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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성미산 아래에 가면 참으로 희한하고 재미있는 마을 공동체가 있다. 웬만한 건 마을공동체가 자체 힘으로 더불어 해결해나가는 곳이다. 이 유별난 마을을 지금부터 만나보자. 

 

공동체의 시발점, 공동육아.

 

<공동육아>는 이 마을 공동체의 시발점이다. 정식 명칭은 '공동육아 협동조합 풀잎새 방과 후'다. 이것도 말 그대로 협동조합 형태다. '안전한 먹을거리와 친구 같은 교사가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기보다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있습니다. 교과서가, 학원이 가르쳐주지 못하는 놀이가 있습니다. 요일별로 택견, 요리, 연극, 긴 나들이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이들이 세상을 더욱 주체적으로 살아나가길 희망합니다'라는 여기 방침이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성미산 학교>는 소위 대안학교다. 특징이라면 초중고 통합형 대안학교다. 그들이 말하는 이 학교만의 기본 성격은 다섯 가지다. 첫째, 마을학교다. '마을이 학교고, 학교가 마을이다'라는 학습의 원형을 현대에 맞게 되살리려고 기획되었다. 둘째, 생태학교다. 생태 가치를 지향한다. 셋째, 도시형 학교다. 도시의 단점과 장점을 통합하여 새로운 학습 모델을 창출한다. 넷째, 초중고 통합을 지향하는 학교다. 다섯째, 평생학습자를 기르는 데 주안점을 둔 학교다.

 

이 마을은 <환경운동>도 자녀들과 함께 가족 모두가 한다. 어른들은 '성미산 지키기'를 결성하여 무분별한 개발에 맞서 운동을 했다. 결과적으로 굴삭기를 막아내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아이들과는 지렁이 화분을 공동으로 키웠다. 음식 쓰레기를 먹고 자라나는 지렁이를 통해 아이들은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재미나게 알아간다.

 

 

마을극장과 마을 라디오 방송국

 

아이들부터 청년, 주부,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음껏 사용하는 '성미산 마을극장'은 그들의 큰 자랑거리이다. <마을극장>이라고 하니 수준이 뒤떨어질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 여기서 연극, 영화, 현대무용, 밴드, 동아리 축제, 토론회 등은 물론이고 오페라까지. 이 극장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이 동네, 저 동네, 온 동네, 사람들의 놀이터'다. 자신의 동네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얼마나 바쁘고 알뜰하게 사용하는지 2010년 3월까지 극장 사용 스케줄이 빡빡하다.

 

'작은 나무'는 유기농 아이스크림 전문점. 여느 가게와 다른 점은 여기서 수요음악회, 캔들 파이어, 동네 사진전, 문화관 등으로 활용된다는 것. 남녀노소, 특히 아동 청소년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서 자타공인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마을축제는 2007년에 한 번, 2008년에 한 번 했다. 이름이 '거리 축제, 골목길 축제'다. 이 축제를 일반 도시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지역축제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그야말로 마을 주민들이 즐기고 어우러지는 한마당이다. 그래서 축제 타이틀이 "동네야 놀자"다.

 

마을 소식지도 발행된다. B3 크기 소식지로서 마을의 자잘한 소식들이 담긴다. 마을 포털 사이트도 지금 추진 중이다. 여긴 <마을 라디오 방송국>도 있다. 2005년부터 소출력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FM100.7MHZ가 채널이다. 지역주민과 소수자들이 하는 방송이다. 여기서는 극작가나 방송인이 꿈이었던 지역 주민이 꿈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자동차 두레, 차병원 조합도 있었다

 

성미산 대동계는 이 마을 공적 자금 원동력이다. 71명의 마을사람들이 마을 금융기관을 지향하는 곳으로 3,5,7 만원 중 택일하여 조합원들이 출자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자동차 두레는 10가구가 차량 2대를 함께 쓰는 형태로 운영된다. 기름이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도 절약하고 환경도 생각하고 비용도 절감하고, 우정도 돈독해지는 방식이다.

 

차량에 관련한 국내 최초 협동조합도 있었다. 이름 하여 '성미산 차병원 협동조합'. 자동차 정비를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물론 기술부족과 경영부족으로 인해 2009년 2월 해산되기는 했지만, 기발한 상상력의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것도 시도했다. '내게 필요해 모임'을 필두로 '두루'를 거래하는 등의 진행이 있었으나 지금은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일반 화폐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겐 아무래도 무리였지 않았을까. 되살림 가게는 2007년 11월에 시작했다. 말 그대로 '되살림', 즉 재활용 가게다. 여기서도 지역화폐가 통용되기도 한다.

 

마을 역사와 복지는 주민들 힘으로

 

<마을 아카이브>도 운영된다. 마을 역사를 한 눈에 볼  있는 곳이다. 마을에 공동 서재도 운영된다. 일종의 도서관이지만, 마을 주민이 참여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특이한 경우다. 또한 마을을 안내하는 팀도 구성이 되는데, 그들을 '길눈이'라고 부른다.

 

마을의 복지도 서로가 이루어 나간다. <마포희망 나눔>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반찬지원, 가사 도움, 아동지원, 집수리, 아동결연, 심리 상담 등이 이루어진다. 마을 사람들이 자원하여 이루어지는 형태다.

 

'동네부엌'도 있다.

 

아주 독특한 형태의 조합도 있다. 이름은 <동네 부엌>. 역시 동네 아줌마들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만든 조합이다. 마을의 반찬을 만들어 파는 일종의 '유기농 반찬가게'다. 처음엔 1주일에 3회 정도 하다가 지금은 거의 매일 운영되고 있다. 동네부엌반찬이 좋은 이유를 '동네부엌의 음식을 먹으면 꼭 우리 집에서 만든 것을 먹는 것 같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우리 집과 같은 재료, 같은 양념으로 조리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마포두레생협>이야 워낙 유명한 곳이라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유기농 농산물과 먹을거리, 그리고 지역 농산물이 유통되는 소비자 협동조합이다. 마포지역 협동조합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곳의 이름은 '마포지역협동조합협의회'다. 일명 '사) 사람과 마을'이다. 이 마을의 다양한 모임을 인터넷의 한 공간에서 만나게 하는 곳이 있다. 이름 하여 <성미산 마을>. 마을의 다양한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시작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박흥섭 대표((사)사람과 마을)는 말한다. "생활의 필요에서부터 출발한 게 주요했다. 우리는 자녀들 때문에 공동육아를 먼저 시도했고, 이것이 크나큰 동력이 된 듯하다. 주요 공통관심사로부터 출발하니 모이지 말라고 해도 모였다"며 생활중심의 풀뿌리 운동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이어서 그는 "어떡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그 재미있는 일을 누구랑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지를 찾아보면 길이 있을 듯하다"라며 소통과 연대를 일구어낸 자신들의 경험적 비결을 알려주었다.

 

성미산 마을 http://www.mapocoop.org/town.php

안성 풀뿌리 http://cafe.daum.net/2006network

덧붙이는 글 | * 위의 내용은 지난 30일, 안성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안성 풀뿌리가 주관한  ‘소통과 연대를 위한 2차 워크숍’을 통해 사) 사람과 마을 박흥섭 대표가 ‘지역 사례 나누기’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외에도 이날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조세훈 사무국장의 사례발표도 이어졌다.


태그:#성미산 마을 공동체, #사람과 마을, #마포협동조합, #박흥섭, #안성 풀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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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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