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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책이다. 내성적인 성격이나 소극적인 성격으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특히 우울증 중에서도 만성우울증과 평생 싸우며 살아야 하는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한다. 이 책은 단순한 링컨의 위인 전기가 아니다. 평생 우울증을 가지고 살아야만 했던 링컨이라는 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일대기다. 링컨의 새로운 면모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링컨이 우울증>은 링컨이 어떻게 우울증을 극복하고 치료했느냐를 보여주진 않는다. 링컨은 평생 우울증을 치료할 수 없었다. 다만 링컨은 20대와 30대 때 급성 중증 우울증 겪고, 그 이후의 고질적인 우울증을 지닌 채로 뚜벅뚜벅 인생의 행로를 걸어갔다. 이 책은 이런 점에 초첨을 맞춘 한 편의 '심리 다큐멘터리'다. 19세기 링컨이 살았을 때도 마찬가지 이지만, 사실 현재의 의학도 우울증을 완전히 고치진 못한다. 다만 약과 심리치료 등으로 증상을 약간 완화시킬 뿐이다.

우울증은 첫 발병보다 다 나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찾아오는 두 번째 발병이 더 힘들다. 저자는 링컨의 두 번째 급성 중증 우울증의 발병을 잘 묘사해 주었다. 특히 링컨도 이제 벗어났구나 안심하는 순간 다시 우울증에 걸리고, 자신의 무력함을 느낀다.

흔히 일부 언론들은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 정도로 선전한다.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우울증은 그냥 '감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링컨과 같은 부류의 또 다른 이들에게는 우울증은 큰 교통사고보다 더 충격이 큰 법이다. 그리고 평생 따라다니는 힘겨운 병이다. 그래서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우울증 환자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곤 한다. 우울증은 심하면 자살이라는 죽음에도 이르는 병이다.

그런데 이런 병은 속으로 감추면 도리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링컨은 자신의 우울을 남들에게 감추진 않았다. 링컨 주위의 사람들은 그를 '멜랑콜리한 정신병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우울증은 링컨에게 있어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는 에너지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에서 변호사, 의원, 대통령이라는 남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다. 평생 만성우울증을 앓았던 링컨은 병을 지닌 채, 우울증을 연료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하는 위대한 위인이 된 것이다.

"링컨이 성취한 위대함은 개인적 고통에 대한 승리로 설명할 수 없다. 우울증이라는 고통을 낳은 바로 그 기질로부터 자연스럽게 성취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링컨의 생애는 변모의 스토리가 아니라 통합의 스토리이다. 그는 우울증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위대한 일을 성취한 것이 아니었다. 우울증은 그의 기질 중 한 부분이었다. 그런 내면의 힘이 위대한 사업의 불을 계속 발화시키는 기름 역할을 했다."(출처 : 조슈아 울프 솅크,[링컨의 우울증], p272)  

그런데 우울증을 겪은 모든 사람이 위인이나 천재가 되진 않았다. 자살한 사람도 많고, 폐인으로 사는 사람도 많다. 또한 남모르는 마음의 병을 가슴에 묻은 채 겉으로 표시나지 않게 헐떡이며 사는 사람들도 많다. 오늘날에도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약과 심리치료, 식이요법, 귀신 쫓기에 골몰한다. 하지만 언제나 결과는 기대 이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절망하고 아예 우울증에 점령되어 무기력하게 살기도 한다.

하지만 링컨같은 위인까진 되지 않더라도, 우울한 내면으로부터 조금이라도 탈출하고 싶다면, 우울함의 에너지를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불태우라고 필자는 말한다. 사실 링컨도 고민이나 우울이 사라져서 병이 나은 게 아니었다. 병은 그대로인 채로, 고통은 그대로인 채로 새로운 목표을 향해 달려갔던 것이다. 우울증이 사라지길 기다리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보람있는 목표를 위해 사는 이에게는 병은 장애물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것이다.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사람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긴장없는 상태가 아니고, 보람있는 목표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마음의 건강은 고민의 제거와 함께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프랭클은 다르게 말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특히 정신적 중압감에 짓눌리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그들의 삶을 초월하는 목표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링컨의 경우, 이 목표의식이 마음의 감옥의 문을 여는 열쇠였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의 고통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의 인생이 더 풍성해지고 더 만족스러워지면서, 우울증은 더 강력한 힘으로 그를 잡아당겼다. 그는 새로운 목표의식과 그 잡아당기는 힘을 연계시킴으로써 사태에 대응해 나갔다. 문제가 있는 곳에서 의미를 찾고, 불완전한 것을 둘러보면서 구원을 추구했다."(출처 : 조슈아 울프 솅크,[링컨의 우울증], p224)


링컨의 우울증 - 역사를 바꾼 유머와 우울

조슈아 울프 솅크 지음, 이종인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2009)


태그:#링컨 ,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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