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 정부는 경제위기 이후 가장 빠른 회복속도를 보이고 있으며 고용도 대단히 안정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5% 성장을 전망하고 있어 인플레를 우려해야 할 지경이다.

그러나 이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통계적 왜곡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아래 <도표>에서 한국의 비농업 취업자수 추이를 보면, 2005년부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발생 전까지 120만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실업자수는 2005년 초의 100만명 수준에서 경제위기 전에 70만 명 수준으로 -30만 명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8년 말의 경제위기 직후 비농업 취업자수가 -50만 명 가량 급감했으나 곧바로 회복하여 오히려 최근에는 언제 경제위기가 있었느냐는 듯이 오히려 경제위기 전에 비해 취업자수가 더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업자수 역시 경제위기 직후에 20만 명 가량 늘었으나 다시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곧바로 줄어들고 있다. 실업률 역시 경제위기 후에 한때 4%까지 올랐으나 곧바로 낮아져 2009년 11월 현재 3.5%에 그치고 있다. 고용안정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예민한 일본의 경우조차도 2009년 11월 실업률이 5.2%였다. 경제위기 전에 비해 최소 1.2%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경제위기 전의 3.2에서 3.5%로 0.3% 증가에 그치고 있다.

신뢰할 수 없는 한국정부 발표 고용통계

(주)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최근으로 올수록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질 낮은 일자리가 늘어 고용구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 <도표> 한국의 고용동향 추이 (주)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최근으로 올수록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질 낮은 일자리가 늘어 고용구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 김광수경제연구소

관련사진보기


이처럼 한국정부가 발표하는 고용통계로만 보면 2005년부터 경제위기 전까지 한국경제는 우등생이었으며 경제위기 후에도 세계 최고수준의 경제우등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이런 고용통계를 신뢰하는 사람은 거의 아무도 없다.

예컨대 <도표>에서 농림어업 취업자 추이를 보면 봄여름 농번기와 겨울 농한기의 계절성으로 인해 50만명 가량의 비농업 경제활동인구가 계절 취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도시 등지에서 비농업자 50만명 가량이 매년 농번기에 농촌으로 일하러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촌에서 농번기 때에 품앗이를 하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 같은 농업에 종사하는 근린의 마을 사람들이다. 도시의 실업자가 농번기에 농촌으로 가서 일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근처 마을에서 품앗이 하는 사람들은 이미 농업 취업자로 통계가 잡혀 있다. 이런 사람들을 농번기에는 계절성 취업자로 또 다시 중복해서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취업이 안돼 대학원 진학이나 고시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실업자에서 제외되며 정규직을 원하는 일용직 및 비정규직 등 광의의 실업자도 취업자로 간주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광의의 실업률은 2009년 12월 현재 17.3%로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 역시 광의의 실업률이 15%를 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별도로 하더라도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제조업 등 광공업 취업자 수는 2005년 초부터 최근까지 -40만 명 가량 감소했으며,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 수 역시 -40만 명 가량 감소하고 있다. 심지어는 농림어업 취업자 수마저도 -20만 명 가량 감소하고 있다.

서비스 자영업자 급증 = 고용구조 악화

이에 반해 사업·개인·공공서비스·기타 서비스 등 이른바 서비스 취업자 수는 2005년 초부터 최근까지 150만 명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 보험설계사, PC방, 노래방, 김밥장사 등과 퀵서비스, 대리운전, 다단계 판매대리점, 전업투자자 등 이른바 서비스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한 마디로 고용구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업·개인 서비스 취업자의 (임)소득 수준은 광공업 및 도소매·음식숙박업에 비해 훨씬 낮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전체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아 놓은 돈마저 집세니 권리금이니 내부장식이니 뭐니 하는 식으로 탕진하는, 또는 몸으로 때우는 식의 질 낮은 일자리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있는 돈마저 탕진하며 몸으로 때우는 일자리마저도 일찌감치 공급과잉으로 인해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지난 90년대 말의 IMF사태 이후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은 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완전히 역주행 정책으로 일관해오고 있다. 서비스업은 사람을 중심으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산업이다. 따라서 서비스업이 발전하려면 사람 가치를 높이는 것을 중심으로 자본과 기술, 인프라 등을 보완적으로 투입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도 지난 90년대 말의 IMF사태 이후 한국은 사람을 자본과 부동산투기에 종속시키는 정책들을 남발해왔다. 그 결과 자본은 동네 구멍가게와 상가를 문닫게 했으며 부동산투기는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급속히 악화시켰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사람 값은 계속 똥값으로 떨어졌다. 이것이야말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확실하게 반증해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정부에 이어 이명박정부에서도 이런 방향착오적 정책들은 변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더욱 남발되고 있다. 이런 경제는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예컨대 서비스 자영업자에게 있어서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는 감당하기 힘든 상가임대료이다. 매달 엄청난 상가임대료를 감당할 만한 서비스 자영업이 과연 얼마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상가임대료도 지나치게 높다 보니 당연히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급과잉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방은 말할 것도 없지만 수도권 등에서도 오피스텔과 상가 건물이 급증하여 공실률이 높은 상태이다. 심지어는 서울에서도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임시미봉책으로 통계상 실업률 낮게 위장하는 정부

지난 8일,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8일,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정부 총예산지출이 150조 원 가까이 늘었다. 이 가간 동안 국가채무만 100조 원 이상 늘었으니 대부분 적자재정을 통해서 늘어난 셈이다. 물론 감춰진 국가채무 증가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90년대 말의 IMF사태 때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160조 원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한 마디로 이명박정부는 정책이 아니라 그저 돈을 마구잡이로 퍼붓고 있는 셈이다. 나중에 누가 갚든 말든 자신들은 임기 동안에만 별 탈이 없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들 엄청난 빚투성이 예산 폭증에도 일자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사람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자리 만들기에 투입된 것이 아니라 부동산투기를 조장하는데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근로사업이라든지 청년인턴제와 같은 임시미봉책의 땜질식 일자리에 돈을 쏟아 부어 통계상으로 취업자 수를 높게, 그리고 실업률을 낮게 위장한다.

고용구조가 이처럼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마당에 이명박정부는 빚투성이로 수십조 원이나 투입되는 4대강 사업에 목매달고 있다. 4대강 사업이 도대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경제전문 연구기관인 우리 연구소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전문가가 이해를 못하는데 일반국민들인들 이해할 리 만무하다.

대한민국의 부모들 대부분이 많은 돈을 들여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고 있다. 현 정부를 지지하든 하지 않든 관계없이 과연 이런 식으로 천문학적인 빚투성이 토건사업과 부동산투기 조장책을 계속해 갈 경우 앞으로 5년 후 또는 10년 후에는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과연 자기 자식들이 제대로 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어찌 생각할 수 있겠는가! 기껏 잘해야 4대강 주변의 카지노 도박장에 자신의 자식들을 취업시키기 위해 그렇게 고생하면서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는가 말이다.

이런 마당에 윤증현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취업자격이 여의치 않으면 졸업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으며 비열하기 그지없다. 고용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고용악화의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후안무치한 소리라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수장이란 자가 할 소리인지 아닌지조차 구분을 못하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바로가기 (http://cafe.daum.net/kseriforum)

덧붙이는 글 |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태그:#비정규직, #일자리, #실업률, #윤증현, #김광수경제연구소
댓글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정직하고 도덕적인 지식의 생산기관을 자임하며 건강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