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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2시, 한겨레신문사 앞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규탄집회를 하고 있다.
▲ 어버이연합 2일 2시, 한겨레신문사 앞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규탄집회를 하고 있다.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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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논란이 있는 곳엔 그들이 있다. 세종시 수정안 지지집회, 용산참사 희생자 장례식 반대집회, PD수첩 판사 규탄집회 등에서 큰 활약(?)을 보여준 '어버이연합'이다.

2일 오후 2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앞에 어버이들이 또 모였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의경들이 신문사 건물 입구를 둘러쌌다.

맞은편 횡당보도 건너에서 어버이연합 할아버지들은 "저 도둑놈의 새끼들 때문에 자유대한민국을 위하여 돌아가신 우리 조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겠다"며 고개를 숙인 뒤, 애국가 1절을 불렀다. 그리고 준비해온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친북좌파 한겨레는 즉각 퇴거하라!", "어르신들 의도 왜곡하는 한겨레는 쓰레기다!", "쓰레기신문 보지 말고 정론신문 구독하자!"

이들은 한겨레신문사 건물을 향해 "야, 이 빨갱이 XXX야! 나와라, 한 판 붙자!"고 소리를 질렀다.

'아리송'에 격분한 그들 "빨갱이 나와라"

이날 한겨레신문사 앞은 때 아닌 전경들로 가득찼다.
▲ 한겨레신문사 이날 한겨레신문사 앞은 때 아닌 전경들로 가득찼다.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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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어버이들이 격분한 것은 '아리송' 때문이다.

<한겨레>가 지난 1월 21일 '보수시위마다 출동하는 어르신들'이라는 기사에서 어버이연합의 활동 자금 출처가 '아리송'하다는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김민선 '남침땅굴을찾는사람들' 대표는 "<한겨레>는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기사를 작성했다"며 "자발적 회비로 운영되는 어버이연합의 명예를 악의적으로 실추시킨 것"이라고 소리쳤다.

또 그는 "최근 <한겨레> <시사인> 등 일부 좌편향 언론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활동 재원을 너무나 궁금해 하고, 마치 불법자금을 사용해서 우리가 '애국보수활동'을 하는 듯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어버이연합에 대해 많은 의혹이 제기돼왔던 건 사실이다. 광범위한 활동역역에 비해 어버이연합은 베일에 싸인 조직이다.

이날 어버이연합은 통장과 영수증을 취재진에 공개하면서 "자발적 회비를 통한 자금을 마련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기록에 오류가 있어 이들의 친정부적 활동이 과연 자발적인지, 활동 자금은 어디에서 충당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았다.

"친북좌파척결을 위해 우리가 회비를 모았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회비를 마련했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르신들은 자녀와 손주들이 준 용돈을 모아 회비로 낸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어버이연합 운영진)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도와달라'고 했어요. 작년 말부터 연합 사정이 안 좋아졌거든요. (돈을) 싸가지고 돌아가실 거 아니니까…. 1월 5일날 어르신들한테 말씀을 드렸던 거고 6일부터 돈을 거뒀습니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돈을 모아 오신 걸 우리가 수표로 받았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정 의심이 가시면 은행에 가서 수표를 확인해보세요. 어느 분이 가지고 오셨는지 확인이 될 겁니다."

어버이연합 측이 제시한 자발적 후원금 모금에 대한 증거 사진. 자세히 보면 통장과 영수증에 있는 날짜가 일치하지 않는 걸 볼 수 있다.
▲ 통장과 영수증 어버이연합 측이 제시한 자발적 후원금 모금에 대한 증거 사진. 자세히 보면 통장과 영수증에 있는 날짜가 일치하지 않는 걸 볼 수 있다.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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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사무총장은 "1월 6일 1350만 원, 1월 7일 900만 원이 들어왔습니다. 또 1월 12일에는 1300만 원… 그래서 지금 총 6450만 원이 모였습니다"라고 설명하면서 날짜별로 어버이연합 통장에 입금된 액수까지 밝혔다. 그러면서 어버이연합이 관리하는 통장과 영수증을 취재진들에게 보여줬다.

회원인 이근수씨는 '후원금 300만원'이라고 적힌 영수증과 어버이연합 측 통장을 내보였다. 통장에는 정말 최 사무총장이 말했던 액수의 돈이 입금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최 사무총장은 "할아버지들이 어렵게 돈을 내고, 젊은이들한테 제대로 된 국가관을 알리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최 사무총장은 이어 말했다.

"왜 이 분들이 돈을 내시냐? 이분들은 딴 거 없습니다. 공산주의가 뭔지, 자유대한민국이 뭔지, 지금 (나라가) 어떠한 상황인지 어르신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친북좌파, 무조건 북한을 맹종하는 이런 사람들, 이런 쓰레기들 처단하기 위해서 우리가 모았던 돈입니다."

지나가던 환경미화원이 어버이연합의 퍼포먼스 후 거리를 치우는 모습.
▲ 환경미화원 지나가던 환경미화원이 어버이연합의 퍼포먼스 후 거리를 치우는 모습.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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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으로 어버이연합의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말끔해진 것은 아니다. 통장과 영수증의 날짜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근수 할아버지가 낸 300만 원은 1월 20일에 입금한 것으로 통장에 표시되어있었지만 영수증은 1월 11일에 발급된 것으로 되어있었다.

한편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이날 '<한겨레>는 재활용할 가치도 없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겨레신문을 사방에 날리고 발로 밟고 쓰레기통에 넣어버리는 퍼포먼스였다.

이들은 "<한겨레>가 사과할 때까지 공덕동에 자주 올 것"이라고 말하면서 신문사 앞을 떠났다.

주변에서 일을 하고 있던 환경미화원은 퍼포먼스가 끝나길 기다렸다 쓰레기들을 정리했다. 

덧붙이는 글 | 권지은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한겨레, #어버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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