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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최근 며칠 동안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대해 북한과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MB가 김정일에게 보내는 메시지

 

지난달 29일 BBC 인터뷰에서 "연내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본다", "열린 마음으로 사전에 만나는 데 대한 조건이 없어야 한다",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같은 달 30일 CNN 인터뷰에서도 "북한 내부 사정도 있기 때문에 곧바로 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랜드바겐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남북관계는 이제까지는 6자회담에서 스텝 바이 스텝으로(단계적으로) 진행시켰지만 우리는 일괄타결방안을 제시했다"며 "결국 북한이 마지막으로 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를 답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도 했다.

 

남북정상회담 의제를 물밑에서 조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외신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모양새로 비친다.

 

BBC와 CNN 인터뷰 발언만을 놓고 보면 남북한이 정상회담 의제 논의 과정에서 핵문제를 놓고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확실하게 그랜드바겐을 할 테니 핵문제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밝혀라'라고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핵문제가 남북정상회담에서 협의되고, 보수세력이 민감해하는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대해 북한이 상징적인 수준의 조치를 취한다면 정상회담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으로 보인다'면서 "의제를 조율하는 기싸움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북한을 견인해내기 위해 전향적인 카드를 던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명박의 입'인 이동관 홍보수석은 1월 31일 남북정상회담 추진 상황에 대해 "우리가 무슨 태스크포스팀 만들어 정상회담 추진한다든가 그런 건 없다"면서 "제가 다 아는 게 아닌데 단언할 수는 없다", "과거처럼 긴장상황이면 (관계나 대화가) 딱 끊어지는 게 아니라 복합적이고 전면적으로 진행된다. 모노톤이 아니"라고 말해, 물밑접촉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동관 "정상회담 TF 없지만 내가 다 아는 건 아니야"... 현인택 "공은 북에"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1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볼은 북한의 코트에 가 있다"고 한 것도 이와 연결시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우리는 고령의 이산가족 문제와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북한은 식량 부족 문제 등 현안을 안고 있는 만큼 상생협력을 할 수 있는 '생산적 인도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의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접촉에서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안을 밝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명박 정부는 또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 문제에 대해 '선비핵화가 아니라 선비핵화 협의 진전'이라고 문을 넓혀놨다. 지난 1월말경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지금 바로) 비핵화를 하자는 게 아니고, 비핵화 논의를 먼저 하자는 것"이라며 "비핵화 추동 시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이후 행동조치에 대한 버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집권 2년간 보인 모습은 물론이고 이런 발언들 직전에 나은 정부의 대북 메시지는 이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정부의 장관급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의장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월 19일 평화협정 논의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핵무장하고 핵보유국가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상황에서 페이퍼합의는 의미가 없다"고 일축해버렸다. 다음날인 20일에는 김태영 국방장관이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이를 막고 대응하기엔 너무 큰 타격이 있기 때문에 (핵 공격 징후를) 식별하고 분명한 공격의사가 있으면 바로 타격해야 한다"고 '선제타격'론을 재주장했다.

 

비핵·개방 3000의 입안자 중 하나인 서재진 박사가 원장을 맡고 있는 통일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간해 최근 공개한 '통일대계 탐색연구' 보고서는 "2012년 이후 북한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며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을 건드렸다.

 

국가인권위도 20일,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현재 수감자 20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등 정치범 수용소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13일에는 '북한급변사태-부흥계획'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여권 일각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북메시지 혼선의 배경은?

 

정부 차원의 조직적 행동이라고 볼 수 없는 대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집중적이고 전방위적인 대북압박 메시지가 나오던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연내 정상회담' 발언이 나온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메시지가 일관되지 않았던 것은 정부 내 콘트롤 타워의 문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최근 대북메시지의 혼선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았거나 또는 여권 내에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공유돼 있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즉 '호흡조절'을 시도하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의 'MB정상회담 발언 축소' 사건에 대해서도 "깜짝효과 극대화를 위한 행동이었다"는 시각과 함께 이런 측면이 반영돼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역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분명한 정책기조 수립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보수진영 내에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따라서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북한에 대한 정책과 메시지의 혼선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그:#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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