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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문광부 차관 기자간담회 갔었어요? 나 그 보도 보고 웃겨서 말이야. 아니 뭐 서로 주거니 받거니, 북 치고 장구 치며 다 짜고 하는 일이면서 아닌 척을 하고 그런답니까? 아무튼, 나는 수십 대 일이라도 '맞짱' 뜰 겁니다. 하하하."

 

3일째 홀로 "고립무원의 방"으로 출근하고 있는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화예술위) 위원장. 김 위원장은 5일, 서울 혜화동 아르코미술관 3층에 마련된 자신의 집무실로 출근해 문광부와 예술위원 10명을 상대로 '전의'를 불태웠다.

 

최근 문광부와 예술위원회는 김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위해 '찰떡궁합' 호흡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밝힌 것이다.

 

전방위 압박 받는 김정헌 위원장 "수십 대 일이라도 '맞짱' 뜨겠다"

 

우선 신재민 문광부 1차관은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위원장의 직위는 인정하지만 권한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8일 예술위원회 전체 회의가 열리는데, 그들이 논의한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 차관은 "외부에서 정치적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장관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적절치 않다"며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말을 아끼고 싶다"고 밝혔다.

 

이런 신 차관의 말은, 김 위원장의 강제 해임과 지금의 '한 지붕 두 위원장' 사태에서 문광부가 책임질 일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지속될 김 위원장의 권한 논란에서 발을 뺀 채 예술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이는, 김 위원장의 지위는 인정하지만 권한은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업무 보고 등을 거부하고 있는 문화예술위 사무처와 맥을 같이한다.  사무처 역시 "8일 열리는 예술위원회 전체회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며 "그때까지 김 위원장의 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문광부와 문화예술위 사무처가 가장 민감한 문제를 예술위원들에게 떠넘긴 상황. 그렇다면 김 위원장을 빼고 10명으로 구성돼 있는 예술위원회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김 위원장의 권한을 규정하고 제한할 권리가 예술위원들에게 있을까?

 

우선, 김 위원장은 매우 비관적이면서도 비판적으로 예술위원들을 보고 있었다.

 

"볼 필요도 없이 뻔합니다. 내가 강제 해임될 때, '해임 환영' 성명서까지 낸 위원들인데 이제 와서 나에게 우호적인 결정을 내릴 것 같습니까? 이미 문광부하고 어느 정도 의견 조율을 마쳤고, 나를 밀어내려고 하겠지요."

 

예술위원회는 김 위원장이 강제로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1년여 만에 출근한 지난 1일에도 예술위원회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 용퇴 촉구했던 예술위원회, 이번에는?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김 전 위원장의 그간의 심적 고통을 이해하지 않는 바 아니며 법원 결정도 우리로서는 거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결국 "두 위원장 체제라는 기이한 현상은 예술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으며, 직원들에게도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현명한 판단 기대한다"며 사실상 김 위원장의 용퇴를 촉구하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김 위원장이 강제 해임당할 때는 문광부를 지지하고, 법원의 '해임효력 정지'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할 때는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우려한 예술위원들이 이번엔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4일 9명의 예술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었을 때도 위원들 대부분은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10명의 위원 중 정중헌 위원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광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위원은 김치수 한국현대문학관 이사와 최상윤 동아대 사회교육원 원장뿐이었다. 

 

김치수 위원은 "문광부에도 책임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며 "너무 답답하고 한심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마음 같아서는 예술위원직을 사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상윤 위원 역시 "문광부에서 책임질 일이 있는 사람들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인인 신달자 위원은 "이 문제는 민감한 일이라 회의를 통해서 결정해야 하고, 개인적 이야기는 할 수 없다"고 답을 피했다. 음악가인 백병동 위원 역시 "나는 음악하는 사람이라 법적인 건 잘 모르겠고, 개인적 의견이 없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또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인 김복희 위원은 "일주일 동안 해외에 있어 정확한 내용을 몰라 뭐라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빠르게 용퇴 촉구했던 예술위원회... 왜 이번엔 반응이 늦지?

 

그래서 이들 위원들에게 이런 공통 질문을 던져봤다.

 

"그렇게 민감하고 중요하고 어려운 사안인데, 김 위원장의 용퇴를 촉구하는 1일 성명서는 어떻게 회의도 하지 않고 그렇게 빨리 발표했나요?"

 

신달자 위원 : "그때는 서로 전화로 이야기했어요."

백병동 위원 : "그걸 내가 당신에게 이야기해야 합니까? 인터뷰 거부하겠습니다."

김복희 위원 : "어쨌든 한국에 돌아가 이야기를 좀 들어봐야겠어요."

 

결국 1일 성명서는 "법적인 걸 잘 모르는" 상태에서, 회의도 하지 않고, 더욱이 일부 위원은 해외에 있었는데도 빠르게 발표된 셈이다.

 

김 위원장은 "8일 전체회의에 꼭 참석해 예술위원들이 어떻게 해임 환영과 용퇴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는지 따질 것"이라며 "내 부당 해임에는 예술위원들의 책임도 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예술위원들에게 내 권한 범위를 심의·의결할 권리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억지 해임이라는 게 밝혀지니까 별 이상한 일이 다 벌어진다"고 씁쓸해했다.

 

김 위원장과 10명 예술위원들의 '맞짱 대결'은 오는 8일 오후 4시에 시작된다.

 


태그:#김정헌, #유인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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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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