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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부모의 오답백과>라는 책을 사서 읽은 이유는 필자의 조카가 영재학교에 입학하려 한다는 단순한 관심에서였다. 이 책은 미국인이 미국 상황을 두고 쓴 것인데도 우리나라 교육현실과 많이 닮아 있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어린시절 부모의 영재교육으로 자란 '영재'라서 책이 더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많은 영재들의 사례를 세심하게 접근하여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을 미국판 '영재가 본 영재교육의 실태 비판서'라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저자는 적절한 영재교육은 필요하지만, 지금의 미국의 영재교육은 과열된 것이라고 본다. 아이들의 경쟁이 아니라 부모간의 경쟁에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모들이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는 더 경쟁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자신의 아이들이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아이에게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반드시 최대한 빨리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조바심이 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순수한 의도로 진행되었던 영재교육이, 이러한 부모들의 과도한 아이 사랑으로 인해 사교육 열풍으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미국 영재교육의 확산의 배경에는 경제적 성장으로 인한 경제적 여력의 증대가 있다고 본다. '어떤 의미에서 성취 지향적인 영재문화의 확산은 중산층의 성장이 가져온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과거 가난이라는 굴레로 제약받았던 중산계급의 교육열이 경제적 성장으로 그 굴레를 뛰어넘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산층 부모들은 자녀에게 더 좋은 교육기회와 일자리를 선점시키려고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놀라운 경제성장과 함께 점점 커지는 사교육 열풍이라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러한 과도한 영재교육, 그리고 조기교육은 아이들을 '노예화'시킨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수면이 육체적 휴식이듯이 권태가 정신적 휴식의 절정'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조기교육과 영재교육으로 인해 점점 아이들의 자유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이제 아이들의 삶은 단지 어른의 삶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전락하였다'고 저자는 단정한다.

그리고 '영재교육은 주로 부자들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불공평하고 엘리트주의적이다. 영재교육은 특권층 자녀들에게 더 많은 특권을 부여하고 불우한 아이들을 더욱 불행하게 만드는 불평등한 관행'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점을 '점차로 영재교육은 계급유지의 핵심적 수단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영재교육은 미국 공교육의 신조인 '평등'이념을 '능력주의'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필자는 말한다. 영재들이 특별한 관심을 받듯이 '열등생'들도 특별한 관심을 받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영재교육은 '미래의 성취에 집중하여 아이의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심하게 말해서 '아이의 미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한 나머지 아이의 현재를 노예처럼 부려먹는 것이 오늘날 일부 아이들이 받고 있는 영재교육의 실체'라고 결론 짓는다. 즉 영재교육, 조기교육이 아이들의 아동기를 빼앗아 가는 것이다. 이런 영재교육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좀 모호하지만, 아이들이 자신 스스로 재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부모들과 사회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도 우리와 같이 영재교육과 조기교육으로 열병을 앓고 있다는데 놀랐다. 그리고 미국 상황에서도 뾰족한 대책은 없고, 아이들을 좀 더 자유롭게 키우라는 판에 박힌 충고에 좀 실망했다. 이 한 권의 책으로는 다루기 힘들었겠지만, 영재교육과 영재교육산업, 그리고 국가정책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접근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의 말처럼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나만은, 우리 교육현실에 '그냥 놀아라'라고 말하기엔 너무 무책임한 것도 같다. 다만 영재교육의 경쟁에 매달리는 학부모와 아이들 모두 그삭막한 과정에서도 '자유'와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자율성'을 더 주지만, 또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키워야 하는 교육의 필요성을 절충하는 것은 사회의 영원한 과제이다.


영재 부모의 오답백과

앨리사 쿼트 지음, 박지웅 외 옮김, 알마(2009)


태그:#영재교육, #조기교육,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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