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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당시 서대문 형무소, 지금은 독립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1930년 당시 서대문 형무소, 지금은 독립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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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도쿄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2·8 독립선언'이 진행되는 동안 서울 종로구 계동에 있는 중앙고등보통학교 숙직실에서는 3월 1일에 있을 또 다른 거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수송동 44번지에 있던 '보성사'에서 인쇄된 '독립선언문'은 사장인 이종일에 의해 전국으로 보내졌고 그는 3월 1일 아침, 자신의 집 앞에서 '독립선언문'을 배포했다. 그 시각 종로의 '태화관' 앞에서는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29인이 참석해 '독립선언문'을 낭독했고 탑골공원과 종로 곳곳에서 독립만세의 함성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이 벌어졌던 종로 일대의 풍경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곳곳에 그날의 흔적들이 남아 있고 사람들은 흔적을 통해 역사를 기억한다. 그 기억을 찾아 떠나는 올레('놀멍, 쉬멍, 걸으멍' 자연풍광을 즐기는 걷기 행사)길이 있다.

전 국무총리인 이해찬 시민주권 대표와 변영주 감독,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도종환 시인, 정연주 전 KBS사장 등 각계각층 28명의 인사들이 시민들에게 제안한 '민주올레-민주주의의 역사현장을 어깨 겯고 함께 걷자'가 오는 3월 1일 첫걸음을 내딛는다.

'대한독립만세' 함성 따라 걷는 '3·1민주올레길'

3.1운동 당시 비각(정동) 근처에서 만세운동을 구경하는 사람들
 3.1운동 당시 비각(정동) 근처에서 만세운동을 구경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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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용산구 하이원 빌리지에서 열린 '민주올레' 제안모임에는 이해찬 전 총리,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상웅 전 독립기념관장 등 각계인사가 참여했다.

최초 제안자이기도 한 이해찬 전 총리는 "차만 다니는 서울을 떠나 제주올레에 갔더니 천천히 걸으면서 볼 수 있는 자연과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며 "'3·1 민주올레'도 제주올레처럼 많은 시민들이 함께 나와 천천히 걸으면서, 놀면서, 즐기는 자리"라고 행사를 소개했다.

'민주올레'의 첫 코스인 '3·1민주올레길'은 중앙고등학교에서 출발해 탑골공원과 정동을 거쳐 서대문형무소가 있는 독립공원까지 약 5km의 코스로 진행된다.

행사취지에 대해 강욱천 시민주권 집행위원장은 "3·1운동이 일어난 역사의 현장을 많은 시민들이 함께 걸으며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걸어온 길을 생각해 보자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사라진 과거 흔적들, 남아 있는 이야기들

'3·1민주올레길'은 서울에서도 조용하고 풍경이 좋아 걷기 좋은 곳으로 유명한 북촌의 중앙고등학교에서 시작한다. 고즈넉한 한옥촌을 지나 종로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면 만해 한용운 시인의 옛집이 나온다.

계동 43번지에 자리한 만해의 옛집은 아직까지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하고 서울시 기념물로만 지정되어 있다.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유일하게 변절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지조를 지킨 그였다. 후대들은 그의 집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3·1운동 당시 탑골공원을 중심으로 종로 일대는 만세의 물결로 가득 찼다고 한다. 그 물결은 조금 떨어진 덕수궁의 대한문 앞까지 닿았고 정동길을 따라 이어졌다.

정동길 안쪽에 자리 잡은 이화여고에는 유관순 열사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우물터가 남아 있다. 비록 형체도 분명하지 않지만 열여덟이란 나이로 자신의 안위보다 민족해방을 먼저 생각했던 그녀의 충절은 충분히 느껴진다.

편한 운동화만 있으면 준비 끝... 4·19, 5·18에도 이어져

민주 올레 코스
[코스1] 오후 1시 : 중앙고등학교 숙직실 → 한용운 옛집 → 김사용의 옛집터 → 손병희 옛집 → 최린 옛집터 → 천도교 중앙총부 옛터 → 보성사 옛터 → 이종일 옛집터 → 태화관 옛터 → 승동교회

[코스2] 오후 3시 : 탑골공원 → YMCA회관 → 당시 종로경찰서 → 경성지방법원 옛터 → 비각 → 대한문 앞 → 정동 미대사관저 앞 → 정동제일교회 → 배재고등학교 기숙사 터 → 유관순 우물터(이화여고) → 경교장 → 딜큐샤 → 독립문 → 서대문 형무소

'3·1민주올레길'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3월 1일 오후 1시까지 걷기 편한 복장으로 서울 종로구 계동에 있는 중앙고등학교로 가면 된다. 코스 중간마다 각 지점에는 가이드가 배치되어 현장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해 주고 학생들이 참여 할 수 있는 퀴즈대회도 개최된다.

코스가 길지 않고 길도 대부분 평지여서 어린 학생들이나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도 별 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민주올레'를 제안한 사회인사들은 이후 '민주올레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제주 4·3항쟁', '4·19 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을 기념하는 올레길도 추진하기로 했다.

만해 한용운 옛 집터
 만해 한용운 옛 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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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주올레, #3.1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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