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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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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물갈이 인사'로 강제 해임된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난 2008년 12월 해임된 김정헌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해임무효 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지난 21일 법원으로부터 '해임효력 정지' 결정까지 받아냈다. 이에 따라 김 전 위원장은 내달 1일부터 예술위원회에 위원장으로 다시 출근할 예정이다.

그러나 문화부는 해임무효 소송 확정 판결 때까지 김 전 위원장의 복직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문화부는 김 전 위원장이 제기한 해임 무효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한 상태다.

법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예방 필요"... '해임효력 정지' 결정

서울행정법원(12부)은 21일 "피신청인(유인촌)이 2008년 12월 5일 신청인(김정헌)에 대하여 한 해임처분은 사건(해임무효 소송)의 판결 확정시까지 그 집행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청인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면서 "(해임처분) 집행 정지로 인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김정헌 전 위원장은 지난 18일 "예술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박탈된 지위를 신속히 회복해 달라"며 법원에 해임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김정헌 전 위원장은 신청서에서 "해임무효 소송 1심에서 위법성이 인정되어 (해임) 취소 판결이 내려졌다"며 "해임처분의 집행을 정지하지 않을 경우 신청인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특히 "2010년 9월경 신청인의 임기가 만료한 후 이 사건 해임처분의 취소판결이 확정될 경우 그 판결을 집행하지 못할 긴급한 위험이 있으므로 이 사건 해임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 "해임처분으로서 침해받은 권리는 단순히 보수를 지급받을 금전적 권리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며 "인격적 주체인 인간으로서 유지·발전을 위한 필요 사항을 얻는 기회를 갖게 되며, 조직관리의 기술을 습득하고, 경력을 쌓게 되며, 능력을 유지∙향상시키며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등 자아를 실현하게 되는 권리와 이익이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인격권과 명예권을 구성하는 것으로, 경제적으로 산출할 수 없는 손해다. 이러한 인격권과 명예권을 빼앗김으로써 발생하는 손해는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서 금전배상을 통한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것이다."

유인촌 장관 총대 멘 공공기관장 '물갈이', 법원에서 '줄줄이' 제동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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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 유인촌 장관으로부터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기관장"으로 지목돼 사퇴 압박을 받다가 지난 2008년 12월 해임됐다. 당시 김정헌 전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법정 투쟁을 통해서라도 문화부의 부조리한 처사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문화부가 예술위원회에 대한 표적감사를 실시하고, 마치 김정헌 위원장이 중대한 업무상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사실과 다른 감사결과를 발표한 후, 아무런 정상적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급작스럽게 해임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가처분 신청 없이 곧바로 해임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1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해임 취소' 결정을 받아냈다. 당시 법원은 김 전 위원장의 해임처분에 대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위법할 뿐 아니라, 표적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며, 김정헌에게 해임에 이를 정도의 업무상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유인촌 장관이 총대를 멘 공공기관장의 '물갈이' 시도는 법률적 정당성에서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김정헌 전 위원장은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소송 2건에서도 이미 승소한 상태다. 김 전 위원장이 해임 무효 소송을 제기하자, 예술위원회는 김 전 위원장을 상대로 예술위원회 기금 손실분 40여억 원에 대한 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3부는 지난해 8월 예술위원회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판결, 김 전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문화부는 또 김 전 위원장을 해임하면서 2008년 12월 중순 예술위원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던 박명학씨도 급작스럽게 해임했다. 이에 대해 박씨도 해임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2부는 "박명학의 해임 역시 아무런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결했다.

문화부, 김 전 위원장 출근 저지할까?

하지만 문화부와 예술위원회는 판결들을 수용할 수 없다며 항소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문화부와 예술위원회는 본인과 관련된 일련의 소송 전부에서 패소해 해임의 위법성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판결들에 불복, 면피 목적의 무용한 항소를 계속함으로써 본인 등에게 계속되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특히 "법원의 해임효력 정지 결정에 따라 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정당하게 직무를 수행할 권리를 갖게 됐다"며 "2월 1일부터 예술위원회에 위원장으로 다시 출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해임무효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문화부가 항소했기 때문에 곧바로 직무에 복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해임효력 정지' 결정으로 문화부는 항소심 여부와 상관없이 김 전 위원장을 곧바로 직무에 복귀시켜야 할 의무를 지니게 된다. '해임효력 정지' 결정은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인 25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아직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심장섭 문화부 대변인은 2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통상 법원에서 결정을 할 때 이쪽의 의견을 물어서 하는데, 이번 결정은 1심 결과만 보고 했기 때문에 우리측 변호사도 내용을 모르고 있다"며 "결정문을 보냈다고 하지만 아직 받은 사람이 없다, 결정문을 봐야 항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의 소송대리인인 백승헌 변호사는 "우리는 문화부가 법원의 결정을 수용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만약 문화부가 항고를 하더라도 이번 법원 결정은 일단 유효하다. 따라서 문화부가 법원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김 전 위원장의 출근을 저지할 경우, 김 전 위원장은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을 요청할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다시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태그:#김정헌 전 예술위원회 위원장, #유인촌 문화부 장관, #해임효력 정지 결정, #해임무효 소송, #공공기관장 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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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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