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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지역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속적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공신력 있는 집값 통계로 알려진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와 국토해양부 아파트실거래가지수는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것이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투기 수요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와 <오마이뉴스>는 일곱 차례에 걸쳐 현장기사와 분석을 통해 집값 통계 왜곡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편집자말>

 

언론을 가장 신뢰하지 않는 집단 중 하나는 아마도 부동산 공인중개사일 것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경기 용인시 등 부동산 시장 현장에서 만난 많은 공인중개사들은 기자에게 언론의 호들갑을 비판했다.

 

이들은 최근 집값이 들썩인다는 언론보도를 두고 "언론보도는 믿을 게 못된다"고 지적했다. 많은 언론이 부동산 정보제공업체가 내놓는 집값 매매 통계만을 가지고 현장 검증 없이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탓에 부정확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같은 사안을 두고 며칠 간격으로 서로 엇갈리게 보도하는 경우도 많다. 1월 25일 <동아일보>는 부동산114 통계를 바탕으로 '서울 강남 재건축 오름세 한풀 꺾여'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3일 전인 22일 <매일경제>는 스피드뱅크 통계를 인용해 '재건축의 힘으로 서울 매매가가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언론을 신뢰할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일부 언론은 과장·왜곡 보도로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미분양 아파트를 투자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포장해 부동산 투자를 노골적으로 권유하기도 한다.

 

<동아><연합><경향> "1억1천만 원 올랐다" 보도, 알고 보니...

 

 

최근 언론의 사실 왜곡은 1월 18일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12월 신고분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공개한 것을 보도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동아>는 19일자 신문에서 지난해 10~12월 아파트 계약분 거래내역이 담긴 국토부 자료를 인용하며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매매가격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또한 "개포주공1단지 3층 51m²(전용면적)형은 지난해 11월 9억9천만 원에서 같은 해 12월에는 11억 원으로 한 달 새 무려 1억1천만 원이나 뛰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와 <경향신문> 등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 보도만 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자료를 살펴보면, 개포주공1단지 51m²형 저층(1~4층)은 11월 최고 9억9천만 원에 거래된 후 12월 9억9천만~10억 원(1~4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금액이 다소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아> 등의 보도처럼 1억1천만 원이나 오른 곳은 찾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동아> 등이 12월 11억 원에 거래됐다고 언급한 곳이 51m²형이 아니라 50m²형이기 때문이다. 50m²형은 위치 등의 이유로 그동안 51m²형보다 1억 원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결국 가격이 올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잘못된 보도를 한 것은 사실상 왜곡보도나 다름 없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척도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77m²형은 11월 10억2천만 원에서 12월에는 10억~10억1천만 원으로 최대 2천만 원이 하락했다. 12월 11억6천만 원에 거래된 85m²형의 경우, 11월 최고가 거래금액이 11억650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아파트가격이 상승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아파트는 층마다 등락이 엇갈렸다. 77㎡형 12층은 11월 11억4천만~11억5천만 원에서 12월 11억8천만 원으로 가격이 올랐지만, 14층은 11월 11억3천만 원에서 12월 11억 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또한 82㎡형은 4천만 원이 하락했지만, 83㎡형은 2천여만 원 상승했다.

 

이처럼 지난해 12월 집값 등락이 단지나 층마다 엇갈렸다. 이는 12월 강남 집값이 상승했다고 결론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12월 당시 언론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과 달리 재건축 아파트가 오르고 있다고 보도한 언론이 눈에 띈다.

 

12월 21일 <중앙일보>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다시 꿈틀거린다"며 "싼 급매물이 팔리면서 호가(부르는 값)가 지난달 말보다 3~5% 뛰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호가만 오른 상황을 두고 매매가격이 오른 것처럼 제목을 뽑기도 했다. "일부 단지의 매매호가가 이달 들어 최고 7천만 원쯤 가격이 뛰었다"는 내용을 다룬 <조선>의 12월 18일자 기사의 제목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최고 7천만 원 껑충'이었다.

 

언론, 미분양 아파트를 투자가치 높은 상품으로 포장

 

 

최근 언론보도 중에는 노골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광고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아>는 지난 6일 '올해 집값? 이젠 오를 때가 된 것 아니겠어요'라는 기사에서 "다행히 올 초 실거주는 물론, 투자도 겸할 수 있는 알짜 아파트가 나온다"며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 아파트를 거론했다.

 

이어 <동아>는 "40층 높이의 2770가구 대단지인데다 단지 내에는 축구장 1.5배 크기의 중앙공원을 비롯해 골프연습장, 수영장까지 갖춰진다"며 "또 2010년 개통하는 용인 경전철 어정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어 교통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동아>는 이날 여러 꼭지의 기사를 통해 이 아파트를 홍보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1월 18일까지 1~3순위 정식청약 결과 전체 모집 2770세대 중 무려 1255세대가 미달됐다. 청약률은 0.5 대 1을 겨우 넘었다. 이후 <중앙>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중앙>은 19일 이 신문의 인터넷판인 조인스닷컴에서 이 아파트가 4순위 청약에 나선다고 보도하며 이 아파트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입지여건 등 주택 상품 자체의 결함 때문이 아닌 일시적인 시장 상황 악화로 인해 순위 내 접수에서 미달된 물량이 대부분이라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평소 같으면 불티나게 팔렸을 아파트인데, 분양시장 침체에 따른 일시적인 수요 위축으로 주인을 찾지 못한 이런 아파트는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경우 언젠가는 '이름 값'을 할 수 있다."


태그:#집값 왜곡, #집값 통계 왜곡, #언론 왜곡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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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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