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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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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2008년 6월 25일 경복궁역 인근, "한미 쇠고기 협상 무효", "고시 철회"를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하고 있던 시민과 시민단체 인사들이 줄줄이 연행되기 시작했다. 경찰은 13살짜리 초등학생도 가차 없이 '닭장차'로 몰아넣었다. 시민들을 가득 채운 '닭장차'의 문이 닫히려는 그 때 '그'가 몸을 던졌다. 경찰은 초등학생 연행에 항의하는 그를 그대로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닭장차'의 쇠창살을 붙들고 "고시 철회"를 외쳤다.

[#장면 2] 2009년 7월 22일 민주당의 봉쇄를 뚫고 한나라당이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을 대신한 이윤성 부의장이 본회의 개회를 선언하고 미디어법을 일괄상정했다. 야당 의원들이 의사 진행을 저지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는 "이거 놓으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은재·김옥이 한나라당 의원이 '그'를 끌어냈고 이를 말리려는 김유정 민주당 의원을 정미경 한나라당 의원이 제지했다.

[#장면 3] 2009년 10월 3일 한강로 남일당 건물 앞, 정운찬 국무총리가 용산 참사 유족들에게 "자연인으로서 무한한 애통함과 공직자로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참사 8개월 만에 유족이 들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첫 유감 표명이었다. 유족들과 함께 그 해 늦여름 비를 맞으며 유족과 함께 삼보일배를 하던 '그'도 그날 함께 있었다. 유족들이 차례상에 술을 올리며 흐느낄 때 '그'의 볼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 세 장면의 주인공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입성, "2009년 가장 돋보이는 의정활동을 펼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다.

이정희 의원이 지난 2년 간 자신의 의정활동 경험을 엮은 정치에세이 <사랑하며 노래하며 아파하다>를 펴냈다.

이 의원은 책을 통해 "2년이 채 되지 않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시계바늘은 급작스럽게 거꾸로 돌았고 눈물겨운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또 "2010년부터는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아이들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메시지도 담았다"며 "희망은 우리의 가슴에서부터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광화문'부터 '둥근 지붕 아래'까지 2년 간의 의정활동 담아내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 2008년 6월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경복궁역 앞에서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경찰들에게 강제 연행되자 전경버스를 가로 막고 매달려 저지하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 2008년 6월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경복궁역 앞에서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경찰들에게 강제 연행되자 전경버스를 가로 막고 매달려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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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인권이 무너지는" 지금의 모습은 이 의원 본인이 오롯이 함께 했던 촛불집회·쌍용차 파업·기륭전자 단식투쟁·용산참사·미디어법 등 각종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의원은 이 각각의 상황을 때론 일기로, 때론 수필로, 때론 강렬한 정치비평으로 담아냈다.

1부 '죄송합니다'는 이 의원의 정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수필이 주로 실렸고 2부 '둥근 지붕 아래의 진실'는 이 의원이 국회 안에서 경험한 이들이 실렸다. 지난 2년 간 군소정당의 의원으로 비정규직법 개악·미디어법 등 MB악법 저지 투쟁 등 정부·여당에 맞선 일들에 대한 서술이다.

3부 '광화문에서'는 촛불정국 이후 새롭게 등장한 '거리의 정치'를 담아냈다. 이 의원은 이 구성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포토에세이로 독자들에게 당시 상황을 다시 전달했다. 4부 '흔들리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가족과 동료, 한 시대를 열정적으로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 등 '일상의 소중함'과 '가치를 추구하는 삶' 등에 대한 이 의원의 사색이 담겼다.

5부 '진보정치통합, 반MB연합에 대한 생각들'에선 직접적으로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치 이슈를 다루었다. 이 의원은 진보정치 통합을 위해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통합을 얘기하는 한편, 반MB연합에서는 민주당과 민노당의 역할 등을 서술하며 그동안 안팎으로 주장해 온 통합과 연대의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이 책에는 그동안 이 의원의 활동에 영감을 주고 도움을 줬던 이들에 대한 감사의 부분도 담겨 있다. 이 의원이 현장에서 만났던 쌍용자동차 노동자, 기륭전자 비정규직, 용산 참사 유족, 촛불 누리꾼 등이 부록 '내가 보는 이정희'에 참여했다.

이해찬 "가슴과 영혼으로 일하는 이정희, 13대 국회의원 노무현을 보는 느낌"

예산안 처리로 여야가 대립하고 있던 2009년 12월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앞에서 제자리에 선 채 장시간 식사도 하지 않고 농성을 벌였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앉아서 쉬면서 하라'는 한나라당 의원들에 이끌려 자리에 앉혀진 뒤 눈물을 흘리자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손수건을 건네고 있다.
 예산안 처리로 여야가 대립하고 있던 2009년 12월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앞에서 제자리에 선 채 장시간 식사도 하지 않고 농성을 벌였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앉아서 쉬면서 하라'는 한나라당 의원들에 이끌려 자리에 앉혀진 뒤 눈물을 흘리자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손수건을 건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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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를 쓴 이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요즘 이정희 의원이 제일 좋다"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고대녀' 김지윤씨 등이 추천사를 썼다.

이해찬 전 총리는 "18대 국회에서 가장 인상 깊고 주목할 만한 의원은 단연 이정희 의원"이라며 "이 의원은 머리와 말로만 (의정활동을)하는 게 아니라 가슴과 영혼으로 일한다는 느낌을 준다, 1988년 13대 국회의 노무현 의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이 의원을 극찬했다.

이 전 총리는 이어, "이 의원이 오늘과 같은 모습과 자세로 앞으로 10년을 한결같이 활동하면 이 의원이 이 나라의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 의원에게 큰 희망을 건다"고 덧붙였다.

김민웅 교수는 "이정희 의원은 어느새 이 나라 진보정치의 빛나는 자산이 됐다"며 "그 어디든 마주하게 되는 현장의 정치인, 이정희 그녀가 있어 이 시대는 더욱 당차질 것"이라고 이 의원을 칭찬했다. 

한편, 이 의원의 정치에세이 <사랑하며 노래하며 아파하다>의 출판기념회는 4일 오후 7시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태그:#이정희, #민주노동당, #사랑하며 노래하며 아파하다, #출판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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