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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마구잡이 공사'라는 것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주 낙동강 오니층 발견 논란에 이어 남한강에서도 환경영향평가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는 현장이 확인되었다. '강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지구상에서 단 한 곳 남아있는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처참하게 파괴하고 있는 현장이 지난 2일 확인됐다.

바위늪구비 일대 주요 생물종 현황 (출처: 2009. 9 서울지방국토청. 한강살리기환경영향평가사업서(본안)>
▲ 바위늪구비 일대의 수달, 삵, 단양쑥부쟁이 바위늪구비 일대 주요 생물종 현황 (출처: 2009. 9 서울지방국토청. 한강살리기환경영향평가사업서(본안)>

여주군 강천면 강천1리 남한강변은 일명 도리섬과 바위늪구비로 불리는 빼어난 습지다. 이 지역은 정부가 발표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서 멸종위기종 Ⅱ급인 '단양쑥부쟁이'가 있고, 천연기념물 제 330호 '수달'과 작은 호랑이라 불리는 '삵'의 흔적이 발견되는 곳이다.

단양쑥부쟁이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으로, 충주댐 건설 이후 대부분 서식지가 수몰되면서 현재 남한강 바위늪구비 일대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따라서 바위늪구비 주변 훼손은 단양쑥부쟁이의 직접적인 멸종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정권의 입맛대로 심의해 만인의 지탄을 받고 있는 환경부마저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서울지방국토청 "단양쑥부쟁이 유사환경으로 이식 후 보전해야"
환경영향평가 본안의 이식계획 <(출처: 2009. 9 서울지방국토청. 한강살리기환경영향평가사업서(본안)>
 환경영향평가 본안의 이식계획 <(출처: 2009. 9 서울지방국토청. 한강살리기환경영향평가사업서(본안)>

서울지방국토청은 지난해 9월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서 '사업시행으로 도리섬(바위늪구비 포함)과 섬강 합류부의 일부 모래톱은 훼손되는 것으로 계획되어 단양쑥부쟁이의 분포지는 훼손될 것으로 예측됨'이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양쑥부쟁이는 유사환경으로 이식하여 보전'한다는 계획을 제시하였다.

<(출처:2009. 10. 서울지방국토관리청. 한강살리기환경영향평가(보완)>
▲ 환경연향평가 보완 내용이 포함된 단양쑥부쟁이 보전방향 <(출처:2009. 10. 서울지방국토관리청. 한강살리기환경영향평가(보완)>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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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환경부는 심의 과정에서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인 단양쑥부쟁이 서식지에 대한 보전방안이 불충분하므로 이를 재검토하여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지적하고 보완을 내용을 받은 후 심의를 마무리 했다.

환경부가 사업 시행자측에게 받은 보완 내용, 즉 단양쑥부쟁이 보전방향을 요약하면, ▲ 단양쑥부쟁이 집중분포지 중에서 샛강 조성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을 원형보전 ▲ 산책로조성, 테크 및 목교 등 시설물 설치는 현재 잔디밭, 묘목장으로 운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계획해 단양쑥부쟁이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일부 산생지와 샛강조성지 분포 단양쑥부쟁이는 생태이식 등이다.

이런 내용을 근거로 환경부는 작년 11월 6일 4대강 살리기 환경영향평가 통과 보도자료에서 '단양쑥부쟁이 등의 경우 서식지가 대부분 원형 보전됨에 따라 (공사의)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단양쑥부쟁이 이식하지도 않고 공사 진행

지구상에서 오직 대한민국 여주 바위늪구비 일대에 있는 단양쑥부쟁이 서식지가 '4대강 살리기' 공사로 파헤쳐지고 있다.  <한겨레> 사진 제공
▲ 여주 바위늪구비 공사 현장 지구상에서 오직 대한민국 여주 바위늪구비 일대에 있는 단양쑥부쟁이 서식지가 '4대강 살리기' 공사로 파헤쳐지고 있다. <한겨레> 사진 제공
ⓒ <한겨레> 박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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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2일 여주환경연합의 현장 확인 결과, 전체적인 바위늪구비 습지 파괴와 함께 이미 단양쑥부쟁이의 대규모 군락지는 사실상 사라져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위 사진 참조). 단양쑥부쟁이 보호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보완 내용은 하나도 적용되지 않은 것.

현장 공사관계자가 '단양쑥부쟁이 이식이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해 멸종위기종 보전 계획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상황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자체가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태에서, 기본 환경영향평가 내용조차 지키지 않는 것은 4대강 사업의 본질이 '강 죽이기'이자 '국민 기만', '혈세 낭비'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샛강 조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공사하는 구간만 이식 계획이 잡혀있었다. 하지만 현장 확인 결과 바위늪구비 구간 전체가 파헤쳐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출처 :2009. 10. 서울지방국토관리청. 한강살리기환경영향평가(보안)>
▲ 남한강살리기환경영향평가서 보완에 있는 공사 가능 구간 샛강 조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공사하는 구간만 이식 계획이 잡혀있었다. 하지만 현장 확인 결과 바위늪구비 구간 전체가 파헤쳐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출처 :2009. 10. 서울지방국토관리청. 한강살리기환경영향평가(보안)>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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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대응도 긴박해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한숙영 간사는 "5일 국회 환노위 국회의원과 함께 현장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내용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즉각적인 공사 중단과 정밀조사'를 촉구했다. 또한 환경부의 직무유기와 공사 관계자의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등에 대해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지난 2일은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기념한 세계 습지의 날이다. 국제사회가 정한 2010년 습지의 날 주제는 '습지 보전이 기후변화의 해답'이다. 4대강 사업의 목적 중에는 기후변화를 대비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2008년 람사르 총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습지 모범국가'를 전 세계에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남한강 바위늪구비 습지의 경우처럼 '묻지마 파괴'만 있을 뿐이다. 4대강 사업이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덧붙이는 글 | 환경연합 홈페이지에도 올립니다.



태그:#남한강, #바위늪구비, #단양쑥부쟁이,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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