보 중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과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심 전 대표와 함께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두 후보 중 어느 후보가 심 전 대표와 단일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민주당 후보에 대해 어느 누가 되는 게 낫다, 이렇게 말할 수 없다. 다만 민주당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김진표 최고위원은 17대 국회 때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했고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 그분이 추구했던 경제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관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명히 짚고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이 먼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말한 만큼 이에 대한 공개적인 답변을 줬으면 좋겠다. 설 연휴가 끝나고 나면 야권 후보 간의 정책 검증을 본격 제기할 생각이다. 경기도민들과 거리를 좁히기 위한 야권 후보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 선거연대와 관련, 민주당은 다른 야당의 '기득권 포기' 요구에 대해 기득권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당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큰 틀에서 나서라'는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정권이 등장하는 데 가장 큰 책임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이 그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나마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이 최근 밝힌 뉴민주당 플랜의 무상급식·무상교육 등 정책도 알고 보면 지난 정권 때부터 진보정당이 꾸준히 주장해온 것이다. 그 같은 노선과 정책에 대해 신념이나 실천도 없었던 민주당이 그것을 하겠다고 한다면 그 전의 과오에 대한 명확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한 '진보정당 정책 베껴쓰기'에 지나지 않는다."

 

- 민주당은 '지방정부 공동구성', '15% 전략공천' 등 나름의 단일화 방법들을 내놓고 있다.

"단일화는 민주당의 눈물겨운 자기 희생을 대가로 할 때만 가능하다. 일각에선 '최종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은 민주당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패권주의이고 기득권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까도 밝힌 바와 같이 개혁진보진영 단일화의 대의에 대해 공감한다. 다만 도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과 의지를 전제로 야당의 힘을 폭넓게 규합하자는 것이 야권 공조의 원칙이라고 본다."

 

"(심)상정-(김)상곤 만나면 대한민국 공교육이 희망의 역사를 시작할 것"

 

- '세 박자 복지론'을 주된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방자치 15년 동안 어느 당 출신 정치인이 지자체장이 되더라도 도민의 삶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정치가 밥 먹여주나', '그놈이 그놈이다'는 국민들의 말은 이 같은 상황을 집약해 보여주는 핵심적 언어이다. 이제 양적 성장주의의 전제 아래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위한 '시혜적 복지'를 넘어서야 한다. 누구나 필수적으로 누릴 수 있는 기본권으로서 '보편적 복지'를 지향해야 한다. 또 중앙정부와 관료가 설계하고 집행하는 것을 벗어나 복지수혜자들이 그를 집행하는 '공동체 복지'를, 인간과 자연이 함께 숨쉬는 '녹색 복지'를 지향해야 한다."

 

- 김상곤 교육감 취임 이래 경기도는 교육계의 핫이슈 생산지가 됐다. 심 전 대표도 교육도지사를 전면에 내걸었다. 구체적인 공약 내용도 김 교육감이 추진하는 교육 정책과 같은 면이 많은데.

"김 교육감이 진보정당이 그동안 해온 교육 정책 노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당이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가장 앞장서서 외쳤다. 학생인권조례도 마찬가지다. 진보정당이 17대 국회 당시 학생인권법이라는 내용으로 제출했다가 기성정치세력의 반대로 근거조항만 법으로 살려놨는데 김 교육감이 그에 근거해 지금 조례를 만들고 있다. 김 교육감은 말 그대로 진보진영의 교육 혁신 노선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결국 김 교육감의 사례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진보적 철학과 비전을 열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상정'과 '상곤'이 만나면 대한민국 공교육이 희망의 역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3월 중에 수원에 사무실을 내는데, 인연이 닿는지 김 교육감이 쓰던 사무실을 쓰게 됐다. 교육감 선거가 끝난 지 오래됐고 의도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이라 생각한다."

 

- 경기도는 그동안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심 전 대표는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오늘 경기 북부에서 교육 특구·건강 특구를 조성해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왔다. 사회 서비스 일자리를 늘려 복지를 증진시키는 한편, 도내에서 돈이 도는 구조를 만들 것이다. 또 경기 북부는 지정학적 특성상 평화 통일의 전망 안에서 경제 발전 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 남북한 과학자가 동참하는 평화과학공원을 만들고 그 안에 산업클러스터단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도의 주요 생산물인 농산물을 도내 관공서와 학교에서 진행하는 친환경 무상급식과 연계하는 '로컬 푸드 시스템'을 만들 생각이다. 경기도에서 생산하고 경기도에서 소비하는 내부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도내 각 시·군을 자립적인 경제기반을 갖춘 자족도시로 만들고 이 도시 간의 네트워킹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이제 도민들도 개발과 건설을 통한 경제 발전은 결국 땅 부자와 건설업자만 살찌우는 잘못된 방향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 예비후보 등록 후 팔당댐 인근 유기농 단지를 방문했는데. 앞서 언급한 '로컬 푸드 시스템'과 연관된 방문이었나.

"그런 뜻도 있지만 도지사가 된다면 직을 걸고 한강만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특히 팔당 지역은 작년 한 해에만 서울에서 15만 명이 유기농 체험을 했던 곳으로 최고의 유기농 생산단지이다. 이뿐만 아니라 유기농으로 한강물을 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4대강 사업을 이유로 농민이 내쫓기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막고 친환경 농업단지를 더 잘 육성해 경기도 경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에서 방문했다."

 

- 지난 1월 19일 경기도지사 출마선언 때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스타 강사 이범씨가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준비된 대통령도 있지 않았나. 도지사 후보 중 가장 먼저 출마선언을 하고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가장 준비된 도지사 후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유능한 전문가, 각 분야에 종사하는 주요 주체들과 함께 1200만 경기도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 정책과 그 실현방도를 마련하는 데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자립 경제'와 관련해 정태인 전 비서관, 교육은 이범씨, 보건의료 공약은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가, 농업 분야는 허헌중 지역재단 기획이사가 수고해주셨다. 각 분야별 공약마다 드림팀이 구성돼 있다."

 

"민노당 서버 압수수색, 새벽이 싫다고 닭의 목을 비트는 격"

 

- 진보정당이 처한 위기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지난 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정치 활동 의혹을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민주노동당 서버를 압수수색했다.

"정권의 말기적 증세다. 박정희 정권의 철권통치도 신민당사에 난입하면서 결국 종을 치고 말았다.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하고 야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이런 단계로 간다는 것은 새벽이 싫다고 닭의 목을 비트는 것과 같다. 그런 분노를 느끼고 있다."

 

- 진보정당의 위기 원인을 지난 2008년의 분당 과정에서 짚는 이들도 있다. 당시 민노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면 엉뚱한 결론이 나온다. 불이 나서 소방차가 출동한 것이지, 소방차가 출동해서 불이 난 것이 아니다. 대선 참패로 인해 분당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04년 이후 전폭적이고 폭발적인 국민의 성원을 받던 진보정당이 왜 당 지지율 3%로 최후통첩을 받게 됐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진보정당의 비전과 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회의가 대선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 진보대통합에 대해 진보신당과 민노당 간에 이견이 있다. 주로 지방선거를 전후한 시기에 대한 논쟁이 있는데.

"새로운 통합 진보 정당의 길로 서둘러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통합만 되면 모든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해선 안 된다. 통합을 계기로 국민들에게 진보정당이 새로운 정치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더 크고 넓은 진보, 더 힘 있는 진보의 비전과 계획 속에서 재창당의 심정으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 2007년 민노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비록 패배했지만 '심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경기도지사 심상정을 기대하는 이도 있지만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 심상정의 등장을 기대하는 이도 있다.

"경기도에서 최초의 여성도지사가 돼 진보정치가 이루고자 하는 복지 대한민국의 초석을 경기도에서 놓겠다. 그것이 진보정당이 집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태그:#지방선거, #심상정, #경기도지사, #단일화, #진보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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