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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남동쪽 끝자락에는 바다를 향해 엄지발가락 모양으로 길게 뻗어있는, 인구 약 8만 명의 고흥군이 있다. 자칫했으면 섬이었을 이 땅을 보성군 벌교읍과 조성면이 양쪽에서 부여잡고 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때 벌교와 조성 갯가는 간척을 했는데 특히, 조성쪽 2000ha에 이르는 광활한 평야는 바이크 올레꾼이 한번쯤 들러 봐도 좋은 곳이다.

 

그래서 지난번 상사호에 이은 바이크 올레길은 조성 평야다. 조성면 초입에서 들어가 제방길을 따라 달리다가 갈대밭 생태공원에서 잠시 머문 후 득량면 해평리 남해수산 있는 곳으로 나와 다시 들판을 달려 백제가 멸망하면서 마지막 백제인들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에 목을 축이고 망명길에 올랐다는 대전마을 우물을 돌아 나오는 길이다.

 

이 길의 특징은 가슴이 확 트일 정도로 시원스럽게 나 있는 약 5킬로미터의 직선 제방길과 들판을 헤집고 다니듯 나 있는 아스팔트 도로다. 갈대라는 자연이 있고 시원스럽게 뚫린 제방길이 자연을 벗하고 싶은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백제의 멸망앞에 눈물섞인 우물물을 마셨을 마지막 백제인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이다.

 

벌교역에서 출발할 경우 보성쪽 2번 도로를 타고 약 10킬로미터 정도 가면 조성면과의 경계선인 열가재라는 고개가 나오는데 그 고개를 넘으면 곧바로 주유소가 나오고 그 다음 비보호 좌회전에서 고흥쪽으로 난 77번 도로를 타면 가고자 하는 목적지인 방조제길을 만날 수 있다.

 

고흥이라는 이정표를 놓치지 말고 계속 77번 도로를 따라서 약 7킬로미터 진행하다 보면 고흥군 대서면 남정마을앞에 만들어 놓은 큰 돌 이정표를 발견하게 된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5킬로미터의 직선주로인 제방길이다. 좌측으로는 득량만이며 우측으로는 갈대가 무성한 큰 호수다.

 

불과 60여 년 전. 지금 두 바퀴로 달리고 있는 이곳은 바다였고 그 바다 위를 자신이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수상스키를 탄 기분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 공사 도중 숨진 사람들도 많고 아름다웠다는 득량만, 조성면 앞바다가 밋밋할 수도 있는 평야로 변했던 것은 그와는 별개의 또 다른 역사다.

 

제방길은 중간쯤 수문이 있고 그것을 넘어서면 또 다시 직선코스 제방길이다. 그리고 그 끝머리에 가면 갈대밭 생태공원을 조성해 놓은 곳이 있다. 쉽게 설명하면 작은 순천만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전라남도 동쪽 해안가는 유독 갈대밭들이 잘 발달돼 있다. 보성에서부터 여수에 이르는 해안길에서는 어김없이 갈대밭을 만나게 된다.

 

이곳 갈대밭공원에서는 잠시 바이크를 멈추고 걸어보기를 권한다. 득량만 바다를 보고 싶으면 건너편 제방위에 올라가 편하게 다가오는 다도해를 바라볼 수 있고 다시 내려와 갈대를 보면서 낭만을 즐기려면 갈대밭 사이를 거닐어 봐도 좋다.

 

멋진 사진으로 여행의 기록을 남기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낼 것을 주문한다. 다양한 사진 소재가 준비돼 있고 찍는 요령에 따라 이국적인 풍경이 담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식사나 간식을 준비했다면 이곳 벤치에서 혹은 바다를 바라보는 제방에서 펼쳐놓기를 바란다. 물론 겨울이라서 돗자리 펴기엔 좀 곤란한 부분이 많겠지만...

 

그리고 득량면 해평리까지 진행하면 직선 제방길은 끝이다. 여기서 우회전하고 3킬로미터 정도 가다가 조성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다시 우회전하면 지금부터는 조성평야를 달려보는 코스다. 마을과는 떨어져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먼 거리도 아니기에 들판의 싱그러움을 만끽하면서 차분하게 달려보자.

 

이 들판길을 달리다가 좀 더 마을 쪽으로 선회해서 진행하면 몇 개의 마을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대전마을이다.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인근 산줄기 끝자락에 해당되는 마을이었고 배가 닿는 마을이었다고 한다.

 

특별한 점은 이 마을에는 백제가 패망하면서 흩어져있던 마지막 백제인들이 일본으로 망명을 떠나기 전에 마시고 담아갔다는 조국의 마지막 물인 우물이 있다.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보존해 지금까지 말끔한 상태로 남아있는데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바이크 여행자들에게 이 길을 권한다. 바다가 있고 자연이 있으며 가슴이 확 트이는 시원함이 있는 반면 역사의 아픈 과거도 숨어있던 길이다. 조성과 득량 벌판은 누군가에게는 드라이브 코스로 누군가에게는 비운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바이크올레꾼, #조성면, #득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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