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필자가 <바이크 올레꾼, 길 따라 남도마을 여행>의 연재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여행에서 바이크는 매우 유용한 이동수단임에도 다소 빗나가 있어 올레꾼이라는 단어를 접목해 바이크 여행을 새롭게 해석해보기 위함이며 그동안 '길 따라'라는 표현을 많은 사람들이 애용(?)했지만 순수하게 걷는 것을 제외한 우마차 길을 자동차가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길을 가보고 싶은 충동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달려보는 코스는 자동차가 말하는 '길 따라'가 아닌 바이크가 누릴 수 있는 행복한 '길 따라' 인 낙안천, 벌교천 비포장 농로 7킬로미터 구간인데 그렇다고 무작정 길 아닌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이 길은 근거 있는 역사의 길이였다.

 

낙안에서 벌교간 하천길은 일제강점기때 신작로를 내기 이전, 장날이면 벌교장을 보기 위해 송광, 외서, 낙안 등의 주민들이 이용하던 길로, 동네 주민들의 표현을 그대로 빌면 '장날이면 이 하천길 위가 사람들로 하얗게 변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을 이었다'고 한다.

 

비록 신작로가 뚫리고 차가 다니면서부터 버려진 길이 돼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계가 다니는 길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던 길이었다고 한다. 오고가는 도중에 막걸리집도 있었다고 하니 우리네 할아버지 아버지들의 술 취한 흥얼거림이 들리는 듯한 길이다.

 

현재 이 길은 특별히 다듬어져 있지는 않다. 농기계가 운행하면서 내 놓은 바퀴자국만이 길임을 알려주고 있고 그 두 바퀴 자국을 제외하고는 이름 모를 풀들이 길을 메우고 있다. 간간히 갈대들이 사람 키 높이만큼 자란 구간이 있지만 운치를 느낄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천 물은 비교적 맑아 겨울 철새들의 쉼터가 되고 있는데 여름철 물놀이 할 만큼 깨끗하게 가꾸고 보존된 곳은 아니다. 지리적으로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 아닌 농사를 짓는 농토가 전부이기에 농약 등의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길을 필자가 굳이 달려보는 것은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분명히 다녔던 우리 조상의 숨결이 살아있는 길이며 가꾸고 다듬지 않아서 그렇지 충분히 아름다운 길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낙안천과 벌교천에는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갈대와 억새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금도 일부로 없애버리지 않는다면 갈대와 억새로 장관을 이룰 것이 틀림없다. 그것이 천연적인 물길과 어울린다면 그 아름다움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그 소중함을 모르고 가꿈이 부족해 콘크리트를 발라놓거나 무분별하게 생활 쓰레기들을 버려 환경이 훼손돼 가치가 상실됐을 뿐인데 7킬로미터의 길을 달려보면 비무장지대가 갖는 자연의 순수함이 이곳에도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필자가 이 길을 걷거나 달려보기 시작한지는 꽤 됐다. 그럴 때마다 가졌던 의문점은 사람들은 왜 이런 자연 미인을 알아보지 못할까? 였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지만 오목조목 아름다움이 살아있고 순수함까지 베여있는 길이었는데...

 

현재 어느 도시나 하천을 살리는 문제는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양 옆으로 길을 내 걷고 싶고 달리고 싶은 길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행정의 일 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치는 큰 일중에 하나가 됐다.

 

더구나 관광적 측면에서 연간 150만 명이 다녀간다는 순천시 낙안읍성과 민족의 역사를 함축해 놓은 소설 태백산맥문학관을 연결하는데 있어 하천길이 제외되고 주민들 삶이 엮여있는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길과도 동떨어진 일제강점기때 내놓은 신작로를 다시 4차선으로 확장해 연결한다는 것은 의미를 훼손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역사길 복원의 차원에서도, 벌교-낙안 양 지역 미래의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오늘 달려 본 낙안천 벌교천 7킬로미터 구간은 갈대와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그것이 천연의 물길과 어우러져 자연이 그려놓은 수채화길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예전의 길이 그저 통행의 목적만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의 길은 마음의 쉼터 역할까지 겸하고 있어야 한다. 행여 낙안천 벌교천이 '미운 오리새끼'는 아닐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이며 백조를 오리로 키우고 있는 지역 행정의 안목에도 안타까움이 있다.

 

독자 여러분도 자신의 지역에서 버려진 보물길을 찾아보세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바이크올레꾼, #낙안천, #벌교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