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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 영등포 경찰서에서 전교조 교사들의 정치활동 혐의에 대한 수사 발표를 한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민주노동당 선거 서버에 대한 불법 해킹 논란이 이는 가운데, 전교조는 불법 피의사실유포와 주민등록번호 무단 도용 등에 대해서 영등포 경찰서장과 수사과장을 형사 고소했다.

친 한나라당 성향 교원단체들의 정치활동 혐의("왜 자꾸 전교조만? 교총도 '공무원'이다" 기사 참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기되더니 급기야 한국교총 산하 유치원교원연합회가 임원회의와 대의원 정기총회를 열어서 한나라당 교육상임위원들에게 국정감사 기간에 맞춰 '1억 8천만원+α'를 후원하라는 결의를 해서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낸 사실도 확인되었다.("교총 산하단체 교사들, 한나라당 의원 '1억8천 α' 후원 괜찮나" 기사 참조) 

상황이 이런 데도 검경은 친한나라당 교원단체의 한나라당 관련 정치활동이나 가입에 대해선 수사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훨씬 정도가 심하고 조직적인 정치자금 후원 사건은 공소 시효가 남았음에도 전혀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작년 7월 전교조 사무실 압수수색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

이런 상황에서 왜 갑자기 전교조 정치활동 수사가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 2009년 7월 3일 새벽 5시 전교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였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왜 시국선언 건으로 압수수색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시국선언 사건은 전교조가 이미 하겠다고 온 나라에 공표를 하고 시작한 것이며, 이후 진행 과정과 선언 내용, 그리고 선언 참가자 명단까지 모두 공개했다. 불법이 아니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했고, 출석 요구가 있자 곧바로 출석했다.

당사자가 모든 것을 인정했고, 중대 범죄도 아닌 사안이고, 모든 것을 공개한 상태여서 굳이 압수수색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왜 그들은 압수수색을 했을까? 그것도 대낮도 아닌 꼭두새벽에......

왜 경찰은 휴대용 복사 장비도 제대로 안 갖고 왔을까

전교조가 합법 단체로 출범한 이후 수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사상 초유의 본부 사무실 압수수색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서버를 통째로 떼어서 가져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압수수색을 할 때에는 혐의가 있는 관련 사건에 대한 자료만을 가지고 가거나 복사해 가는 것이 법적 상식이다. 당일 압수수색 영장은 "시국선언과 관련된 대의원대회 및 중앙집행위원회 등 전교조 의사결정기관의 회의자료(공문, 의사록, 회의록 등 명칭 불문), 시국선언 집행 지침서, 업무 연락, 기안 문서, 시국선언 서명자 명단...." 등으로 특정하여 분명히 시국선언 관련 자료만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컴퓨터 저장 장치에 저장된 정보는 ...... 수사 기관이 휴대한 저장 장치에 하드카피․이미징하거나 문서로 출력할 수 있는 경우 그 출력물을 수집하는 방법으로 압수함(다만, 하드카피, 이미징 또는 문서의 출력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컴퓨터 저장 장치 자체를 압수할 수 있음) 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경찰은 시국선언이 2009년 6월에 이루어졌음에도 전교조 합법화 이후 만들어진 거의 모든 중집과 상집의 회의 자료를 가져갔다. 더 놀라운 것은 2009년 이후에 만들어진 자료라 하더라도 시국선언과 관련 없는 자료도 많이 있는데 그것도 모두 가져가 버렸다는 점이다.

검색창에 '시국선언'이라는 내용을 입력하고 검색을 클릭하면 단 몇 분안에 시국선언이라는 말이들어간 모든 파일을 찾아준다. 압수수색들어온 경찰의 사이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걸 몰랐을까?
 검색창에 '시국선언'이라는 내용을 입력하고 검색을 클릭하면 단 몇 분안에 시국선언이라는 말이들어간 모든 파일을 찾아준다. 압수수색들어온 경찰의 사이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걸 몰랐을까?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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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컴퓨터 검색 기능이 고도로 발달하여 내부 검색창에서 파일 이름에 '시국선언'이 들어간 파일 전부를 단 몇 초만에 찾아낼 수 있고, 내용에 '시국선언'이 들어간 파일 전체도 고작 몇 분, 길어도 몇 십분이면 모두 찾을 수 있다. 압수수색에 들어온 경찰 사이버 담당자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이 압수수색의 압권은 서버를 통째로 떼어가 버린 것이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분명히 "자료가 컴퓨터 저장장치에 저장된 정보는 자기들이 휴대한 저장장치에 복사하거나 문서로 출력해서 가져가도록 하고, 이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서버 자체를 압수할 수 있다"고 되어 있음에도 이 자료(전교조 서버)를 복사할 수 있는 휴대 장치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 '전교조에서 복사해 갈 수 있도록 장비와 여건을 마련해 주겠다'고까지 하였으나 경찰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핑계를 대면서 서버 자체를 통째로 떼어가 버렸다.

왜 갑자기 정전이 되었던 걸까, 경찰은 왜 서버를 통째로 가져갔나

당시 압수수색 현장에 있었던 전교조 서버 관리자 등 말에 의하면,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은 계속 이어졌다. 한참 압수수색을 하는 와중에 정전(停電)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면서 컴퓨터와 서버 일부를 가동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서버를 통째로 떼어가겠다고 했다. 정전을 복구하면 다시 작업을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또 놀라운 일은 전교조 서버 관리자 자리에 있는 서버를 압수한 후에, 관련자들만 아는, 별도로 창고 구석 보관된 전교조 전체 서버를 경찰이 어떻게 알았는지 발견해서는 통째로 떼어가 버린 것이다. 그들은 서버가 별도 창고 구석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후 전교조는 이런 불법 압수에 대해서 형사 고발하였으나 그들은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았다. 당시 압수수색 과정을 지켜보았던 전교조 서버 관리자 등은 이런 의혹을 제기한다.

"처음부터 검찰이 시국선언을 빌미로 전교조의 모든 자료를 가지고 갈 의도를 가지고 변칙적으로 (시국선언 사건에는 불필요한) 압수수색을 신청했고, 이를 근거로 압수수색을 들어왔다. 그래서 시국선언과 관련이 없는, 영장에 기재되지도 않은 전교조의 모든 회의 자료가 들어있는 서버를 의도적으로 통째로 가져갔다. 그렇게 입수한 전교조의 공식 자료를 모두 열어 보고 이번 사건을 기획하여 시국선언 무죄 사건 직후, 지방선거 등록과 운동 시작 직전이라는 시기를 절묘하게 조정하여 전교조 정치활동 혐의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조급한 검경... 민노당 사이트 불법해킹 의혹에 사망자 소환장까지

검찰과 경찰이 얼마나 조급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더 있다. 먼저 민주노동당 사이트 해킹 의혹에 대한 말 바꾸기이다. 1월 말, 이런 의혹이 제기되자 처음 영등포경찰서장은 '확인했다'고 했다가 불법 해킹 의혹이 일어나니 '그런 적 없다'고 했다. 민주노동당에서 어떻게 국민의 선택에 의해 설립된 공당의 서버를, 그것도 비밀투표가 보장된 투표 현황을 해킹할 수 있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하자 '합법적으로 검증영장을 제출받아서 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에 의해 영장을 당사자에게 제시하고 영장 집행에 참가하도록 되어 있다는 법률 조항을 제시하자 '(민주노동당에는 하지 않고 서버 관리업체인) KT에 제시했다'고 얼버무렸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KT에 확인한 결과 "KT도 그런 영장을 제시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자 영등포경찰서는 침묵에 들어갔다.
얼마나 급했으면 경찰은 사망한 사람, 이민간 사람, 교사가 아닌 사람 등에게도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자신들이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되는 줄 아나보다.
 얼마나 급했으면 경찰은 사망한 사람, 이민간 사람, 교사가 아닌 사람 등에게도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자신들이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되는 줄 아나보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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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한 일도 있었다. 전교조가 일부 확인한 결과 이번에 소환대상자로 통보된 사람 중에는 "이미 사망한 사람"도 있고, "외국으로 이민간 사람"도 있고, "교사가 아니어서 합법적으로 정당 가입한 사람"도 있었다. 경찰이 예수님도 아니고 어떻게 죽은 사람을 부활시킬 것이며, 미국에는 범죄자 인도 요청이라도 할 것인가? 시기와 결과에 쫓겨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얼마나 조급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수사과장 교체? '꼬리 자르기'로는 안 된다"

그 동안 친 한나라당 교원단체의 한나라당 관련 정치활동 혐의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눈을 감았던 수사 당국이 별건 수사, 기획수사라는 비난에도 이토록 집요하게 전교조에 대해서 물고 늘어지는 것에 대해서 수사의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경찰과 검찰이 답해야 하는 질문이 다시 추가되었다. "혹시 처음부터 시국선언 사건 관련 자료가 아니라 전교조 자료 전체를 가져가려고 압수수색을 하고, 복사 장비도 안 가져 온 것 아닌가?", "무엇이 그리 급해서 사망자, 이민자까지 소환하고자 하는가?"

전교조가 피의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수사 담당자를 고발하고, 민주노동당 역시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무슨 일인지 이 수사를 담당해 왔던 영등포 경찰서 수사과장이 갑자기 전보되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없다고 우기겠지만 이토록 중요한 사건 수사를 하다가 중간에 담당자가 바뀌는 경우는 분명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논란이 된 불법 해킹이나 기획수사 등의 비판에 대한 부담으로 '꼬리 자르기'를 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꼬리 자르기'로는 안 된다. '몸통'이 직접 해명하고 정치 수사를 중단하는 것이 맞다"는 요구에서 벗어날 수 없다.


태그:#전교조, #영등포, #사망자 소환, #정치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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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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