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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녹차밭에는 그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녹차수도'라는 말이 길가에 새겨져있다
 보성 녹차밭에는 그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녹차수도'라는 말이 길가에 새겨져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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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런 얘기를 하는 이를 만났다. "나는 사회주의가 좋다, 하지만 그것보다 자유가 더 좋기에 자유와 사회주의를 바꾸지는 않겠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몰랐다. 하지만 요즘 새록새록 느껴지는 자유, 차츰 내 몸에도 자유라는 인이 박히기 시작하고 바이크를 통해 밖으로 배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 배출된 자유가 앞으로 남도의 길과 마을과 사람을 만나 어떻게 진화할지는 필자도 모르고 또 그 누구도 모를 일이다. 그저 지금의 필자는 자유가 주는 한없는 넓음 속에서 정해지지 않은 길을 따라 남도를 맛보기 위해 냄새로 탐색전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필자의 연재 '길따라 남도마을 여행'은 타이틀대로 그 시작은 길이며 그 다음이 남도의 마을이다. 아마 남도의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는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연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보성 녹차밭 'ㄷ'다원 들어가는 입구, 산림욕장에 온 듯한 느낌이다
 보성 녹차밭 'ㄷ'다원 들어가는 입구, 산림욕장에 온 듯한 느낌이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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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바이크 올레꾼'인 필자가 달려보는 길은 낙안읍성에서 보성 녹차밭까지다. 왕복 약 120킬로미터로, 가능한 해안선을 따라 달려보기로 한다. 바이크가 시간과 속도가 생명이라지만 명색이 그 뒤에 붙은 올레꾼이라는 단어가 있기에 그런 개념은 접어두기로 하지만 필자의 20년 된 바이크가 조랑말 수준이며 속도계까지 고장 난 상태이기에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풍광을 즐길 예정이다.

전라남도 동남쪽에 있는 보성군은 녹차밭으로 유명해 녹차수도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일본인이 조성해 놨다고 하는데 필자가 일본 큐슈지방을 여행할 때 봤던 녹차밭은 넓은 평야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곳은 구릉진 산언덕에 있어 보기에는 보성의 녹차밭이 훨씬 멋스럽다. 하지만 재배하기엔 평야에 있는 녹차밭이 쉽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본 여행 당시 "어? 녹차가 평야에 있네?"라는 의문 섞인 질문에 안내하던 일본인은 담담하게 "재배하기 쉽잖아요"라고 말하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분명 재배는 일본의 녹차밭이 쉬울것이다. 하지만 보성의 녹차밭은 재배의 어려움이란 대가를 지불하면서 아름다움을 선물 받았는지도 모른다.

보성쪽 바닷가는 물이 맑고 모래사장이 잘 발달 돼 동해안의 어느 해변을 보는 듯 하다
 보성쪽 바닷가는 물이 맑고 모래사장이 잘 발달 돼 동해안의 어느 해변을 보는 듯 하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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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녹차밭 정상 부근에는 다양한 시설들을 조성하고 있는데 필자의 눈에 띈 것은 방갈로 형식의 숙박시설로 완공될 경우 여행객들에게 편안한 '숲속의 쉼터'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에서 잠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디서 잤느냐는 것은 중요한 문제인데 삼림욕장 느낌의 녹차밭 숙박시설은 건강을 챙기는 이들이 한번쯤 눈여겨 볼 만하다.

다시 출발지인 낙안읍성으로 돌아가 이곳 보성 녹차밭까지 오는 길을 살펴보면, 길은 모두 두 곳이다. 하나는 벌교 시내를 경유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징광마을쪽으로 난 길을 이용하는 것인데 징광마을쪽 길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옛길이다.

옛길은 질러가는 길로 좀 더 빠른 길이지만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비교적 안전한 벌교 시내를 경유하는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옛길은 차량 통행이 없어 눈이 오면 일주일가량 지났어도 후미진 곳에는 눈이 쌓여있고 얼음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새로 난 길이나 옛길이나 벌교읍과 조성면의 경계인 열가재 고갯길 앞에서 만나게 된다. 그 길이 광양-목포간 2번 고속화도로인데 그 길을 따라 그대로 보성읍 입구까지 간 다음 좌회전해 보성차밭으로 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이 길은 재미없는 자동차길이다.

율포해수욕장에서 득량면까지 오는 바닷가길은 인근 갯벌이 자리 한 순천쪽과는 다른 느낌이다
 율포해수욕장에서 득량면까지 오는 바닷가길은 인근 갯벌이 자리 한 순천쪽과는 다른 느낌이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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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가능한 해안선을 따라 다녀오기 위해 조성면으로 들어가 득량면에서 회천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고 율포해수욕장과 녹차해수탕이 있는 곳에서 845번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보성 쪽으로 18번 도로를 따라 산등성이를 올라가 보성차밭과 만났다.

올 때는 다시 그 길을 내려오다가 삼거리에서 장흥쪽으로 우회전 해 18번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회령삼거리 주유소 앞에서 녹차해수탕이 있는 쪽으로 좌회전해 회천 바닷가길 을 달렸는데 짙푸른 감청색의 바다, 잘 발달 된 모래사장은 동해안 어느 해변을 연상시켰다.

보성 율포 해수욕장에서부터 득량면까지 오는 해안선에는 율포 해수욕장을 비롯해서 어촌체험마을과 공룡알서식지 등이 있어 심심찮은 볼거리까지 제공해 교육적으로 괜찮은 멋진 길이다.

낙안읍성에서 보성 녹차밭을 해안선을 따라 왕복하면 약 120킬로미터 정도다. 사진은 낙안읍성 동문앞
 낙안읍성에서 보성 녹차밭을 해안선을 따라 왕복하면 약 120킬로미터 정도다. 사진은 낙안읍성 동문앞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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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밭 가는 해안선 길, 확실히 싱그럽다. 녹차밭 자체도 그렇지만 동해안 기분이 나는 해안선과 바다가 그렇다. 불과 30여 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순천쪽 바다가 갯벌과 섞인 뿌연 물 색깔로 텁텁함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보성쪽에 이르러서는 쌓였던 마음의 농도까지도 청명해지는 기분이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바이크올레꾼, #보성, #녹차밭, #낙안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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