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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연대·희망을 위한 2010년 지방선거 지역공동회의가 이상훈 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여수시 학동 청소년 수련관에서 열렸다. 2일 저녁 7시 열린 회의에는 시민사회단체 및 진보정당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했다.

 

변호사이자 제주대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하승수 교수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민운동의 움직임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연합정치에 주력하는 움직임. 둘째,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를 준비하는 움직임. 마지막으로 기초지방선거를 중심으로 한 풀뿌리 좋은 후보 당선운동을 준비하는 움직임으로 정리했다. 움직임의 방법으로는 투표참여하기와 매니페스토 운동, 정책제안운동을 들 수 있다.

 

2010지방선거를 어떻게 볼 것인가?

 

중앙정치의 맥락을 보면,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크게 두 가지의 시각이 있다. MB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인 반MB 반한나라 연합을 강조하는 부류와 시민참여의 풀뿌리지역정치에 대한 기득권 지역정치의 극복인 지방선거로서의 성격을 들 수 있다.

 

영호남의 경우에는 기득권일당지배 극복이 과제라 하겠다. 호남을 제외한 광역단체장 선거는 정권심판적 성격이 강해 연합정치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강조된다. 호남에서는 MB정권 심판은 민주당의 기득권 유지에 복무하는 것이다. 반면, 기초지방선거의 경우에는 '생활정치'의 공간으로서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을 할 것인가?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역의 여건, 특성, 주체적 준비상황 등을 고려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유권자운동이 유권자들과 밀착하지 못했던 경우들을 감안해 지역유권자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게 해야한다. 지역정치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극적 감시나 비판을 넘어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단체나 조직 중심이 아닌 주민 중심의 운동이 필요하다.

 

유권자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

 

평소 지역 활동을 통해 나눌 이야기나 지역조사, 유권자 이야기 마당, 시민참여를 통한 조사활동 등을 통해 지역의 미래와 삶의 문제들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나눌 이야기는 전체 유권자들과 나눌 수 있는 것과 특정한 유권자들과 나눌 수 있는 주제로 나눌 수 있다.

 

지방자치 개혁, 지방행정혁신, 예산낭비 근절, 생활예산확보, 양극화 완화와 지역공동체 회복 등의 이야기는 전자에 들고 성, 연령, 처지별 등은 특정 유권자에 해당한다.

 

어떤 방식으로 활동할 것인가?

 

사람들의 뜻이 모이면 되지만 중요한 것은 선거라는 공간에서 풍성한 이야기판을 벌이는 것이다. 정책제안운동을 하든 직접 후보를 내고 당선운동을 하든 선거공간에서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며, 정책제안을  했을 때는 확실한 입장을 받아낼 때까지 집요하게 물어보고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까지의 운동이 필요하다.

 

하승수 교수는 '좋은 정치'를 위한 풀뿌리 정치운동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관객민주주의 대한민국 - 국가 차원의 현실

 

지금 한국민주주의 현실은 '관객민주주의'의 고착화라고 진단할 수 있다. 2008년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의 투표율은 50%이하로 떨어졌고, 보궐선거에는 70~80%의 유권자가 기권했다.

 

투표율은 연령대에 따라 다르다. 20대의 경우 20%였던 반면, 60세 이상의 투표율은 65.5%에 달했다. 이처럼 젊은 유권자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투표에조차 참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가 2년 정도 없자  국민을 무시하는 권력의 독주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대통령과 국회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 

 

관객민주주의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일종의 기득권연합이다. 가치지향, 정책방향, 이해관계 등을 매개로 형성된 중앙관료집단-재벌 등 일부 대기업-보수언론으로 연결되는 '교체되지 않는 지배집단'과 중앙의 기득권정치인이다.

 

이들은 경제성장이 제일 중요하고 미국식 사회 경제 모델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말로는 개방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부동산거품과 토목경제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을 비롯한 각종 토목사업들에 찬성 동조하고 이익을 나눈다.

 

관객민주주의 대한민국 - 지역의 현실

 

지역에도 기득권연합이 있다. 전국 어디를 보아도 지역 차원의 기득권연합은 지역주민들의 장기적인 삶의 질 개선보다는 단기적인 땅값상승과 건설이익을 선호한다. 이들은 지역내에 깊이 뿌리박고 각종 선거 때는 표를 동원할 수 있는 조직과 사람이 있어 지역 내에서 견제장치가 없다.

 

한편 한국의 지역정치에서 정당의 존재는 그 존재의의를 의심케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정당은 지역의 비전과 정책, 대의정치까지는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중앙권력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정당간에 차별성도 별로 없다. 지역정치인들은 당선을 위해 중앙정당 간판이 필요할 뿐이고, 중앙정치인들은 총선과 대선을 위해, 그리고 지역구 관리를 위해 지역정치인들이 필요한 기묘한 공생관계만 있을 뿐이다.

 

관객민주주의가 초래하고 있는 현실들

 

시민들이 정치의 영역에서 관객으로 전락하면 시민들의 입장, 삶을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입장은 정치의 영역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된다. 이런 정치가 초래한 것이 빈부격차와 사회양극화의 심화, 비정규직의 양산, 부동산 값의 상승, 경쟁격화로 인한 청소년들의 소진, 환경파괴와 생태적 위기 등이다.

 

관객민주주의의 극복을 위하여

 

관객민주주의의 극복은 누가 어느 정당이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 즉 풀뿌리들이 사회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관객민주주의는 극복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의정치의 활성화와 정치적 행위의 활성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표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시민들의 무관심과 냉소는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은 대의정치의 변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좋은 정치를 위한 새로운 기획과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좋은 정치란?

 

좋은 정치란 시민을 정치의 주체로, 삶의 문제를 정치적 의제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식, 양심, 지혜에 근거한 대안추구로 정리할 수 있다.  좋은 정치를 위해서는 풀뿌리 시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여성과 청소년, 청년을 주된 주체로 상정하는 것이다.

 

제도적 측면에서 보자면 프랑스와 같은 남녀공동선출제 같은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예산편성권을 가진 관료와 직업정치인들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논의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함으로써 시민이 우선되는 사업이 예산으로 반영된다.

 

좋은 정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대표자가 아니라 이웃같은 대표자이다. 즉 관점의 문제, 입장의 문제, 가치의 문제이다. 담론이나 의제도 선진화나 신개발주의에 대항하는 담론이 필요하다. 특히 소득수준에 비해 삶의 질이 낮은 미국식사회 모델과 토건국가의 속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식 모델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

 

좋은 정치를 위하여

 

기존 시민사회운동은 정치를 변화시키는 데 실패했다.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다. 시민운동의 문제점은 '정치적 중립성'을 가장했다는 데 있다. 미국의 풀뿌리운동 조직인 아콘(Acorn)이나 일본의 생활클럽 생협 같은 경우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반대만으로는 희망과 비전을 주지 못한다. 기득권층은 이런  반대운동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 '반대만 하는'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또한 이슈대응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치와 비전이다. 그런데 시민사회운동이 지나치게 이슈 중심으로 대응하면서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지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사회 전체의 흐름에 있어 중요한 것은 개별 이슈가 아니라 가치와 비전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정치판에서 게임의 룰을 깨야한다. 기존의 선거제도는 기득권 정치세력들에게만 유리한 제도이다. 정당 설립절차도 까다롭고 정당이 아닌  정치조직은 인정하지 않는 구조이다.

 

주제 발제에 이어 토론에 나선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오관영 사무처장은 "단체에서 밑빠진 독상을 줍니다. 하지만 각 사회단체들이 하는 얘기가 어렵다는군요. 단체장들이 시민들이나 시민단체의 눈치를 안보고 공천권자의 눈치만 봅니다"

 

"소수정당 및 무소속 후보가 작은 차이를 극복하자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우리지역에서는 민주당 줄만 잡으려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라는 지역독점 세력과 치열하게 싸워야 합니다. 진보신당도 기껏해야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 밖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지역의 정치권을 바꿔보려는 노력이 일고 있다. 하지만 선거철만 되면 논의만 있지 허사가 됐던 경험이 있다. 시민이 주인 되는 세상이 올지 두고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여수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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