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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제주시외버스터미널(이하 '터미널')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 왔다.
 
터미널이 이곳에 자리잡은 뒤로 오랫동안 제주도민과 '느림'을 좋아하는 여행객이 거쳐갔을 터이지만 아쉽게도 끄집어낼 수 있는 추억담이 그다지 많지 않다. 말하자면 사각으로 드러누운 평범한 건물, 정겹다는 느낌을 찾기 어려운 허름할 뿐인 내부로 이루어진 이 곳은 그저 목적지로 가기 위한 '발판' 구실만을 수행하는 곳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달라졌다. '길'의 이미지를 담은 철구조물로 덧씌운 독특한 모습은 이전에 검은 색으로 적어놓았던 '시외버스공용자동차정류장'이라는 글씨를 없애고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주변에서 이 독특한 외관을 막을 만한 요소를 지닌 것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물 입구 한 켠에 있는 '할망(할머니)과 손주(손자)'는 정겨운 이미지로 터미널을 추억할 수 있게 이끈다.

 

현실적으로 들여다 보아도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높으신 분(?)들이 이 곳을 드나들 가능성은 드문 일이니, 이른바 '공공미술'의 지향점을 어느 정도 잘 포착한 셈이다.

 

건물 오른쪽에 우뚝 솟은 '길에서 만나다'라는 이름을 지닌 큰 조형물은 넓게는 '제주도', 좁게는 '터미널'과 연결된 길에서 만난 사람, 사물, 풍경 사진을 흑백으로 모자이크해 넣었다. 앞선 작품이 '과거 향수 좇음'이라면 이 작품은 '근과거 향수 좇음'이며 '현재성'까지 내포한 작품으로 보인다.

 

사진 속 이미지들은 오늘과 가까운 과거인데다 이를 보는 잠재 감상객은 바로 지금 터미널에서 표를 끊고 길을 떠날 채비 중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길'이라는 끈으로 이어지는 과거의 사람, 사물, 풍경과 대화를 시도하게 만드는 것이다.

 

 

위에 살펴 본 것들은 외부라는 의미로 '얼굴, 앞모습, 첫인상'과 같지만, 내부는 보다 실재적인 공간이다. 상가 사람들, 터미널 관계자, 버스 운송 관계자, 그리고 이용객 등이 이 곳, 내부에 머물고 떠난다. 모두 사람이라는 틀 안에 놓이지만 이들은 각각 바라는 바가 다를 수 있다.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율하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모양새를 창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내부도 외부 하단을 둘러놓은 것과 비슷한 느낌의 목재로 여러 곳을 마감하여 통일된 느낌을 준다. 이 밖에도 여러 곳에 손을 대어 미감을 확대시키려 한 흔적이 발견된다. 다만 낡은 바닥과 승차장의 모습 등은 제 영역을 건축에까지 내딛지 못한 공공미술의 한계로 보인다. 몇 가지 작업이 눈에 띈다.

 

 

새로 이루어낸 이 의미있는 작업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또한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안정적인 호감으로 남을 것인지 기대하고 보듬는 것이 보고 느끼는 이의 일이다. 이렇게 바뀐 터미널은  '제주공공미술 추진단' 소속 작가들이 공공미술프로젝트 팀을 꾸려 지난해 10월부터 작업한 결과물이며, 오는 2월 9일(화) 오후 6시에 제막식을 갖는다.


태그:#제주도, #제주시외버스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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