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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개혁 야5당은 연합정치에 동의했다. 그러나 방법론에선 제각각 입장이 달랐다. 이제 그 다른 입장들을 조율해가는 과정이 남았다. 곧 선거연합의 결과로 후보단일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오마이뉴스>는 헌정사상 최초로 가치와 정책에 기반한 선거연합의 현실을 상세히 보도한다. 이 논쟁은 선거연합 과정에서 필요한 주의와 주장을 연속적으로 펴나갈 계획이다. 연합정치 가능성을 묻는 논쟁은 계속된다. <편집자말>

 

"2등 줄이고 1등 늘리는 전략."

 

연합정치의 신호탄은 올랐지만 가속도는 좀체 붙지 않는다. 논쟁과 토론은 지속되고 있지만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 민주당과 진보신당은 각각 맨 오른쪽과 맨 왼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시소게임을 하고 있다.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정치컨설턴트들은 연합정치에 대해 다소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각 당의 사정을 보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시민사회는 이명박정부 1년차 때부터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빚어진 촛불 이후 미디어법 강행처리, 4대강 사업 밀어붙이기 등 민주주의의 역주행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정치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연합정치를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5+4 연합 틀'을 마련했고, 이 자리에 야5당을 불렀다. 연합해도 안 되는 지역이 있지만, 그나마 연합해서 이명박정부의 독주를 막아달라는 당부인 것이다.

 

진보개혁진영이 똘똘 뭉쳐 한나라당과 맞서면 최소한 이전 선거보다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계산인 셈. 야5당이 시민사회의 이 뜻에 동의한 것은 정치권 내부 사정과도 연계돼 있다.

 

단독 출마해봐야 기껏 여러 지역에서 '2등 신세 면치 못할 제1야당 민주당'과 10년씩 정치해봐야 지지율 10% 미만인 진보정당들, 노무현정신을 업고 출범했지만 분파주의 비판에 직면해 있는 신생정당의 현실이 깔려 있는 게다.  

 

[박성민] "연합정치 실패하면 역풍은 엄청날 것"

 

그러나 이들의 항해를 바라보는 정치컨설턴트들은 매우 신중하다.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연합정치의 핵심은 실리와 명분"이라며 "연합할 수밖에 없는 명분이 있어야 하고, 연합을 했을 때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실한 실리가 보장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 정당간 지지층을 대상으로 면밀한 조사가 병행돼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연합과 연대에 동의하는지 모른 채 '무작정 연대'를 밀었다가 나중에 지지자들이 돌아서 하지않으만도 못한 연합이 돼버리면 그걸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게다.

 

박 대표는 "유권자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있을 때, 그 후보가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할 때 투표장으로 이동한다"면서 "연합의 과정에서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된다면 유권자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대표는 "5+4 연대 틀이 선거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한 데 정치권이 이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정당지지율, 후보선호도에 앞서 투표장에 갈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합정치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0% 내외를 육박하는 상황에서 과연 '반MB연대'라는 게 국민적 정서라고 예단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국민 대다수는 '5+4 연대'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추상적 수준의 막연한 연대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대작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또 "▲확실한 명분 ▲지지층의 시너지 ▲후보단일화의 정치적 힘이 연합정치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며 "만일 연합정치가 실패할 경우 그 역풍은 가히 엄청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철희] "MB 지지율 50% 육박...심판론 안 먹힐 것"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컨설팅본부장은 "연합하면 승리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연합을 해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철희 본부장은 "MB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심판론은 잘 안 먹힐 것"이라며 "연합의 구도를 잘 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5개 정당들이 체질로 보자면 매우 허약하다는 점도 잘 봐야할 포인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당지지도 조사를 해보면 무당파층이 40%나 되기 때문에 정당을 합하면 승산이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게다. 인물본위로 유권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가치와 정책을 잘 정돈해 선거에 임하면 연합정치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낙관하기도 했다.

 

그는 "메시지와 메신저가 중요하다"며 "각 정당 내 캠프별로 후보를 내면 단일화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캠프별로 후보를 내기 전에 후보단일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일 캠프별로 후보가 다 정해진 뒤 '연합하자'고 하면, 막판에 독자후보들이 대거 출마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지방선거의 결과는 눈을 감고도 전망할 수 있다는 게다.

 

무엇보다 이철희 본부장은 "패키지 딜"의 가능성을 중요하게 보았다. 주고받기 식이 돼야 연합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당장 얻는 게 없다고 하더라도 추후에 보장받을 수 있는 이익이 계산돼야 정당은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명분과 실리에 더해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시민단체 리더들이 흙탕물로 뛰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정치의 현실이 암울하다는 것 아니겠냐"며 "그만큼 정치권이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합의점을 찾아야 국민들이 감동하고 투표장으로 그 발길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 감동을 배제한 정치는 성공하기 어렵고, 국민이 감동해야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헌태] 석패율만 올리는 선거연합 안 하려면?

 

김헌태 인하대 겸임교수는 "이번 선거는 단일화 자체가 안 되면 한나라당에게 이기기 매우 어려운 선거"라면서 "합치지 않으면 표분산이 상당히 심하게 일어날 선거"라고 예측했다.

 

'유권자들의 표 몰아주기 열풍'이 일어나지 않으면 연합정치의 결실은 맺기 어렵다는 게다. 김 겸임교수는 "민주당의 대중적 지지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민주당 브랜드로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물론 선거시기에 인접해봐야 알겠지만 진보정당들에게 전략투표를 요구할 수준이 돼야 민주당 중심으로 연대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상황으로는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세우면서 '무조건 민주당 중심으로 연대'를 주장할 형편이 못 된다는 냉정한 평가인 것이다.

 

실제 지난 25일 KSOI가 경향신문과 함께 펼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27.4%, 민주당 23. 2%, 민노당 3.6%, 진보신당 1.0%, 창조한국당 0.1%이다. 물론 한나라당 지지율이 지난 7월에 비해 좀 낮아지기는 했지만 나머지 다 합해봐야 한나라당 이기기 어렵다면 합쳐야 한다는 단순 셈법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김헌태 겸임교수는 민주당이 이번 연합정치에서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가 관전포인트라고 했다. 이 말은 민주당의 양보가 관건이라는 '9인 테이블' 중 시민사회쪽 인사들의 입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겸임교수는 "연합정치를 진정성이 있는 성공 선거전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양보가 선행돼야 한다"며 "민주당이 아무리 민주대연합을 주장해도 이번엔 다수 유권자들이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고 전략적 투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포괄적 양보와 공동지방정부 구성의 구체적 내용이 생략된 채 '연합'만 주장한다면 결과적으로는 광역자치단체장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석패율만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홍세화 <한겨레> 시민편집인은 지난 21일 열린 '연합정치 토론' 패널로 참석해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을 향해 "민주당이 호남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이 총장은 "당에서 받기 어려운 제안"이라고 피해간 바 있다.

 

 

 


태그:#연합정치, #진보, #유시민, #선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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