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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인권위)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치르면서 용도가 불분명한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요구하고, 중도 포기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는 등 인권과는 거리가 있는 행사 진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지난달 2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대한민국 청소년 모의 인권이사회 2010' 행사를 열었다. 인권에 관심 있는 고등학교 재학에 준하는 학생과 비학생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로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그런데 청소년들의 참가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요구해 인권위가 참가자들의 정보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행사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참가지원서에 이름, 생년월일, 성별, 소속(학교)을 비롯해 이메일과 전화번호 주소까지 적도록 했다. 이렇게 자세한 개인정보가 꼭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권위가 내놓은 참가지원서 양식에는 참가 팀원의 개인정보를 자세히 적도록 돼 있었고, 그 아래에 "비학생 청소년의 경우, 소속은 기록하지 않아도 되며, 그 외 신상 정보는 누락 없이 기록해 주기 바랍니다"라는 강조 표시가 있는 문장이 덧붙여져 있었다.

 

이에 대해 행사를 담당한 인권위 인권교육과 이아무개씨는 "이메일과 문자로 참가자들과 연락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소까지 밝혀 적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처음에 "참가자가 어느 지역인지 모르기 때문에 지역적 배려가 필요해 그런 것"이라고 하다가 "참가자들이 원하면 나중에 각종 자료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그러나 지역적 배려가 필요했다면 지역명만 기록하도록 하게 했어야 하고, 아직 참가자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자료를 주겠다고 미리 모든 참가자들의 주소까지 수집한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권위 인권교육과 이아무개씨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예민하지 못했던 부분을 인정한다"면서 참가자들의 주소 수집이 부적절했음을 시인했다.

 

     

 

논란은 또 있다. 인권위가 행사를 유지하기 위해 참가 청소년들이 행사기간 중에는 중도 포기할 수 없도록 했다는 것이다.

 

인권위가 내놓은 대회 참가 양식 가운데 추천서를 살펴보면 "대회가 종료되기 전까지 참가자가 특별한 사유(질병 등) 없이 포기할 경우, 차회 대회에서 귀 기관의 신청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고려하여 추천"하라고 명시돼 있다.

 

주최 측이 인정하는 질병 등의 특별한 사유가 아니라면 행사를 마칠 때까지 참가자들은 대회 기간을 엄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다음 대회에서 추천 기관(대체로 참가자가 소속한 학교)이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인권교육과 이아무개씨는 "추천서를 받은 이유도 참가자들의 중도 탈락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참가비를 안 받는 대회이다 보니 중도탈락자가 많을 것 같아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목적과 다르게 비칠 수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행사의 원래 취지는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이를 사실상 대회 유지를 위한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ㄱ고교의 박아무개 교사는 "참가자들의 지원과 탈퇴는 참가자들의 당연한 권리인데 인권위가 행사 유지에 너무 연연하는 것 같다. 더군다나 참가했던 학생이 중도에 포기하면 내년 대회에서 해당 학교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건 연좌제도 아니고 너무 치졸한 협박이다"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이 번지자 인권교육과 이씨는 "(진행하는데) 부족함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받아야 할 지적이다. 내년에는 보강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참가자들의 개인정보는 (공동 주최 측인) 고려대에 넘겨주지 않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2천여만 원의 예산이 집행된 이번 행사는 인권위와 고려대가 공동 주최한 것으로 지난 해부터 청소년단체의 의견을 받아 인권위가 올해 처음 추진· 실시한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정보인권(인터넷 실명제, 개인정보보호 등) ▲이주아동인권(무국적 아동의 교육 및 의료권 등) ▲안락사 ▲병역(대체복무제 및 군가산점), ▲집회 및 결사, 표현의 자유 등을 주요의제로 200여 명의 청소년이 참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권위, #인권조례, #인권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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