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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에서 작성한 '옥외광고사업관련 관계기관 회의 계획' 문건. 상단에 '비공개'라고 적시된 점이 눈에 띈다.
 국무총리실에서 작성한 '옥외광고사업관련 관계기관 회의 계획' 문건. 상단에 '비공개'라고 적시된 점이 눈에 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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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실세'로 통하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이 인천공항 진입로 등에 기금조성용 옥외광고물(홍보탑)을 설치하는 사업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김성순 의원(민주당, 서울 송파병)실을 통해 입수한 정부문건에 따르면, 박 차장은 인천대교 개통식이 열리던 지난해 10월 16일 인천공항공사 사장 등을 불러 '옥외광고사업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기금조성을 위한 옥외광고물 설치 사업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넘기지 않고 국무차장이 직접 인천공항공사 사장 등을 불러 정책조정에 나선 것은 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칫 정권 실세가 이권사업에 직접 개입했다는 오해를 살 만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박 차장이 옥외광고물을 설치하는 사업체의 민원을 해결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옥외광고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박 차장과 친분이 있는 인사가 로비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은 "행정안전부의 요청에 따라 관련기관과 공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다"며 "로비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국무차장실에서 비공개로 열린 회의... "옥외광고사업 적극 협조하라"

정권 실세로 통하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이 기금조성용 홍보탑 조성 사업에 직접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권 실세로 통하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이 기금조성용 홍보탑 조성 사업에 직접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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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 개통식이 열렸던 지난해 10월 16일, 정부중앙청사 1003호. 국무총리실의 국무차장실인 이곳에서 '옥외광고사업 정책조정회의'가 열렸다. 정권 실세로 통하는 박영준 국무차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행정안전부 차관보와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인천공항공사 사장,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참석했다.

이날 안건은 '옥외광고사업 관련 공항 부지 내 홍보탑 설치 관계기관 이견 조정'이었고, 회의는 오후 5시 30분부터 6시 20분까지 50분간 진행했다. 회의를 직접 주재한 박영준 차장은 인천공항공사 사장 등에게 "기금조성 옥외광고사업은 법률에 근거하여 국가가 시행하는 사업으로 공공기관은 이 사업에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며 직접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가 작성한 '옥외광고사업 정책조정회의 결과'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회의결과가 정리돼 있다.

'ㅇ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공항부지 내 홍보탑 위치와 수량에 대해서 실무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조정
- 기금조성 옥외광고 사업은 법률에 근거하여 국가가 시행하는 사업으로 공공기관은 이 사업에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음
-설치 지점과 수량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조정하되 행정안전부(옥외광고센터)와 공사가 직접 협의하여 조정
- 홍보탑 디자인에 대하여는 공항공사의 자문을 받아서 설치

ㅇ허가기간 종료 후 철거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가 책임지고 이에 대한 방안 수립하여 설치 장기화에 대한 공사측 우려 불식할 것'

이전까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설치 곤란' 의견을 냈던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이날 회의가 끝난 직후 태도를 바꾸어 정부측과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정권 실세가 주재한 회의 결과가 이들 공사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날 회의가 열리기 3일 전에 국무총리실 일반행정정책관실에서 '옥외광고사업관련 관계기관 회의계획'이란 '비공개 문건'을 작성했다는 점이다. 이날 회의가 준비단계에서부터 비공개로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행정안전부에서 작성한 '옥외광고사업 정책조정회의 결과' 문건. '회의 결과' 부분에 "공공기관은 기금조성 옥외광고사업에 적극 협조할 필요 있다"고 적시돼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작성한 '옥외광고사업 정책조정회의 결과' 문건. '회의 결과' 부분에 "공공기관은 기금조성 옥외광고사업에 적극 협조할 필요 있다"고 적시돼 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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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끝난 뒤 '설치 반대'에서 후퇴... 국무총리실 "로비는 없었다"

행정안전부로부터 옥외광고사업을 위탁받은 한국옥외광고센터는 지난해 인천공항 20기, 김포공항 3기, 김해공항 1기, 제주공항 2기 등 총 26기의 옥외광고탑을 설치하는 안을 확정하고 관련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 센터는 공사측에 불리한 '홍보탑 설치 장소 임의지정'과 '임대료 무상'이라는 조건까지 내세웠다.

하지만 같은 해 5월 관련기관 회의에서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설치가 곤란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 달 뒤에 열린 차관회의에서도 '설치 곤란' 사유를 다시 설명했다. "공항진입로 미관 저해와 교통사고 유발 요인이 크다"는 것이 '설치 곤란' 이유였다.

이와 함께 인천공항공사의 내부문건은 대한민국 이미지 훼손, 국가브랜드 제고하려는 국가적 노력과 상충됨, 자연경관과의 부조화, 문화예술공항 컨셉트와 상충됨, 철거에 장시간 소요됨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런데 같은 해 10월 박영준 차장이 '옥외광고사업 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 이후 두 공사측은 강경하게 설치를 반대했던 기존 태도를 바꾸었다. "국제행사 지원을 명목으로 하는 정부사업이기 때문에 성실하게  협의하겠다"는 것. 다만 "미관 훼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구간에 최소한의 수량을 설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특히 한국옥외광고센터는 지난 12월 원래 6기였던 옥외광고물을 14기로 늘려 설치하는 방안을 한국공항공사측에 내놓기도 했다. 김포공항에 8기의 홍보탑을 더 설치하겠다는 것.

국무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국무총리실에는 정책조정기능이 있다"며 "행정안전부가 옥외광고사업과 관련된 이견을 조정해 달라고 요구해 해당 부처와 공기업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는 행정안전부에서 이 건을 국가정책조정회의 공식 의제로 다루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조율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국무차장이 회의를 주재한 것"이라며 "국무총리실은 당시 회의에서 (공공기관이 옥외광고사업에 협조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박 차장이 특정업체의 로비를 받고 회의를 연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 "로비를 한다고 해서 그런(국무차장이 주재하는) 단계의 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없고 실제 로비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베일에 쌓인 업체가 어떻게 알짜배기 옥외광고 사업자로 선정됐나?

그동안 정부는 주요 국제행사 개최와 광고물 정비 재원 마련을 위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의해 기금조성 옥외광고사업을 추진해왔다. 다만 지난 2007년 관련법 개정을 통해 옥외광고사업 추진 주체를 대회조직위원회에서 한국옥외광고센터(한국지방재정공제회 산하)로 바꾸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총 7년(2009년~2015년)에 걸친 기금조성 옥외광고사업을 계획해놓고 있다. 전국 6개 권역에 총 369기의 광고물을 설치해 연 300억원의 기금수익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한 기금은 2011년 대구세계육상경기대회와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50%,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에 20%를 배분한다.

정부는 1차 기금조성 옥외광고사업 추진계획에 따라 지난해 3월까지 6개 권역에 옥외광고물을 설치할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했다. 1권역부터 5권역에는 지주를 이용한 간판, 6권역에는 홍보탑이 설치된다. 공항 등에 옥외광고물을 설치하는 6권역 사업자에 'C&C프로젝트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에 따라 C&C 프로젝트 컨소시엄은 2012년까지 옥외광고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고속도로나 국도 등에 설치되는 것보다 인천공항 진입로에 설치하는 옥외광고의 수익이 훨씬 높다. 인천공항 진입로에 옥외광고물을 설치할 경우 광고료는 1기당 월 4000~5000만원대에 이른다. 정부의 애초 방침대로 20기를 설치할 경우 연간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한마디로 '알짜배기 옥외광고사업'인 것이다.

그런데 C&C 프로젝트 컨소시엄을 이 알짜배기 옥외광고 사업자로 선정한 것을 둘러싸고 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옥외광고업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업체가 국가에서 시행하는 옥외광고 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1권역에 35년 역사의 옥외광고업체 전홍컨소시엄이 선정된 것과도 대비된다.

로비 의혹의 핵심인물로는 대구·경북(TK)출신 인사인 A씨가 거론되고 있다. A씨는 박영준 국무차장이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조직했던 선진국민연대 출신으로 알려졌다. 그는 광고홍보관련 학회 간부와 한 대형금융기관의 사외이사를 지냈으며, 현재는 1990년대 중반에 설립된 리서치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하지만 C&C측은 "A씨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로비 의혹을 일축하면서 취재 자체도 거부했다. 

'친이계' 장광근 사무총장 "공사의 비협조로 옥외광고사업 진행 안돼"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박영준 차장이 주재한 회의가 열린 직후 친이계인 장광근 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C&C프로젝트 컨소시엄을 직접 거론하며 옥외광고사업과 관련한 공사측의 비협조를 질타한 점이다. 정권 실세에 이어 친이계 핵심인사가 공사측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장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19일 두 공사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제6권역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한 2009년 1월 28일부터 10월 현재까지 약 10개월 동안 인천공항공사를 포함한 정부 관련기관의 비협조로 어떠한 사업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말은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국제행사를 위한 정부 차원의 기금조성 사업이 산하단체들의 비협조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장 총장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경우 국토해양부가 주무기관인 것을 감안할 때 국토해양부의 산하기관인 인천공항공사가 정부 차원의 국가사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마땅한 의무"라며 "국제대회가 원만히 치러지지 못한다면 인천공항공사 또한 이 같은 결과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박영준, #공항옥외광고사업 개입 의혹, #C&C, #장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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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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